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소 말고 소청소

-읽는 라디오

by 하쿠나 마타타

오프닝

집안 곳곳 정리할 것들이 쌓여있습니다. 정리되지 않고 쌓여있는 물건을 보면 제 마음인 거 같아 직면하기가 힘들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내일은 꼭 정리를 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오늘이 된 내일은 또 불편한 마음으로 지켜만 봅니다. 바보처럼.


음악

-조은(머릿속에서 니가 막 걸어다녀)

조은 - 머릿속에서 니가 막 걸어다녀 (가사) - YouTube



사연

SNS를 보면 정말 부러운 것이 있습니다. 깔끔하게 정리된 집안의 모습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지 않아서 가장 부럽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부끄럽게도 정리 못하는 병이 있을 정도로 정리를 못합니다. 물건의 자리를 정해두고, 쓰고 나서 원래의 자리에만 두면 된다고 하는데 그걸 못합니다. 당장 필요해서 쓰고, 제자리에 두는 걸 못한다는 겁니다.

어쩜 그게 안 되는지 가끔은 저조차도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습니다.


결혼 전에는 엄마가 하나서부터 열까지 전부를 해주셨습니다. 결혼 후에는 엄마의 역할을 남편이 하고 있습니다. 대신 저의 자존심으로 하나서부터 다섯까지만 허락합니다. 무슨 자존심인지 저는 정리를 하지 않으면서도 남편에게 전부 위임하지 않습니다. 반정도는 내 손이 가야 한다는 쓸데없는 말도 안 되는 자존심, 아니 아집으로 똘똘 뭉친 고집이 만든 결과는 가혹합니다.

제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해고, 정리하고 싶은 마음을 반을 누르는 남편이 있기에 우리 집이 그나마 이 정도로 유지가 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사정을 아는 언니는 말합니다.

“왜 니가 정리를 하지도 않으면서 남편도 못하게 해? 남편이 해 준다고 하면 ‘감사합니다’하고 전부 시켜야지. 한다는 것도 왜 말려? 난 당최 이해가 안 된다.”


사실 저도 이 심리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하지도 않으면서도 못하게 하는 심리.

정리되지 않은 옷장을 보면서 ‘그냥 남편 보고 하라고 한마디만 하면 싹 정리되어 있을 텐데’ 왜 그 말을 하지 못하는지 오늘도 자책합니다. 분명하라고 하면 정리되지 않은 옷장을 보면서 불편해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 한마디가 안 나오는 건지.

그런 자책감 뒤에 결심을 합니다.

‘한꺼번에 전부 하려고 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씩 조금씩 하자. 아니면 시간을 정해서 매일의 루틴처럼 하자. 대청소보다는 소청소를 하라는 어느 박사님의 말처럼.’

그렇게 자책감을 밀어냅니다. 이런 결심마저 하지 않으면 제가 견딜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집안 살림에 큰 욕심이 없는 게 아닌 건 확실합니다. 예쁜 데코가구를 보면 갖고 싶은 욕구가 올라옵니다. 다만 사놓고 또 정리를 못하는 저를 마주하기 싫어서 빠르게 스크롤을 내려 버립니다. 분명 제 안에도 깔끔하게 정리된 예쁜 집에서 살고자 하는 로망이 있을 텐데 외면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은 인지는 했지만 못하는 분야이기에 시작하기가 두렵다는 게 솔직한 표현입니다.


그 두려움을 소청소로 이겨보려고 오늘도 다짐을 해봅니다. SNS에 나오는 모델하우스 같은 집은 아니더라도 자책감이 들지 않기 위해서 머리부터 질끈 묶습니다. 그리고 박스를 가져와서 버릴 것을 채웁니다. 이렇게 매일 30분씩 정리하다 보면 아주 작지만 성취감이 생기지 않을까요?



음악

-이소은 (키친)

이소은(LEE SO EUN) - 키친(Kitchen) 가사ㅣLyricsmay YouTube



클로징

저는 반드시 해내야만 하는 일은 하는 사람입니다. 해야 할 일을 루틴으로 만들면 더 큰걸 이루어 낸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집안일이라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아닌 언젠가 할 일로 생각하다 보니 미루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해내야만 하는 일로 규정짓고 매일 소청소를 연말까지만 해보겠습니다. 저를 효능감 회복을 위해서.

오늘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많은 행복을 만드세요.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