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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님 Feb 18. 2023

내내 겨울이었다가 너를 만나 봄이었는데 또 겨울이네

올바른 가정을 가진다는 게 얼마나 나에게는 어려운 일인지 새삼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어린 시절 행복한 가정에서 자라지 못했다. 술주정하는 아버지와 매일 도망 다니던 엄마와 우리. 내 나이 12살 그런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고 1년 뒤 새아버지가 함께 살게 되었다.


새아버지와도 사이가 좋지 않아 매일 싸우고 집을 나가기 반복. 엄마는 단 한 번도 내 편이 되어지주지 않았다.

( 하지만 엄마를 원망하진 않는다. 그때의 엄마는 어찌 됐든 우리를 버리지 않았으니까. )


기댈 곳이 없었다.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항상 문제가 생겼다. 그리고 엄마가 버는 돈으로 차비 말곤 제대로 된  용돈을 챙겨 줄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중학교 때부터 알바를 시작했고 그렇게 친구들과 만남도 자연스레 멀어졌다.


PC방알바, 주유소, 식당, 공장 안 해본일을 손에 꼽기가 힘들 정도로 고등학교 내내 알바만 하고 지냈고 내 생활비는 내가 벌어서 사용을 해야 했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은 학교뿐이었다.


한 번은 정말 친 한 친구에게  돈을 빌려준 적이 있었는데 1년이 넘어도 아무 소식이 없어 돈을 갚으라고 하니  이제껏 돈 없는 너 내가 사준 날이 많으니 그걸로 퉁치자는 이야기를 들었다. 늘 돈 없어서 안 만나겠다던 나를 억지로 불러내 놓고 이제와 빌린 돈을 그걸로 퉁치자니.. 황당하기 그지없었고 비참했다.


너무 웃긴 건 그래도 나는 여전히 물욕이 없다는 것. 돈에 그리 집착하지 않다는 것. 그래서 그 사람이 빚이 조금 있다는 걸 알면서도 결혼을 했고 그 빚이 불어난 걸 알게 되었을 때도 사람은 한 번 실수할 수 있다며 함께 이겨나가 보자 했었다.


이런 이야기들을 개인상담 선생님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남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 나를 먼저 변화시키기 위해 찾아간 곳이었다. 나의 말투가 싫다는 남편의 말에 혹여 내 어린 시절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어 검사도 받아보고 싶었도 대화도 나누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선생님은 내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상담 한 번 안 하고 버티며 살 수 있었냐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눈물을 짜며 한참을 이야기를 했다.


나와의 대화 마지막에 선생님께서는  아마 지금 남편과의 관계가 죽고 싶을 만큼 힘이 드는 이유는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받아야 하는 조건 없는 무한한 사랑을 남편에게 처음 받았었고 나에게 전부였던 그 사랑이 무너지니 아마 죽고 싶을 만큼 힘이 드는 것 같다고 하셨다.


맞는 것 같았다. 외도를 알고 나서 내가 그에게 가장 많이 했던 질문은 아직 나를 사랑하냐는 말이었다. 나를 아직 사랑한다면 나는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사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사랑이 남아 있더라도 그 사랑을 배신한 사실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데.


그래도 그 남은 사랑이라도 지켜야 한다면 그 선택에 따른 고통은 다 본인의 몫일테지.


다음 주에 법원을 간다. 나는 정말 이혼할 수 있을까.

 내 선택의 끝은 결국 무엇일까. 나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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