《 월포 가는 길》
달은 저 멀리 있었다
은빛 물살 밀어내며
멸치 떼 술렁이는 바다로
까마득히 멀어지는 배
푸른 새벽별 맞닿을 즈음
끼룩, 긴 갈매기 울음 들렸다
위태로이 버티어 선
산자락 갈대숲으로
서걱이며 메마른 바람
모질게 훑고 간 자리로
달빛은 아무 일 없는 듯
몰래 스며들었다
저 멀리 포구의 불빛, 하나 둘
수면 위로 이지러지고
살아 있는 모든 기척들,
낯선 발자국 소리에 놀라
소스라치듯 사방으로 흩어진다
날이 풀리자 생기를 더하는
길섶으로
겨우내 여미었던 온기가
물아지랑이로 피어오르면
저 멀리 월포리 검붉은 바다엔
새 날 새 아침, 그새 숨이 가쁘다
나지막이 몸 웅크리고
멸치 떼 쫓아 점점이
비상飛上 하는 갈매기와
그 너머에서 물질하는
두 척의 어선
안간힘 쓰며 솟는 햇살에
산란散亂 하며 물안개 흩어지면
월포리 익숙한 아침 풍경
바로 눈앞에 있다
분주한 일상 속으로
어김없이 밝아오는 새 날,
월포로 가는 길은
행장行裝 짊어진 나그네마저
사진 속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