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반장 잘 뽑았네."
라는 말을 듣고 온 딸이 어깨가 하늘로 승천해 있습니다.
평소 칭찬을 들어도 별 감흥이 없어하던 아이가 정말 기분이 좋았나 봅니다.
1학기에 부반장을 했기에 반장후보에만 나갈 수 있다고 해서
한동안 고민을 하던 아이였습니다.
반장은 하고는 싶지만 떨어지면 창피할 것 같다는 솔직한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그래서 엄마로서 할 수 있는 말을 했습니다.
"반장이 되면 좋지, 그렇다고 안된다고 네가 잃은 건 그 어느 것도 없어.
1학기에 부반장을 했기에 2학기 반장을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도 감사한 거라 생각해.
그리고 지금 네가 반장을 나가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 또한 나중에는 다 도움이 돼.
떨어지면 네가 실패를 이겨낼 기회가 생긴 거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이 말을 듣고 용기를 낸 것인지,
나갈 마음을 먹고 확인하고 싶었는 건지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아이는 반장선거에 나가겠다고 선언을 하고 공약을 깊이 생각했습니다.
자신이 지킬 수 있는 것과 아이들에게 도움을 될 수 있는 걸 깊이 있게 고민하는 모습이
진지해 보이기도 하고, 그 진지함이 웃기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반장이 되었고 공약을 실행하는 첫날이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점심시간에 다 같이
낱말퍼즐을 풀어서 어휘력을 높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야심 찬 공약.
선생님의 도움 없이 아이들의 협조하에 순조롭게 이어갔다고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식사를 마치시고 돌아오셔서 본모습에
"다른 반은 다들 노느라 정신없는데 우리 반은 다 같이 공부하는 모습이라 선생님이 뿌듯하다.
우리 반 반장 잘 뽑았네. 너희들도 협조하는 모습이 멋지다."
칭찬에 모두 다 박수를 쳤다고 합니다.
그렇게 아이는 학교에서 있던 일과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을 흥분하면서 전달해 주었습니다.
평소에 학교 생활에 물어도 대답조차 잘하지 않는 아이라 이 모습이 더욱 사랑스러웠습니다.
자신이 맡은 일이 크지 않더라고 성실히 수행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배웠습니다.
작은 칭찬에 우쭐해 하지 않고, 칭찬에 감사하는 예쁜 마음을 제 마음에 새겼습니다.
제가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아이가 저를 키우고 있다는 생각을 한지 한참되었습니다.
괜찮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걸 알아주는 아이가 있어서
오늘도 괜찮은 날입니다.
(사진출처-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