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쿠나 마타타 Dec 30. 2022

한해를 잘 살아낸 나에게

-2023년도 잘 부탁해

안녕, 

내일이면 2022년도 끝이 나네.


늘 12월이 되면 한 해를 마무리도 해야 하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해야 해서 마음이 바빠.

특히 올해는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있어서

더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어.


이 글을 쓸 때쯤이면 마무리가 되어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해서 이걸로 마무리하려 해.


홀수를 좋아하지만 나와는 짝수가 잘 맞는다는 건

여러 번 경험해 봤기에 부정은 하지 않을게.

올해는 2022, 짝수이자 2가 세 번이나 들어가 있었어.

그래서인지 생각지도 못하게 좋은 일도 많았어.


내 노력보다 더 크게 받은 결과에 놀란 적도 있었고,

마음을 잘 보이지 않는 내가 마음을 보여 줄 사람들도

생겼고,

남이 아닌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는 일들이 많아서

그 어느 해보다 행복했어.


반대로 지금 생각해 보면 별거 아닌 거 같지만

그때 당시는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던 일도 있었지.

누구의 잘못도 아닌,

그저 서로에 대한 오해였다고 밖에 할 수 없던 일이.

서로 너무 아꼈던 마음이 너무 커서

그게 더 힘들었어.


그런데,  맞더라.

시간이 약이라는 말.


시간이 지나고 나니 힘든 마음이 덜 해지는 거.

아니, 덜 힘들어하려고 외면하는 나의 모습에서

내가 작년보다는 나아졌구나 싶었어.


힘든 일이 있으면 땅굴 파고 들어가서

며칠씩, 몇 주씩, 몇 개월씩을 혼자만의 세계에서

나오지 않고 끙끙 앓고 나오는 게 나였는데

이번에는 '외면'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택했어.


해결이라는 최고의 방법은 아니었지만

(사실 해결할 수도 없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외면이라는 차선의 방법을 선택했다는 것도 칭찬해.


2022년도 잘 살아내느라 수고했어.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겠다고 발버둥 치는 모습에 가끔은 안쓰러워 보일 때도 있지만 그걸 못하게 하면 더 힘든 시간을 보내는 나라는 걸 알고 있어.

그래서 2023년도 부탁하려고.

잘 살아내라고.


꼭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되고,

꼭 무언가의 성과를 내지 않아도 되고,

꼭 잘 해내지 않아도 된다고.


다만, 건강하고 순간순간의 행복을 자주 느꼈으면 좋겠다고.


아침에 웃으면서 일어나는 아이를 보고  행복하고,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는 여유에 감사하고,

무심코 편 책에서 찰나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거에

기뻐하고,

내가 생각나서 연락했다는 친구의 카톡에 웃을 수 있다면,

배경음악으로 켜놓은 라디오에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우연히 나와서 흥얼거릴 수 있다면

하루에도 몇 번씩 행복하지 않을까?


꼭 무언가를 해서, 성과를 내서, 잘해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그 상황 속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이 내 옆에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그게 행복일 듯싶다.


이런 행복들이 모여 내 일상이 되고,

그런 일상이 모여 1년이 되고,

1년이 모여 내 인생이 되니까

아주 작은 행복부터 챙기는 한 해를 만들어보기로 하자.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에 부는 달큰한 바람과

해질 무렵 우러나오는 노을의 냄새까지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것을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 중)

작가의 이전글 우리는 누군가의 산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