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잘 살아낸 나에게

-2023년도 잘 부탁해

by 하쿠나 마타타

안녕,

내일이면 2022년도 끝이 나네.


늘 12월이 되면 한 해를 마무리도 해야 하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해야 해서 마음이 바빠.

특히 올해는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있어서

더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어.


이 글을 쓸 때쯤이면 마무리가 되어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해서 이걸로 마무리하려 해.


홀수를 좋아하지만 나와는 짝수가 잘 맞는다는 건

여러 번 경험해 봤기에 부정은 하지 않을게.

올해는 2022, 짝수이자 2가 세 번이나 들어가 있었어.

그래서인지 생각지도 못하게 좋은 일도 많았어.


내 노력보다 더 크게 받은 결과에 놀란 적도 있었고,

마음을 잘 보이지 않는 내가 마음을 보여 줄 사람들도

생겼고,

남이 아닌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는 일들이 많아서

그 어느 해보다 행복했어.


반대로 지금 생각해 보면 별거 아닌 거 같지만

그때 당시는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던 일도 있었지.

누구의 잘못도 아닌,

그저 서로에 대한 오해였다고 밖에 할 수 없던 일이.

서로 너무 아꼈던 마음이 너무 커서

그게 더 힘들었어.


그런데, 맞더라.

시간이 약이라는 말.


시간이 지나고 나니 힘든 마음이 덜 해지는 거.

아니, 덜 힘들어하려고 외면하는 나의 모습에서

내가 작년보다는 나아졌구나 싶었어.


힘든 일이 있으면 땅굴 파고 들어가서

며칠씩, 몇 주씩, 몇 개월씩을 혼자만의 세계에서

나오지 않고 끙끙 앓고 나오는 게 나였는데

이번에는 '외면'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택했어.


해결이라는 최고의 방법은 아니었지만

(사실 해결할 수도 없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외면이라는 차선의 방법을 선택했다는 것도 칭찬해.


2022년도 잘 살아내느라 수고했어.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겠다고 발버둥 치는 모습에 가끔은 안쓰러워 보일 때도 있지만 그걸 못하게 하면 더 힘든 시간을 보내는 나라는 걸 알고 있어.

그래서 2023년도 부탁하려고.

잘 살아내라고.


꼭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되고,

꼭 무언가의 성과를 내지 않아도 되고,

꼭 잘 해내지 않아도 된다고.


다만, 건강하고 순간순간의 행복을 자주 느꼈으면 좋겠다고.


아침에 웃으면서 일어나는 아이를 보고 행복하고,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는 여유에 감사하고,

무심코 편 책에서 찰나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거에

기뻐하고,

내가 생각나서 연락했다는 친구의 카톡에 웃을 수 있다면,

배경음악으로 켜놓은 라디오에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우연히 나와서 흥얼거릴 수 있다면

하루에도 몇 번씩 행복하지 않을까?


꼭 무언가를 해서, 성과를 내서, 잘해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그 상황 속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이 내 옆에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그게 행복일 듯싶다.


이런 행복들이 모여 내 일상이 되고,

그런 일상이 모여 1년이 되고,

1년이 모여 내 인생이 되니까

아주 작은 행복부터 챙기는 한 해를 만들어보기로 하자.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에 부는 달큰한 바람과

해질 무렵 우러나오는 노을의 냄새까지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것을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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