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과 시댁사이

-읽는 라디오

by 하쿠나 마타타

오프닝

나란 사람은 분명 하나인데 상황에 따라 많이 변합니다. 친정에서는 딸, 시댁에서는 며느리.

위치가 다르면 같은 상황이어도 하는 일은 달라집니다.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명절이면 언제나 느끼는 것입니다.



음악

-황가람 (나는 반딧불)

황가람 - 나는 반딧불 // 가사 YouTube



사연

긴 연휴이지만 3일 동안 친정과 시댁을 모두 다녀왔습니다. 시댁은 시댁 나름의, 친정은 친정 나름의 사연이 있기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돌아오는 7일 저녁입니다. 그래봤자 2박 3일 집을 비웠을 뿐인데 우리 집이 제일 편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먼저 간 친정이 가장 편했습니다. 때 되면 엄마가 밥 차려 주시고, 내어주신 과일만 먹고, 바닥과 한 몸이 되어도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아이의 밥을 챙길 것도 없고, 먹고 난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게 친정 프리미엄이라는 걸 잘 알고, 온전히 누리고 왔습니다.


시댁은 오늘 아침 일찍 도착했습니다. 어제 오후에 오신 시누네 가족들과 아침을 먹고, 어머님께서 설거지를 하시겠다고 그냥 있으시라고 하시는데 마음이 불편합니다. 친정에서는 설거지를 하려는 마음조차 없었는데,

시댁에서는 어머님 살림이기에 밥은 어머님께서 차려주셨지만 설거지는 나의 몫이라고 느끼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같은 상황이지만 제 입장은 분명 다릅니다. 설거지를 하지 않는 같은 상황에 불편한 마음이 드는 건 며느리이기에 드는 당연함인가 봅니다.

그렇다고 저희 시어머님께서 며느리라고 막대하시는 분은 절대 아니십니다. 딸과 똑같이 대해주시려고 늘 노력하시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먹은 설거지도 며느리도 딸도 시키지 않으시고, 본인께서 하시는 것이 더 빠르게 하실 수 있다고 하시면서 주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시는 좋은 시어머님이십니다.


과일도 시누가 깎아주시는 걸 먹으면서 그동안의 근황 토크를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점심과 저녁을 먹고 이번에도 말리셨지만 밥값은 하겠다고 설거지를 제가 했습니다. 그게 마음이 편하니까요.


이뿐만 아니라 친정에서 담아주신 반찬의 종류를 보면 제가 좋아하는 반찬 위주로 아이와 남편이 함께 먹을 수 있는 걸 꾹꾹 눌러 담아 주셨고, 시댁에서는 남편과 아이가 좋아하는 반찬 위주로 제가 함께 먹을 수 있는 걸 담아주셨습니다. 어차피 저희 셋이 다 같이 먹는 것이기에 아무 상관없지만 차이는 있습니다. 신 김치를 좋아하는 저와 겉절이는 좋아하는 남편과 아이이기에 가져온 두 종류 모두지만 양이 다른 걸 보면 확실히 어디에서 가져온 건지 바로 알 수 있으니까요.


얻어먹는 입장에서 따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다른 점을 이야기한 것뿐입니다.

이렇게 반찬을 챙겨주시는 엄마와 어머님이 계시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합니다. 진심입니다.

이렇게 가져온 반찬으로 가득 찬 냉장고를 보면서 드는 든든함으로 말하면 진심이라고 느껴지실까요?

친정이랑 시댁과 확실하게 구분 짓고 사는 사람은 아닙니다. 저도 남편도. 여전히 해드리는 것보다 받는 것이 많은 저희는 염치없지만 옆에 계심이 감사합니다.



음악

-유승찬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 유승찬 YouTube



클로징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런 양가 부모님께서 오래오래 제 옆에 계셨으면 합니다. 꼭 반찬 때문이 아닙니다.

옆에 계시다는 것만으로 드는 든든함과 보고 싶을 때 언제든 찾아뵐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저는 알기 때문입니다. 제가 해드리고 싶은 게 많지만 아직은 여의치 않아해드리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지만, 베풀어주신 사랑을 조금씩 오래 갚을 수 있게 오래 계셔주세요.

오늘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많은 행복을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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