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의 00 - 강연

by 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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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하지?


강연이 한 달도 채 안 남았다.


하반기에는 강연 의뢰가 두 개 들어왔다. 하나는 해외 유학 박람회에서의 토크이고, 하나는 모 대학교에서의 진로 토크다.


어떻게 나를 알고 강연 의뢰를 주셨냐면, 대개는 책이다. 책을 보고 연락을 주시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일단 책은 내고 봐야하는 거 같다. 물론 무용한 경우도 있겠지만. 그리고 과거에 했던 강연이 어느어느 루트로 연결이 되어 갑자기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다. 모 대학교의 진로 토크는 이 케이스인 거 같다. 어떤 루트로 어떻게 연락이 되었는지는 전혀 모르지만 어쨌든 의뢰가 온 건 감사한 일이니 수락했다.

진로 토크는 11월이니 아직 조금 기간이 남았다 치더라도, 모 박람회에서의 토크는 10월 초~중순이기 때문에 이제 슬슬 준비를 해야한다. 50분이라는 시간을 나혼자만의 이야기로 채우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지 콘텐츠를 짜야하고, 대본을 짠 뒤 머릿속에 집어넣고 연습도 많이 해야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나는 MBTI의 I 성향이기에 더욱 그렇다. 내향인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강연 의뢰를 수락하고 진행하는 이유는, 그저 '의뢰가 들어와서'+'막상 해보면 재밌고 보람차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만이 이유는 아니다. 수입적인 면도 있다. 번역가이자 작가로서, 제일 쉽게 부수입을 얻을 수 있는 루트가 바로 강연이다. 지금은 들인 시간에 비해서 강연료가 꽤 보람... 차다고는 할 수 없지만(솔직히 그 시간에 번역을 하면 더 많이 벌 것이다) 난 아직 강연 초보고, 강연 경력이 쌓이고 쌓이면 강연료도 보람차게 상승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일단 해보는 게 좋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 그러니까... 이제부터 강연을 준비해야한다. 박람회에서의 주제는 '교토에서의 한 달 살기'다.교토에서 살아본 경험을 재밌게 썰로 풀어내면 좋을 거 같다. 그런데 왜 이렇게 쌉소리 밖에 생각이 안 나는지 모르겠다. 큰일났다. 천년의 고도에서 살아본 경험을 멋드러지게 들려주고 싶은데, 내가 한 고생들밖에 생각이 나지 않으니 정말 큰일이다. 지금에라도 내가 쓴 책을 다시 읽어보고 머릿속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강연을 앞두고는 항상 이런식이다. 언제나 '큰일났다'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그러고는 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준비한다. 물론 최선을 다 한다고 해서 퀄리티가 그만큼 좋으냐는 별개의 문제지만. 어쨌든 큰일난 것이다.

아는 사람 중에 딕션이 정말 좋은 사람이 갑자기 떠오른다. 내가 그 사람처럼 딕션이라도 좋았다면 이렇게까지 난감해 하지 않았을까? 나는 목소리도 좋지 않고 딕션도 안 좋은 편이라서 심히 걱정이 된다. 지금이라도 아나운서를 따라해야하는 걸까? 아니, 뭔 아나운서 흉내야... 아 모르겠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마음을 갖고 나는 언제나 강연에 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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