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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쿠나 마타타 Feb 10. 2023

대학을 또 간다고?

배움이라는 삶의 목표

3월이면 다시 대학교의 신입생으로 입학한다.     

20살의 풋풋한 새내기가 아니라 만학도인데 신입생이다.


20살에 정상적으로 인서울의 대학을 들어가 학사졸업을 하고,

결혼  남편의 회사이동으로 타지로 와 시간이 나서 방송통신대학교에 들어가서 졸업을 했고,

이번에 또 입학을 한다.


필요한 학위를 위해서 편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취업을 위해 졸업장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입학을 택했다.

물론 이번에도 방송통신대학교이다.


주변에서는 왜 필요하지도 않은 공부를 하느냐고 묻는다.

그럼 나는 두 가지의 이유를 말한다.


첫째는 바쁘게 살아가는데 가장 돈이 적게 드는 방법이 "공부"이다.

그런데 혼자서 하는 공부는 방향을 잡아가는 것도 쉽지 않다.

게다가 목적도 없고, 절실함도 없다 보니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그러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상황을 맞이한 적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누가 시킨 것은 아니었지만 이것도 못 해내고 있는 내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지며

자괴감마저 들었다.


학교 다닐 때 주입식으로 공부한 사람으로서 수동적으로 시키는 건 성실하게 수행해 나가는

창의적이지 못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수동적인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저렴한 등록금이지만 취업에 필요한 학위가 아닌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기에 최소한의 경비로 최대의 효과를 보고 싶어서 전액장학금이라는 목표를 잡고 공부했다.


방송대라고 해서 쉬운 곳은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 어려웠다.

나와 같은 이유로 공부를 하는 사람도 없지는 않겠지만

학위에 대한 절실함으로 인해 주경야독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기에

장학금을 타면서 공부하기는 쉽지 않았다.

독하게 했다.

전액장학금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전액 장학금과 반액 장학금을 받아가며

100만 원이 안 되는 돈으로 4년 동안 과제도 내고, 시험도 보고, 학위도 받았다.




두 번째로는 아이와 함께 공부하면서 성장하는 엄마로 기억되고 싶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몇 가지 원칙을 세워 둔 것이 있다.

"공부해라"라는 말대신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엄마가 되자.

라는 한 가지 원칙에 다시 입학을 했다.


말로 하는 것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훨씬 효과가 크다.

아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그게 잘 먹힌다.


아이보다  먼저 아침에 일어나서 책을 보고 있으면 아이가 눈떠서 처음 보는 엄마의 모습은 책을 보고 있는 모습이 인식되었다.

그래서인지  3살 이후 아이는 눈을 뜨면 책을 가지고 와서 내 옆에 와서 책을 펴고 내 흉내를 내고 있었다.

5살 때 한글을 뗀 후로는 눈도 안 떠지는 상황에서 책장에서 책을 골라 내 옆에서 진짜 책을 읽으면서 내가 책을 덮으면 그제야 나에게 안기기 시작했다.


공부도 그래서 시작했다.

내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면 공부하라는 잔소리 없이 옆에 와서 공부를 하겠지라는 믿음으로.


아직 어려서인지 이것도, 아직까지는 먹히는 중이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장담을 할 수 없어서 "아직까지는"라는 단서를 꼭 붙인다. 사람일은 알 수 없기에.)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얻는 최고의 장점은 아이가 공부하는 사람을 늘 본다는 것이다.

하교 후 집에 오면 내 수업이 끝나지 않아서 나와 함께하는 공부하는 아이들이 늘 있으니 말이다.

엄마가 수업 중이기에 아이는 우리 집이지만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래서 내 수업이 끝나길 기다리면서 혼자서 공부를 하고, 책을 읽는다.


모르는 것이 있어도 물어볼 수가 없다. 엄마가 공부방 선생님인데도 불구하고.

엄마의 사업장에서는 조용히 있어주는 것이라는 걸 어릴 적부터 몸으로 체득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공부하는 다른 사람을 엄마의 생계로 매일 보고, 밤늦게까지 수업준비를 하며

나의 얄팍한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기 위한 공부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다 보니

공부는 꼭 해야 하는 걸로 인식하고 있다.

(이것도 "아직까지는"이다.)


방송대를 다니면 과제를 하기 위해서 자료도 찾아야 하고,

시험을 보기 위해서 온라인 강의도 듣고,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가 정규 교과 과정을 마칠 때까지는 방송대에서 계속 공부를 할 예정이다.

아이가 고2가 되면 대학원으로 진학을 해 볼까 하는 꿈도 있다.

왜냐하면 내가 노리고 있는 게 있다.


아이가 고 3 때 "공부하느라 힘들다"는 투정을 부릴 때

"엄마도 해 봐서 안다. 그러니 힘내"라는  꼰대 화법 대신

"나는 논문 쓰느라 힘들다. 그러니 우리 나가서 바람 쐬고 와서 다시 공부하자."라고

공감과  함께 공부하는 전우애로 더 끈끈해지고 싶다.


이 두 가지가 내가 다시 대학에 들어가는 명확한 이유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에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엄마가 되고 싶은 욕심에서 고른 최고의 가성비 끝판왕이라 자부해 본다.


23학번으로 시작하는 나의 대학 생활을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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