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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쿠나 마타타 Feb 03. 2023

카페인 수혈

커피의 힘-생존을 위한 몸부림

중학교 때까지는 커피 냄새만 맡아도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고등학교 때는 시험 때 믹스커피 한잔 마시면 밤새워 벼락치기를 할 수 있었다.

대학교 때 스타벅스 알바를 시작하면서 반강제적으로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손님들이 물어보시거나 추천을 해주어야 하기에)

그렇게 커피를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다.


회사 다닐 때는 진한 아메리카노를 하루에 8잔까지도 마시면서 일을  한 적도 있었다.

속이 쓰리지만 커피를 마시면 잠시나마 집중의 힘을 발휘할 수 있기에.

말 그대로 때려부었다.


선천적, 후천적으로 위가 좋지 않은데도

커피는 끊을 수 없었다.

어릴 적에는 쓴 커피를 마시는 어른들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른이 된 지금의 커피는 생존이다.


새벽시간 눈도 뜨지 못하고 캡슐커피 머신부터 예열버튼을 누르고 세수를 하고 나서 진한 커피 한잔을 마시고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11시쯤 배가 고프면 고민한다.

아점을 먹을까? 커피를 마실까?

커피메이커에 내려져 있는 커피에 눈이 간다.

고민은 매일 하지만 99%의 승률로 커피가 이긴다.

그렇게 또 한잔 마신다.

 

1시, 점심밥을 마시듯이 먹고 나서 이번에도 커피메이커에 손을 뻗는다.

그래야 첫 수업을 신나게 시작할 수 있다.


4시쯤 또다시 커피가 고프다.

그런데 이 시간에 마시면 평소자는 시간보다 늦게 잠들어서 디카페인 스틱을 뜯는다.


커피 향을 맡으며 커피를 마시면 (비록 디카페인이어도)

카페인 수혈이 된 거 마냥 나른한 오후에 활력이 생긴다.


스타벅스에서 우아하게 커피 마시면서 일하는 된장녀가

되고 싶었지만 현실은 집에서 캡슐커피와 커피메이커 그리고 봉지커피를 돌아가면서 마시며 일하는 재택근무자다.


커피의 맛과 향, 커피의 역사를 공부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맛과 향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생존을 위해

카페인 수혈을 하며 살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베네치아 광장에 있는 커피숍에서

우아하게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있는 나를 상상하며

오늘도 커피봉지를 뜯는다.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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