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시와 움 》
요즘 새로 걷기를 시작했다.
겨우내 동면하는 짐승들처럼
움직임이 없었던 탓일까
그새 체중이 확 불어 버렸다
속을 비워가며 겨울을 버티는
짐승과는 달리
나는 오히려 속을 채워가며
한 겨울을 보냈다
술자리에서, 남 이야기하듯
중년의 건강을 넋두리 삼는다
협심증과 심근경색, 얼마 전까진
이름마저 생소했던 병들이
이제 내겐 너무나 익숙하다
그 사이, 알고 지내던 우인들이
속절없이 세상을 등져버렸다
마음속에 불쑥 가시가 자랐다
날카로워지고 예리해졌다
날이 잔뜩 선 말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입 밖으로 벗어난 것을
가시 돋은 반응으로 알 만큼
내게는 무뎠지만
그대에겐 가혹한 상처로 남았다
오늘, 가슴속에 돋아난 가시를,
웃자란 생채기 살 도려내듯
스스로 저며내며 아파한다
돌아서 보니 길모퉁이,
아직은 앙상한 나무줄기엔
붉은 상처 같은 예리함이
날카롭게 돋아나 있다
이건 분명 가시다
세상을 야멸차게
내지르는 그 뾰족함이
신랄한 아픔으로 내게로 와
한 점 한 점 가시로 박힌다
마치 마지막 눈물 한 방울처럼
아파하며 진저리 치는 가지 끝,
점점이 가시 박힌 그 자리엔
새 움이 눈물 한 방울로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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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운동장을 걷다가 울타리를 앙칼지게 타고 오른 넝쿨장미를 우연히 보았는데, 줄기에 돋은 가시가 가슴으로 박혀 들어 진정으로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이를 느낄 수 있었으므로, 그래서인지 오히려 마음이 아파서 희망이 있다고 여겨졌습니다.
오늘 저녁, 퇴근길에 고등학교 동창생 녀석의 전화가 왔습니다. 문득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노래가사가 있었습니다.
'그건 너, 그건 너, 바로 너, 너 때문이야'
익히 알고 있는 노래 가사 그대로입니다. 한나절 가슴으로 아프게 했던 가시와 상처를, 불쑥 걸러 온 친구의 전화 한 통화로 위로받은 지금, 그래서인지 오히려 마음은 더 행복합니다. 과연 그렇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암만 생각해 보아도 나는 가시이면서, 스스로 움이기도 했던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