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더 살았는데 경험해 보지 못한 너의 세상

-읽는 라디오

by 하쿠나 마타타

오프닝

엄마라고 내 아이에 대해서 다 아는 건 아닙니다.

아이보다 오래 살았다고 해서 아이가 사는 세상을 다 아는 건 더욱 아닙니다.

엄마는 엄마만의 세상, 아이는 아이만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음악

-볼빨간사춘기 (너는 내 세상이었어)

볼빨간사춘기 (BOL4) - 너는 내 세상이었어 | 가사



사연

2년 전 아이 담임선생님께 문자를 받았습니다. 학교에서 시력검사를 약식으로 진행했는데 안과 가서 정식 검사가 필요한 것 같다고.

문자를 받고 솔직히 놀랐습니다. 집에서는 TV도 일주일에 딱 한 시간을 보여주고, 핸드폰은 없고, 꼭 필요할 때만 검색기능으로 제 폰을 이용하는 게 전부인데 시력이 안 좋다는 말이 황당했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바로 안과를 갔습니다.

시력검사 결과는 좌, 우 시력이 0.2 & 0.3

생각보다 더 나빴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미디어노출에 관해 물어보셨고, 위에 적은 대로 말씀드렸더니,

그럼 책을 많이 보냐고 바로 물으셨습니다.

네, 책은 많이 봐요. 과할 정도로 보는 편이긴 합니다. 그런데 보호 안경을 쓴 채 책을 본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원인을 찾으셨다는 듯이 웃으시며 "보호안경이 보호 안경의 역할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책을 많이 읽어서 눈이 나빠진 거네요."


그 뒤로 6개월에 한 번씩 꼬박꼬박 안과 진료를 받고 새 안경을 맞추고 있습니다.


일요일 저녁 신인감독 김연경을 보는 중에 아이를 봤습니다. 남편과 저는 누워서 보고 있는데 아이는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아서 보고 있는 모습을요. 누워서 보라고 했더니 안경 때문에 눌려서 아프다고 불편하다고 합니다. 그럼 안경을 빼고 보면 되는 거 아니냐고 반박을 하니 그럼 안 보인다고 합니다.

화면이 안 보인다는 말에 정말 놀랐습니다.

저희 집이 100평 이상 되는 집도 아니고, TV는 55인치가 작은 것도 아닌데 안경 없이 화면을 볼 수 없다는 아이말을 저와 남편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남편과 저는 아직 시력이 양호합니다. 그래서 안경이나 렌즈의 도움 없이도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엄마와 아빠가 더 오래 살았지만 어느 누구도 경험해 보지 않은 세상을 아이가 살고 있습니다.

저와 남편이 경험해보지 않은 세상이라 해줄 수 있는 말도 없습니다. 안경을 멋으로 끼는 것과는 다르게 생활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자기만의 도수로 제작된 안경을 끼고 있는 아이만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마스크를 잘 쓰고 싶지 않은 이유가 안경 김 서림이 싫어서라고 합니다. 저는 찬 공기가 싫어서 마스크의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는데 아이는 김서림이 더 싫다고 합니다.

같은 상황이어도 자신만의 상황에서 선택을 하고,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아내야 합니다.

엄마이기에 아이가 가는 길이 평탄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렇다고 '실패는 나쁜 거니 엄마가 다 감당해 줄게'라고 멋지게 말해 줄수도 없습니다. 그럴 수 없는 걸 아니까요. 다만 아이가 자기만의 세상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잘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응원을 해 주겠습니다. 앞으로 어떤 길이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니까요.



음악

-이루 (까만 안경)

이루 - 까만 안경 [Level II]ㅣ가사/Lyrics



클로징

아이가 안경이나 렌즈 없이는 물체를 뚜렷하게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마음만이 흔들리지 않길 바랍니다.

시력이 안 좋은 건 불편하지만 잘못된 마음을 먹을 이유는 아니니까요.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큰 행복을 만드세요.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