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울린 한마디, 너를 알게 돼서 너무 행복해

-읽는 라디오

by 하쿠나 마타타

오프닝

오히려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표현을 잘하지 못합니다. 어색한 부분도 있지만 표현하지 않아도 알 거라는 마음도 있어서 그렇습니다. 어색해도 가까운 사람들에게 더 잘 표현을 하는 좋습니다. 표현하지 않으면 잘 모르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리고 좋은 말은 계속 들어도 좋잖아요. 그 좋은 감정으로 관계를 더 오래갈 수 있도록 오늘은 옆에 있는 사람에게 한마디를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음악

-박재정 (표현하지 못했던 아쉬움)

박재정(Parc Jaejung) - 표현하지 못했던 아쉬움(Dear My Family)(2023.4.20.)-가사(Lyrics)



사연

하루에 가장 연락을 많이 하는 친한 언니가 있습니다. 물리적 거리가 멀기에 1년에 한 번 보면 많이 보는 언니입니다. 그렇지만 엄마에게도 못하는 말(대부분 엄마가 걱정할까 봐서 못하는 말입니다.)도 언니에게는 합니다. 남이 묻지 않으면 제 이야기를 잘하지 않는 사람인데 언니한테는 묻지 않아도 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있는 그대로 들어주고, 제가 생각하지도 못한 아이디어도 주고, 잘한 건 잘했다고, 못한 건 못했다고 팩폭을 날리는 언니입니다. 그러다 보니 더 의지하게 되나 봅니다.


오전에 언니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통화되냐고. 그러면서 아이 친구 엄마가 방학특강을 같이 듣자고 연락이 왔는데 고민이 된다고 합니다. 방학 특강으로 세계사를 한 바퀴 돌리려고 팀을 꾸렸는데 한자리가 비웠다고 같이 듣자고 했다고 합니다. 뭐가 고민이냐고 물었더니, 필요한 거 같은데 가장 큰 건 돈 문제라고. 그래서 왜 필요한 거 같냐 물었더니 내년에 세계사에 나오니 미리 해 놓은 것도 좋을 것 같다 합니다.


그래서 언니,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고 들어."라고 밑밥부터 깔았습니다.

수강료가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방학특강을 들어서 세계사를 잘할 거라고 진짜 믿냐? 한국사와 세계사는 맥락의 흐름을 알아야 이해도 쉽게 되고, 기억도 오래간다. 방학 특강에서 하는 강의라면 교과서에 나온 굵직한 사건만 설명한다는 건데, 흐름 없이 그게 얼마나 오래 기억이 남을까? 언니가 생각하고 있던 수업도 아니고 주변에서 듣자고 하면 그 수업에서 얻을 것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라. 얻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면 안 하는 게 맞는 거라고. 나라면 굳이 세계사를 공부시킬 거라면 책을 읽히면서 흐름을 파악할 것이고, 사실 세계사보다는 국, 영, 수에 더 힘을 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어도 결국 책이니 세계사 특강을 듣는 시간에 세계사 관련 책을 읽으면 국어와 세계사를 같이 잡을 것이고, 영어단어, 문법을 더 외우고, 영어책을 더 많이 읽으면서, 수학도 심화과정으로 어려운 문제를 풀다 보면 방학도 시간이 그리 넉넉지 않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제가 다 아는 건 아니지만 내 아이라고 생각하고 아는 범위 내에서는 다 말했습니다. 단서는 나는 지금 초등학생 엄마이다 보니 초등학생 엄마 기준에서 말하는 것이다. 나도 중학생 엄마가 되면 달라질 수도 있으니 너무 맹신은 하지 말라고 한발 뺐습니다.

그렇지만 언니에게 말한 건 모두 진심이었습니다. 언니의 아이가 잘 못되길 바라는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고, 오히려 공동육아하는 마음으로 중학교 아이를 미리 키운다 생각하고 공부하고, 함께 고민하는 동지라 생각합니다.


제 얘기를 듣더니 언니가 "난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너를 알게 돼서 너무 행복해."라고 고백을 합니다.

"갑자기?"

"아니, 아주 오래전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한 번도 표현을 하지 못한 거 같아서. 근데 진심이야. 오늘도, 네가 아니었으면 혼자 고민하다 그냥 한다고 했을 거 같아. 마음에 들지도 않으면서 특강이라는 말에 홀려서. 그런데 네가 내가 놓치고 있는 것들을 다 말해줬어. 듣고 있으니 본질이 보였어. 내가 본질을 놓치고 있었는데 네가 그걸 말해줬어."

갑자기 고백을 받은 여중생처럼 설렜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언니에게 내가 도움을 됐다는 사실도 뿌듯했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에게 너를 알게 돼서 행복하다는 소리를 듣다니. 뭐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그 뭐가 뭔지 정확히는 알지 못하지만 좋은 것임에는 분명합니다.


그 말을 듣기 위해서 한 말이 아니었는데도 좋았습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다는 게 행복했습니다. 언니가 나를 그렇게 생각해 준다는 것이 고마웠고, 내가 언니를 좋아하는 감정이 일방적이지 않음에 더 기뻤습니다. 오래갔으면 좋겠습니다. 이 인연.



음악

-규현 (화려하지 않은 고백)

규현 (KYUHYUN) - 화려하지 않은 고백 [슬기로운 의사생활 OST] [가사/Lyrics]



클로징

담백한 말 한마디가 좋았습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일수록 더 표현을 해야 하는 게 맞나 봅니다.

오늘 언니에게 들은 한마디가 2025년의 마무리에서 2026년 초반까지는 행복할 듯합니다.

표현하지 않아도 알 거라는 생각보다 표현을 해야 서로가 행복한 걸로 기억해 봅시다.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큰 행복을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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