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만 돌면

-읽는 라디오

by 하쿠나 마타타

오프닝

열심히 살고 있는데 결과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 가장 지치는 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 남들은 모두 앞서서 가는데 나만 제자리인듯한 생각이 나를 가장 괴롭게 만듭니다. 나도 죽을 만큼 열심히 하는 상황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새해가 시작된 지 열흘남짓 지난 시간 어떤 생각으로 살고 계시나요?



음악

-정인 (오르막길)

정인, 윤종신 - 오르막길 [가사/Lyrics]



사연

가진 재능이 없어서 성실을 무기 삼아 주어진 일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합니다. 열심히 해도 결과는 열심히 한 것만큼은 정직하게 나오는 것은 없습니다. 재능을 가진 사람은 손쉽게 하는 것들을 재능이 없는 저로서는 죽을힘을 다해도 결과는 탐탁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이 가장 힘듭니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무작정 손 놓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무언가를 계속했는데, 쉬지 않고 했는데 나를 기다리는 것은 찬란한 결과가 아닌 절망뿐입니다. 이런 상황을 마주하면 그동안 내가 보내왔던 시간마저도 의심스럽습니다.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헛소리로만 느껴지고, 나라는 사람을 원망하는데 시간을 보냅니다. 그렇다고 미련하게 미련이 남아 포기도 못합니다. 지금까지 한 것이 아까워서 못하는 것도 있지만 여기서 포기하게 되면 나라는 사람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어 버리는 걸 인정하는 상황이라서 놓지도 못합니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명언은 동기부여가 될 때도 있지만 의심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생각대로 살고 있는데 일어나는 일들은 내 생각과는 다른 것들만 일어나고, 순간순간 좌절과 마주합니다.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그 삶을 기웃거리게 합니다. 생각을 깊게 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부럽습니다. 생각이 너무 많은 저로서는.


일주일이 시작되는 월요일인데 오늘 하루만 해도 벽에 여러 번 부딪쳤습니다. 그 벽은 너무도 견고해서 저를 포기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이 벽만 통과해서 모퉁이만 돌면 내가 원하는 것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희망을 버릴 수 없어서. 그 희망마저 버린다면 나의 존재의 가치조차 의심스러운 상황이 될까 봐.

혼자서 '괜찮다, 다시 일어서면 된다.'라고 격려를 하지만 그리 괜찮지 않습니다. 모든 상황이 저보고 포기하라고 하는데 저만 낑낑대고 있는 모습도 안쓰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모퉁이까지만 가보자고 최면을 겁니다. 모퉁이만 돌면 또 다른 길이 열릴 거라고. 그 길은 아직 내가 가보지 않은 길이고, 그 길에는 지금 흘렸던 눈물들을 보상해 줄 것이라고. 읊조립니다.


8시간 동안 마음은 지옥이었습니다. 그 지옥 속에서 불구덩이에 빠지지 않기 위해 소리도 치고, 안간힘을 써가며 도망도 쳐봤습니다. 결국 제자리였습니다. 제가 처한 상황은 아무것도 나아진 것이 없었습니다. 그게 더 힘들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않은데 제자리인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제자리라면 억울하지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능이 없으면 포기가 빨라야 하는 건가요?


이런 상황이 지속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안간힘을 쓰고 있는 제가 안쓰러워서라도 한 번쯤은 봐줄 만 한데 세상은 냉혹합니다. 이래서 세상이 만만치 않다고 하나 봅니다. 마흔이 넘으면 괜찮을 줄 알았던 세상이 지금은 세상이 무섭습니다. 노력도 배반한다는 걸 알게 되어서.

추운 날씨만큼이나 제 마음이 춥습니다.

제 마음에도 꽃이 피는 날이 오기는 할까요?



음악

-노라조 (형)

노라조 - 형 (兄) [가사/Lyrics]



클로징

이런 기운 빠지는 글을 쓰고 싶지 않은데 이렇게 글로라도 풀지 않으면 제가 정말 포기할 거 같아서 썼습니다. 저도 살아야 하니까요. 포기할 수 없는 미련한 자의 발악이죠.

많이 아프고 힘들어도 저는 내일 또 일어나야 합니다. 그게 세상을 사는 방식이니까요.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큰 행복을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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