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터의 친구
곤약 젤리.
곤약젤리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 탄생 설화를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충분히 짐작할만 하다. 분명 다이어터들의 처절한 노력이 있었겠지. 배가 고프지만 살이 찔까봐 함부로 음식을 먹을 수 없었던 다이어터가, 저칼로리 음식의 대명사라고도 할 수 있는 곤약으로 배를 채우려고 발악한 끝에 탄생한 산물이 아닐까. (99% 나의 추측이며 사실이 어떤지는 모릅니다.)
나는 지금 다이어트 중이다. 기간은 2달. 현재 2주차를 넘어 3주차에 접어들었다. 결혼 후 신혼생활을 즐기며 일주일에 2~3번은 저녁에 치맥을 먹었고, 주말에는 맛집투어를 즐겼다. 결혼 전에 웨딩드레스를 위해 급하게 5kg를 감량했었는데 당연하게도 다시 쪘고, 결혼 후 교토 한 달 살기를 갔을 때도 3kg를 감량했으나 역시 다시 쪘다.
체중계의 LED 조명으로 나타낸 엄청난 몸무게를 보면서 생각했다. 이래선 안된다. 잦은 외식과 무분별한 식습관은 건강과 재정적인 측면에 좋지 않다. 사실 결혼 후에 다이어트를 시도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나름 몇 번 시도해 보았으나 몇 번의 실패로 끝났다. 그러다가 2주 전, 문득 지하철 안에서 그런 생각을 했다. '영원히 이 몸이면 어떡하지'... 에이 설마 그럴리가~ 라고 생각하기에는 사태가 심각했다. 이대로 영원히 다이어트를 성공하지 못으면 아마 영원히 이 몸이 유지되거나 살이 더 찔거라는 건 불보듯 뻔한 사실이었다. 치킨을 먹고 "괜찮아 이제부터 다이어트해서 빼면 돼~", "다이어트 할 거야~" 라고 말해봤자 실제로 다이어트해서 살을 빼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이런저런 생각과 친구의 다이어트 성공샷을 보고 여러모로 자극 받은 나는 과감하게 유료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결제했다. 그리고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다이어트 기간에는 칼로리가 적은 음식을 위주로 섭취하는 게 좋다. 그래야 섭취 칼로리가 줄어들어 살이 잘 빠지니까. 양을 절반으로 줄이고 칼로리가 적은 음식을 위주로 섭취했다. 처음에는 어렵지 않았다. 의외로 배도 덜고팠다. 하지만 체중이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남들은 일주일에 3kg도 뺸다는데 왜 나는 1kg도 안 빠질까. 2주차가 시작될 때는 식단을 더 쪼였다. 덜 먹고 조금이라도 칼로리가 적은 음식을 먹으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배가 고팠다.
배가 고파서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짜증이 났다. 하지만 섭취 칼로리를 더 늘리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할까 고민하다가 잠깐 들린 마트에서 곤약 젤리를 3개 샀다. 이거다!
나는 곤약 젤리를 좋아한다. 예전부터 좋아했다. 다이어트를 하지 않을 때도 한 박스 구입하여 김치냉장고에 넣어두고 살짝 얼려 먹었다. 제일 맛있는건 닥터x브의 청포도맛 곤약젤리였다.(스위트머스캣맛이 나왔다고 하는데 아주 궁금하다) 상큼하고, 맛있고, 칼로리까지 적다! 완벽한 디저트다. 평소에 디저트로 케이크나 과자, 빵보다는 과일을 주로 먹기 때문에 입맛에도 아주 잘 맞았다. 칼로리를 생각하면 거부감이 드는 아이스크림의 대용이 되기도 한다.
게다가 곤약젤리는 아무런 손질이 필요 없다. 과일을 먹으려면 냉장고에서 과일을 꺼내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은 후에 잘라 먹어야한다. 그러므로 먹고난 뒤에는 필연적으로 설거지감이 생긴다. 빵이나 케이크도 마찬가지다. A4용지 위에 올려먹거나 손으로 먹는 게 아니라면 설거지감이 생긴다. 귀찮다. 밥 먹은 뒤에 한꺼번에 설거지를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해도 설거지감이 생겼다는 사실 그 자체로 마음에 레고 1조각 정도의 부담이 생긴다.
그런 면에서 곤약 젤리는 아주 좋은 디저트다. 뚜껑을 열고 그냥 먹으면 된다. 다 먹으면 버리면 된다. 끝. 아주 간단하다. 후후.
힘든 다이어트 라이프에 그나마 활력을 주고 있는 곤약젤리. 가격이 살짝 부담되긴 하지만 치킨 가격을 생각해보면 못사먹을 것도 아니지 않나. 물론 곤약 단가와 닭 한 마리의 단가가 크게 차이날 거 같긴 하지만 그런 복잡한 사정은 한 명의 소비자가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지글거리는 양곱창을 먹고싶은 욕구를 꾹 참고 오늘도 쫄깃한 양곱창 대신 물컹한 곤약젤리를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