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만 그러는 거 아니야, 사실 나도 그래

-읽는 라디오

by 하쿠나 마타타

오프닝

남들은 다 잘하고 있는 거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 올 때가 있습니다. 나는 제자리를 버티기도 힘이 들 때 나만 빼고 전부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되면 격차가 더 벌어진다는 사실을 인지할 때 마음은 지옥이 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런 지옥을 왔다 갔다 하는 게 인생의 디폴트 값인가 봅니다.



음악

-왁스 (엄마의 일기)

(2) 가사영상 | 왁스 - 엄마의 일기 - YouTube



사연

‘나 너한테 밖에 이런 말 못 하는 거 알지? 극성맞다 생각하지 말고 잘 들어줘. 나 지금 엄청 초조하고 답답해’

카톡 미리 보기 창으로 확인한 내용입니다.

아침 7시부터 카톡을 보내도 아무렇지도 않은 사이인 미란언니입니다.


중학교에 입학한 큰애가 처음으로 중간고사를 보고 성적이 나왔는데 평균 98점으로 전교 2등을 했다고 합니다. 2등을 해서 행복한 게 아니라 전교 1등은 단순히 전교 1등이 아니고, 고등과정도 병행을 해가고 있는데 이를 어쩌면 좋냐고 묻습니다. 본인 아이는 혼공 하는 아이라 겨우겨우 중학교 2학년 과정을 나가고 있는데 이미 늦은 게 아니냐고 하는 언니가 답답해 죽겠다고 합니다.


분명 아이가 잘하고 있는 걸 알고 있고, 기특하다는 기본적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주변에서 이런 말을 들으면 답답하다는 겁니다. 맞습니다. 잘하는 아이는 잘하는 아이대로, 못하면 못하는 아이대로 엄마의 걱정은 많습니다.

언니의 아이는 중학교 1학년인데 지금까지 사교육을 단 한 번도 받아보지 않았습니다. 그 흔한 학습지나 태권도 다니지 않았다고 합니다. 학습지 할 돈으로 책을 사주고, 태권도 다닐 돈으로 가족끼리 등산하고 맛있는 밥을 먹고 내려왔다고 합니다. 아이는 친구들과 축구, 농구를 하면서 체력을 길렀다고 합니다.

사교육을 절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언니는 아닙니다.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사교육의 도움을 받고 이용하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직 아이가 보내 달라는 말도 하지 않았고, 언니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중간고사 이후 알게 된 사실이 언니를 불안하게 했나 봅니다. 단순히 1등과 2등의 차이가 아니라 지금의 격차자 고등학교 가서는 더 크게 벌어지면 어쩌냐고. 지금이라도 학원을 알아봐야 하는 건가 싶은 마음이라고.

저는 아직 초등학생을 키우고 있지만 언니의 마음은 100000000000000000% 이해됩니다. 같은 엄마니까요.

우리 아이만 보면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 들지만, 주변을 보면 뒤처지는 부분만 보이고, 지금 뒤처지면, 인생도 뒤처질 것 같은 마음에 불안도가 극도로 올라가서 예민해집니다.


엄마인 우리는 인생을 살아봐서 공부가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아이들은 아직 공부가 왜 중요한지 모르는 게 당연합니다. 그러니 엄마들만 답답한 거죠.


저도 극성맞은 엄마입니다. 내 아이가 공부도 잘하고, 책도 많이 읽고, 운동도 잘하고, 교우 관계도 좋고, 키도 컸으면 좋겠고, 한마디로 내 아이는 완벽하길 바랍니다. 그러니 극성맞은 엄마라고 스스로를 칭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폭주하는 마음을 다잡는 방법이 저만의 방법이 있습니다. 과연 나는 완벽한 엄마인가?라고 묻습니다.

돈도 많고,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괜찮고, 음식도 잘하고, 청소도 잘하고, 아이에게 친절하게 말해주고, 아이가 원하는 게 무엇이지 잘 캐치해서 해주는 그런 엄마냐고 스스로에게 물으면 됩니다.

노력은 하지만 완벽한 엄마는 아니라고, 고로 우리 아이도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복잡했던 마음이 사그라듭니다.


오늘 미란언니에게 똑같은 말을 해 줬습니다.

그러니 ‘알았어, 아침밥 잘 챙겨 먹고 일해.’라는 마지막 카톡이 왔습니다.



음악

-god (웃픈 하루)

(2) god (지오디) - 웃픈 하루 (A Funny But Sad Day) [MP3 Audio] - YouTube



클로징

미란 언니와 저는 그런 사이입니다. 아이들이 잘했을 때는 눈치 안 보고 자랑을 실컷 하고, 아이로 복잡할 때는 듣고 싶은 얘기가 아닌, 현실적인 얘기로 정신을 차릴 수 있게 해주는 말을 하는 사이.

그래서 이 관계가 오래간다고 믿는 둘입니다. 따뜻한 위로를 건네지 않은 건 마음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는 걸 너무도 잘 아는 사이라서 좋습니다.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많은 행복을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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