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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쿠나 마타타 Jan 06. 2023

부산, 나에게 늘 친절한 도시

-2023년 시작을 함께한 광안리

지금까지 살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가 본 곳은 부산이다.

왕복거리가 대략 750Km 되는데도 1박 2일로도 갔다 온다.



대학 시절 친구들과 바다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부산행 기차를 타고 바다를 보러 간 적도 있었고,

회사를 다닐 때 노처녀 팀장님이 부산 호텔 이용권이 생겼는데 같이 갈 사람이 없다면서 가자고 해서 함께 한 적도 있었다.   

휴가 때는 아무 고민 없이 목적지가 해운대이고,

아이가 생기면서 아이와 함께 갈 곳을 찾아다니고 있다.




부산은 언제나 나에게 친절하다.

가 느끼는 부산의 느낌이다.

이 느낌이 좋아서 멀지만 자주 간다.


하루는 아이가 침대에서 떨어졌다.

그때  옆에 있던 협탁  모서리에 얼굴을 싹 긁어서 이마와 콧잔등에 상처가 크게 났다.

그다음 날, 남편 친한 친구의 결혼식이 부산에서 있어 새벽에 출발했다.

결혼식이 끝나고 백화점이 옆에 있어서 온 김에 구경이나 해보자고 들어갔다.

3살인 아이는 가고 싶은 곳을 자유롭게 뛰어다녔다.

런데 가는 곳마다 판매 직원분들이

"아이고, 아가 얼마나 아팠을꼬?"라고 진심으로 안타까워하셨다.

엄마가 되고 보니

내 아이 예쁘다고 하는 사람, 내 아이 걱정해 주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람으로 기억된다.

다른 곳도 아닌 백화점에서 그런 말을 듣는데 이 도시 전체가 나를 안아주는 느낌이 들었다. 엄마였기에.


또 한 번은 휴가 갔을 때,

숙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지만 김치찌개가 맛있는 곳이라고 해서 찾아갔다.

밥을 먹고 나오는 길에 은행 현금 인출기에서 출금을 하고 핸드폰을 올려두고 나왔다.

차를 타고 20분 정도 가는 길에 핸드폰이 없어진 걸 알게 되었다. 바로 전화를 해보니 목소리가 예쁜 여자분께서 받으셨다. 핸드폰 두고 가셔서 전화오기를  20분째 기다리고 있으셨다고 하셨다.

되돌아가는 시간 포함해서 40분을 늦은 밤  일면식도 없는 나에게 핸드폰을 돌려주려고 기다려 주셨다.


이렇게 부산은 언제나 나에게 기분 좋은 일들만 선물해 주었다.




2023년은 부산에서 시작을 했다.

아주 오랫동안 부산을 다녀왔지만 새해맞이 해돋이를 보러 부산으로 간 건 처음이었다.

1박 2일 일정으로 다녀오기에는 거리가 멀었지만 부산에서 해돋이를 보는 것도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어 토요일 새벽, 해가 뜨기 전에 부산으로 출발했다.

2022년의 마지막을 부산에서,

2023년의 시작을 부산에서.


휴가는 늘 해운대로 갔지만 해맞이는 광안리 광안대교에서 보고 싶었다.

해는 7시 35분에 뜬다고 했지만 주차 대란을 생각해서 숙소에서 5시 반에 나갔다.

이른 시간에 나갔지만 공영주차장은 이미 만차, 그런데 나가려는 그 순간 우리 앞에서 차 한 대가 출차를 한다.

역시 부산은 나에게 언제나 친절하구나.


해가 뜨기까지는 1시간 반이상이 남은 시점에서 대기할 장소를 찾다 가까이 있는 스타벅스가 불이 켜지는 걸 보고 바로 달려갔다.

해뜨기 전 바다를 보면서 새해 첫날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평소와는 다르게 시럽을 넣은 거 마냥 달콤했다.

그때의 상황과 장소에서 느껴지는 달콤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른 새벽이었지만 해맞이를 기다리는 사람으로 카페는 북적였다.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

친구와 함께.

두들 기대에 찬 표정들이었다.

그 모습만 봐도 행복했다.


7시에 카페에서 나왔다.

해는 백사장에서 직접 보고 싶었다.

구름이 많아서 일출이 잘 보일까 싶은 걱정이 들었지만 기다리기로 했다.




7시 34분, 사람들이 웅성이기 시작했다. 다리 밑에서 해가 아주 작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새해의 첫 해가 뜨고 있었다.

그 걸 내가 아니 우리 가족 모두가 함께 보고 있었다.

부산 광안리에서.


올해로 10살 된 딸아이가 바다에서 보는 해돋이가 웅장하다는 표현을 썼다.


맞다.

웅장하다는 표현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상황이었다.

그 웅장함 속에서 2023년의 소원을 진심을 다해 빌었다.


2023년 시작을 내가 좋아하고, 나에게 언제나 친절한 부산에서 했으니 어느 해보다 행복할 거 같다.

느낌이 좋다.


광안대교 위에 뜬 해처럼

2023년은 빛나는 해가 될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바람이 찬 겨울 바다였지만 내 마음에서는 노란 후리지아가 잔뜩 피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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