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기 아저씨 안녕히 가세요

-읽는 라디오

by 하쿠나 마타타

오프닝

사람이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는 의연해지기는 어렵습니다. 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의 죽음을 맞이하는 것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남겨진 사람들이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하기에는 가혹하기까지 합니다. 오늘은 그런 날입니다.



음악

-박중훈 (비와 당신)

박중훈 - 비와 당신



사연

영화계의 큰 별, 안성기 님께서 영면에 드셨습니다. 저는 영화계 관계자도 아니고, 안성기 아저씨를 아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팬일 뿐입니다.

언제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안성기 아저씨를 보면서 인상이 정말 좋으시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습니다. 우리 아빠가 안성기 아저씨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내 남편이 안성기 아저씨처럼 인자한 인상으로 나이를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아주 많이 했습니다.


대학생 때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우리나라 영화로는 첫 1000만 관객 영화인 '실미도'가 상영 중이었습니다. 배우들께서 무대 인사를 하러 오셨을 때, 운이 좋게 매니저님과 함께 배우들을 안내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 가장 좋아했던 배우인 안성기아저씨, 설경구아저씨, 정재영아저씨까지 세 분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영화가 있었음에도 행복했는데 그분들과 함께 나란히 걸어가는 영광이 있었습니다. 다음 상영관에 무대인사를 위해 이동 중에 있었는데 인상만 좋은 게 아니라 목소리까지 좋으신 분이신 안성기 아저씨께서

"저희 때문에 고생이 많으시죠? 죄송하고 감사해요."라는 저에게 먼저 말을 걸어 주셨습니다. "아니요, 사실 제가 팬인데 이렇게 가까이서 뵐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라고 하니 "아이고~저를 좋아해 주셔서 제가 더 영광입니다."라고 활짝 웃어주시는 안성기 아저씨께서는 딸뻘 되는 아르바이트생에게도 예우를 갖추어주셨습니다.

저는 수많은 팬 중 지나가는 한명일 테지만 저는 아닙니다.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배우와 단둘이 대화를 나눴던 소중한 날이었습니다.

그 뒤로도 쭉 좋아했습니다. 작품으로만 뵐 수 있는 분이시기는 했지만 그렇게라도 뵐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혈액암으로 투병 중이라는 기사를 접했을 때도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많이 힘들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믿는 종교는 없지만 안성기 아저씨의 쾌유를 빌었던 적도 많았습니다.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건 욕심이라는 걸 알기에, 많이 아프시지만 않길 바랐습니다.


얼마 전에 중환자실에 이송되셨다는 기사를 접했을 때 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아는 사이도 아니지만 제만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제발 아무 일 없길 바라고 또 바랐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결국 영면에 드셨다는 기사를 접하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좋은 분이 세상을 떠나셨다는 슬픔이 밀려왔습니다. 개인적인 인연이 없음에도 제가 많이 좋아한 분입니다. 그분의 연기도 좋았고, 선한 눈웃음도 좋았고, 목소리도 좋았고, 후배들을 위하는 마음도 좋았고, 선한 영향력도 좋았습니다. 어느 것 하나 좋지 않은 것이 없는 분이셨습니다. 저에게는.

'투캅스'를 보면서 많이 웃었고, '인정사정 볼 것 없다'와 '실미도'를 보면서 이토록 멋있을 수 있을까 의심했고, '라디오스타'를 보면서 펑펑 울었습니다. '부러진 화살'을 보면서 같이 분노했습니다. 그렇게 안성기 아저씨는 제 기억 속에 많이 남아계십니다.


아이가 3살 때 "엄마, 죽는다는 게 뭐야?"라고 물었을 때, 아이가 이해하기 쉽게 "사랑하는 사람을 볼 수 없는 거야."라고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근데 지금 안성기 아저씨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죽음이 정말 그런 거였구나'라는 걸 실감합니다.

기사에 실려있던 영정사진을 한참을 멍하니 봤습니다. 여전히 선한 인상으로 인자한 웃음을 짓고 계셨습니다.

메가박스 복도를 걸으면서 보는 사람마저 기분 좋게 해 주시는 웃음을 지으시며 그저 감사하다는 말씀을 해주신 안성기 아저씨를 저는 아주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음악

-신해철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 무한궤도. 신해철 - (가사有)



클로징

저도 이 정도인데 저보다 더 열렬히 좋아했던 팬들은 어떨까요? 안성기 아저씨의 가족들의 슬픔은 상상도 하지 못하겠습니다. 아저씨를 따르던 후배들은 모두 넋이 나가 있는 모습으로 방송에 비쳤습니다. 그분의 인생이 어떤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지요. 그런 분이 계시지 않는다는 게 많이 슬픕니다.

오늘만큼은 충분히 슬퍼하겠습니다.

선한 웃음을 짓고 계시는 안성기 아저씨를 기억하며.

그곳에서는 편안하시길 진심으로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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