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마음일 수는 없어. 다만......

-읽는 라디오

by 하쿠나 마타타

오프닝

모두가 내 맘 같을 수는 없다는 건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으로 서운한 건 사실입니다. 사람이니까요.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사정을 알고 나면 가슴에서도 이해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더 속상하고 화가 날 때가 있습니다. 이 역시 사람이니까요.

내 맘 같지 않은 행동을 하는 사람에 대해 덜 상처받는 방법이 있을까요?



음악

-김장훈 (나와 같다면)

김장훈 - 나와 같다면 | 가사 (Synced Lyrics)



사연

아이 학교에서 한 학기에 한 번씩 교통봉사를 해야 합니다. 아침 등교시간 30분.

누군가에게는 고작 30분일 수 있지만, 또 어느 누군가에게는 황금 같은 30분입니다. 전업주부라고 해도 어린아이가 있으면 챙겨야 할 것도 많고, 차량이 안 되는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면 초등학교 등교시간과 겹칠 수 있습니다. 워킹맘들은 출근 준비를 하거나 출근하는 시간일 수 있습니다. 각자의 사정이 있지만 한 학기에 한 번씩 돌아오는 교통봉사는 꼭 하자고 지역카페에서도 계속 푸시는 하는 상황입니다.

어린아이의 어린이집 등원을 시키지 못하면 옆에 세워두고 어린아이와 함께 교통봉사 자리를 지키고 있는 분들도 계시고, 워킹맘들은 자신이 못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을 하면서 만원 정도의 사례금을 드리면서 자리를 채우는 경우도 많습니다. 30분에 만원이라면 대신하는 분도 기분 좋게 할 수 있고, 교통봉사를 직접 나가지는 못하지만 자리를 비우는 죄책감은 들지 않을 수 있는 합리적 금액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든 자리를 채우기 위한 저마다의 방법을 찾아서 행동하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아이들의 안전한 등굣길이 된다고 믿습니다.


지난주에는 제가 교통봉사를 해야 했습니다. 깃발을 가지고 나오면서 참여했다는 사인을 하는 곳을 봤더니

지금은 같은 반이 아닌 친구의 이름이 쓰여 있었습니다. 그 아이의 엄마는 저와 나이가 같아 쉽게 친구가 되었고, 아이 친구 엄마들을 만나면 기 빨린다는 생각이 들기 이전에는 같이 커피도 마시고, 밥도 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사인을 하면서 '오랜만에 얼굴 보겠네.'라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착각이었습니다. 이 친구는 끝까지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른 엄마에게 부탁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자리는 끝까지 비어있었습니다.

'사정이 있었겠지.'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예전에 그 친구가 했던 말이 "난 교통봉사 안 나가. 귀찮아서 안나가." 생각났습니다. 제가 "워킹맘들도 돈 쓰면서 자리를 채우잖아. 그리고 다른 건 몰라도 우리 아이들 등굣길이니까 그런 건 나가."라고 했더니 나가는 것도 귀찮지만 아침에 애들 보내고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인데 그 시간을 그런 곳에 쓸 수 없다고 말을 해서 황당했던 적이 있습니다.

생각이 다른 거라고 치부하기에는 저에게는 너무 벅찬 분야였습니다. 젖먹이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하루 종일도 아니고, 고작 아침 시간 30분인데. 그리고 먼 곳도 아니고 집 앞에 있는 학교의 등굣길인데. 그걸 나오는 게 귀찮다고 말하는 친구가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기 빨린다는 생각을 했던 것도 같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사정이 있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러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추운 날씨에 나와서 교통봉사를 한 저를 비롯한 많은 학부모님들이 덜 괴로울 것 같기에 합리화시켰습니다. 그게 제정신 건강에 좋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때로는 알고 싶지 않은 진실을 알게 되어 더 불편한 상황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 경우가 그랬습니다. 마트에서 만난 그 친구를 만났습니다. 인사만 하고 지나가고 싶었는데 먼저 말을 걸어왔습니다.

"우리 교통봉사 같은 날이었더라. 나갔어?",

"응, 나갔지. 왜 무슨 일 있었어?"

"그때 OO이 친구 엄마들이 새로 오픈한 브런치집 가자고 해서 갔다 왔어. 거기가 오픈한 지 얼마 안돼서 아침 일찍부터 가서 대기해야 된다고 해서 일찍 나갔잖아."

"......"


그냥 일이 있었다고 하지, 왜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말하는 건지 묻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아침 일찍 아이들의 등굣길 교통봉사는 귀찮고, 새로 오픈한 브런치집에 가서 대기하는 건 귀찮은 일이 아닌가 봅니다.

저는 옹졸해서 이 상황은 '생각이 다른 거니까요.'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그 친구에게 따져 물을 수도 없었고, 그냥 빨리 피하고만 싶어서 나왔습니다.


제가 학교 관계자도 아니고, 그걸 안 한다고 다른 페널티를 받는 것도 아닙니다. 묻고 따질 수도 없습니다.

"그날 하필 그날, 교통봉사보다 브런치집 가는 것이 그렇게 중요했냐고?"


이미 지난 간 일에 나쁜 감정을 쏟고 싶지 않습니다. 그것도 무의미한 것이라면 더욱. 그래도 속상한 건 사실입니다. 억울한 게 아니라 속상합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엄마가 양육하는 아이가 내 아이와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같은 시대를 살아야 한다는 것이.

제가 다 맞는 건 아닙니다. 다만 무엇이 더 옳은 건지 판단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런 사람들과 함께 살고 싶습니다.


음악

-이적 (당연한 것들)

이적(Lee Juck) - 당연한 것들 | 가사



클로징

모두가 내 마음과 같을 수 없습니다. 다만, 조금 더 상식적인 걸로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우리뿐 아니라 아이를 키우고 있고, 우리의 뒷모습을 보고 우리의 아이들이 자라니까요.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큰 행복을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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