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남 1녀 중 막내다. 하지만 나에게는 동생이 있다. 바로 큰이모의 딸이다. 사촌동생.
나하고는 5살 차이가 나는 동생이 태어났을 때를 어렴풋이 기억난다. '아기가 태어났대, 아기를 보러 가자'. 그 옛날 서울에서 먼 대구까지 차를 타고 갔다. 그리고 푹신한 요에 누워있는 아기를 보며, 참 작다며 놀랐던 기억이 난다.
나는 친가쪽에서는 막내라 동생이 없었다. 외가쪽에는 이미 사촌 남동생 2명이 있었으나, 남자아이들이라 그들은 오빠와 더 잘 놀았다. 그러다가 나와 같은 여자아이, 여자 동생이 처음 생긴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처음부터 이 아이가 애틋했고, 좋았다.
동생은 대구에, 나는 서울과 경기도에 살았던지라 자주 보진 못했다. 하지만 여름 휴가를 대구 이모들과 자주 같이 간 지라, 우리는 여름 휴가 때면 만났다. 2박 3일, 3박 4일을 함께 보내고나면 아쉬움에 엉엉 울면서 헤어졌다. 3박 4일을 계곡 민박집에서 찐하게 놀고 헤어지면서, '동생이랑 통화하게 빨리 화상 전화가 발명되면 좋겠다'고 아쉬워 하며 집에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집에 동생이 놀러올 때면, 동생이 집에 와있다는 사실에 학교에서부터 마음에 들떠 빨리 집에 가고 싶었고, 구름에 붕 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이미 발레 학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동생은 언니처럼 발레를 배우고 싶다며 한창 발레를 배웠고, 나를 만나면 발레 놀이를 하자고 했다. 나는 진작에 발레 학원을 그만 뒀음에도 나를 따르는 동생이 좋아, 동생이 발레를 하는 걸 보고 싶어서 어울려주곤 했다.
나는 다섯살이나 어린 동생이 귀여웠고, 이뻤고, '언니언니'하고 따르는 게 좋았다. '언니처럼 할래.' 누군가가 나를 좋아하고, 따르고, 동경하는 것을 인생에서 처음으로 동생을 통해 경험했다. 그러니 동생이 미울리가 있는가.
동생이 고등학생이 되고, 공부를 잘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내심 내 일도 아닌데, 내 아이도 아닌데 뿌듯했다. 자주적으로 동아리 활동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잘 자라고 있구나, 역시 범상치 않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생이 서울로 대학을 합격해, 대학을 다니는 동안 우리집에서 나와 한 방을 쓰며 지내겠다고 했을 때, 나는 두손 들고 환영했다. 어릴 적 여름 휴가 때처럼 매일매일을 동생과 놀 수 있다니. 내가 거절할 리가 없었다.
대학생이 된 동생은 내 예상보다 더 괜찮은 아이가 되어 있었다. 공부를 열심히 했고, 놀기도 잘 놀았으며, 영어를 아주 잘했다. 이때부터 나는, '동생이 나보다 나은 사람이 되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던 거 같다. 생각해보면 살아가면서 나는 동생에 대해 걱정해본 적이 없었다. 동생은 현명하고 똑똑한 아이였으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확실하게 아는 아이였다. 하고 싶은 일을 해낼 수 있는 아이였다. 그래서 '나보다 낫다'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우리집에서 나와 한 방을 쓰며 같이 살다가 때로는 자취를 하고, 임용고시를 준비하다가 동생은 임용에 합격해 영어 선생님이 되었다. 나보다 낫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내눈에는 아직 한참 어린 동생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니, 상상이 잘 안됐지만 여튼 기특했다. 역시 착실한 아이구나, 싶었다. 동생은 학교에서도 인기가 많은 듯했고, 수업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것 같았다. 그 아이가 만든 수업 자료 PPT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살아오면서 이모는 나한테 '언니가 동생을 잘 이끌어주고 지켜봐줬으면 좋겠어'라고 종종 말씀하셨다. 동생을 지켜보는 일은 내게 보람이며 지켜볼 때마다 뿌듯한 일이지만, 사실 나는 안다. 동생은 내가 지켜보지 않아도 혼자서도 충분히 잘 인생을 운영해나갈 수 있는 영리한 아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 영리한 아이가 지난 주말, 드디어 결혼했다. 동생의 배우자는 역시 동생이 선택한 사람인 만큼 괜찮은 사람이었다. 무더위속에서도 결혼식장은 예뻤고, 식사는 맛있었다. 그리고 나의 범상치 않은 동생은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붉은 베이스를 연주하며 신랑과 함께 축가를 불렀다. 축가를 들으면서 나는 동생이 지금까지 잘 해왔듯이, 앞으로의 결혼생활도 문제 없이 잘해나갈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하객들과 박수를 치며 웃었던 그 식장의 그 행복한 순간이, 동생의 결혼식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예고하는 것 같았다.
앞으로 펼쳐질 유부라이프에서도 나의 귀엽고 영리한 동생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잘 살며, 지금처럼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언제나 바라는 마음을, 동생의 결혼을 기념하여 새삼스레 이렇게 글로 박제해 본다. 너에게는 언제나 서툰 언니지만, 그래도 진심으로 너의 행복을 무조건적으로 바라는 언니가 있다는 것을, 알아주고 힘으로 삼아주었으면 좋겠다.
결혼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