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로 가득 찬 남편의 책상

-읽는 라디오

by 하쿠나 마타타

오프닝

항상 괜찮다고 하는 사람은 정말 괜찮은 걸까요?

괜찮다는 말에는 괜찮지 않다는 말도 포함되어 있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한번 물어보고 싶습니다.

"정말 괜찮아?"



음악

-리쌍 (내가 웃는게 아니야)

리쌍(LeeSSang) - 내가 웃는게 아니야 (Feat. Ali) [가사/Lyrics]



사연

남편은 확실한 에겐남이고요, 저는 확실한 테토녀입니다.

결혼한 지 15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애정표현을 하는 남편과는 달리, 저는 남편이 하는 애정표현을 받아주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매일 같이 굴하지 않고 시도를 하는 에겐남이 우리집에 살고 있습니다.

남편을 보면 사랑 많이 받고 자란 티가 납니다. 자신이 사랑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사랑을 주는 법도 확실히 알고 있다는 점이 부럽습니다. 저는 희생적인 사랑을 받은 사람으로 아무 조건 없이 베푸는 사랑에는 서툽니다. 남편이 저와 아이에게 주는 사랑으로 우리 집이 행복해 보인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아이보다 더 해맑게 매일 웃으며, 아이보다 더 아이 같기에

"나는 아들은 낳은 적이 없는데, 왜 아들을 키우고 있는 거 같지?"라는 말을 달고 살 정도입니다.

아이를 너무 사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 제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부러웠던 적도 있습니다.


갑자기 제 노트북이 되지 않아 남편의 컴퓨터를 켜고 업무를 보고 있었습니다. 보내야 할 메일은 보내고 의자에 등을 기대고 멍하니 있다 보니 남편의 책상에서 유독 도드라지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많은 물건들이 있는 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파스가 있었습니다.

붙이는 쿨파스, 핫파스부터 연고형, 젤형, 스프레이형, 동전 파스까지 브랜드 별로 거의 다 있어 보였습니다. 분명 제가 사 주었을 텐데 종류가 이토록 많은지는 몰랐습니다.

아프다는 소리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 쿨파스 떨어졌어."라고 바로 주문을 해주는데 이렇게까지 많은 종류의 파스를 바르고 있었는지는 정말 몰랐습니다.


유독 파스 냄새가 강한 날에 "어깨 많이 아프면 침이라도 맞아보는 게 어때?"라고 했던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괜찮아."라고 말했기에 정말 괜찮은 줄 알았습니다.

오늘 책상 위에 있는 파스의 종류를 보니 괜찮지 않아 보였습니다.


제가 평소와 다른 컨디션을 보이면 병원 가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호들갑을 떠는 남편인데

정작 본인의 몸은 아프면서도 임시 방편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미안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알아주지 못한 미안함과 물어보는데도 솔직히 말해주지 않았다는 배신감이 들었다는 것이 정확하겠지요.

솔직히 말했다고 해도 한의원 가서 침을 맞으라고 닦달하는 거 외에는 한 것이 없겠지만.

그래도 그거라도 했으면 덜 미안할 거 같은 생각을 하며 합리화시켜봅니다.

괜찮다는 말을 달고 사는 사람을 더 잘 지켜봐야 한다는 소리가 틀리지 않나 봅니다. 이런 남편을 보면요.


테토녀인 제가 말을 예쁘게 하거나, 닭살 돋아서 애교는 부릴 수 없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남편에게 화내지 않고

"어깨 많이 아파? 많이 아프면 집 앞에 야간 진료하는 한의원이라도 같이 갈까?"라고 해줘야겠습니다.



음악

-이무진 (잠깐 시간 될까)

이무진 - 잠깐 시간 될까 / Kpop / Lyrics / 가사



클로징

결혼할 때 제가 "지금도 잘해 주고 있으니깐 더 잘해 줄 생각하지 말고, 10년 후에도 딱 지금처럼만 해줘."라고 했는데

남편은 "난 더 잘해 줄 자신 있는데."라고 해서 비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결혼한 지 14년이 지난 지금 남편은 남편이 한 말에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에겐남에게 사랑받고 있는 테토녀는 오늘도 행복합니다.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큰 행복을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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