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에게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란
그림 출처 http://www.tapasnews.com/view.php?ud=20180308000295
아이가 6개월에 접어들 때 쯤 복직해야하는 날이 하루하루 다가왔다. 선배 워킹맘이자 훌륭하게 남매를 키워내신 40년차 워킹맘 우리이모는 말씀하셨다. 머릿속에 스위치를 만들어라. 집에와서는 ‘엄마’로 회사에서는 ‘직장인’으로 그때그때 빠른 전환과 집중이 필요하니까.
고작 4년차 워킹맘인 나는 이렇게 말한다. 불가능하다. 그 흔한 감성도 부족하고, 하루종일 컴퓨터앞에서 숫자와 반도체 용어와 싸움하는 나조차도 그건 불가능하다고…
Mission impossible
아픈 아이를 어린이집에 이른 시간 맡기고 출근길에 올랐다면... 중요한 미팅 준비를 미뤄두고 아이를 픽업하러 갔다면.. 어떻게 마음이 자유로울 수 있을까
선 탑재도 되지 않은 스위치를 내 머릿속에 임플란트 하느니 오히려 라이프와 워크의 경계를 없애 버릴 순 없을까 고민해보자. 집 밖에서 보일러도 켜고 세탁기도 돌리는 시대인데... 일이라고 그렇게 못할까. ‘레버리지’를 쓴 작가 롭 무어는 말한다. 가족들과 여행을 가서 아이들이 수영장에서 노는 동안 비치베드에 누워서 밀린 메일을 체크하고 다시 아이들과 물놀이를 하러 간다고. 한국에 있다고, 높은 직책이 아니라고 못할 건 뭔가.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결국 내 안에서 답이 나온다. 스스로가 나보다 주변을 더 신경 쓰고 있기 때문이다. 부장님 눈치가 보여서.. 아이 눈치가 보여서.. 나조차도 나를 허용해주지 않는데 어떻게 주변에서 날 허용해 줄 수 있을까. 나의 마음 가짐은 마지막 결정권이 아니라 한 발만 물러나도 밀려나는 최소한의 마지노선이다. 아이에게 엄마의 일이 당당하듯 직장에서 나의 아이도 떳떳한 존재라고 계속 다짐해보자
나에게 있었던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해본다.
아이의 등 하원을 맡고 있는 나는 어린이집 등원 시간 때문에 아무리 중요한 일이 있어도 출근시간보다 일찍 출근할 수가 없다. 그럴 땐 아침 일찍 일어나 아이의 등원 준비를 끝낸 후 아이가 깨기 전에 메일 체크를 끝낸다.
몇 년 전 아이가 가와사키 병으로 일주일 가량을 입원한 적 이 있다.(지금 생각해도 마음 아픈 시간이었다) 당시 새벽에 진행되는 테스트 결과를 봐줘야 할 일이 있었는데, 아이를 병원 침대에 재워두고 컴컴한 병실에서 노트북을 열어 데이터를 보고 리포트를 만들고 회사랑 통화를 하며 일을 끝냈다. (이때 누군가가 그랬다.. 그렇게 까지 해야 하니?)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는 이상 일에서 절대 빼 둘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회식이다. 회식이 있는 날은 밖에서 아이의 저녁까지 해결하면서 팀 이벤트에서 참석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다. 처음에 아이를 데려갔을 때는 낯설어하셨지만, 이제는 회식 때가 되면 아이를 꼭 데리고 오라고 말씀해주신다.
다들 그럴 거다 ‘말이 쉽지’.. 맞는 말이다. 말은 쉽고 행동은 어렵다. 하지만, 명심하자. 둘 다 잘 해내고 싶은 내 욕심을 채워 줄 사람은 나 밖에 없다. 놔버리냐 더 세게 움켜쥐느냐 선택은 내 몫이다.
그렇게 나는 매일매일 흔들리며, 또 동시에 많은 일을 해내며 또 하루를 이겨낸다. 나의 일을 사랑하고, 나의 가족을 사랑하는 두 마음의 갈등 사이에서 ‘오늘도 수고했어’라는 칭찬으로 하루를 마무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