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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Jul 25. 2021

푸른 초원의 초대장

몽골 말타기 여행_1


“초원을 다스리는 자는 정녕 사람이 아니다. 초원의 경영자는 바람이다.
바람이 계절의 운행을 주관하고 존재들의 삶을 조각한다.”

    - 신영길의 “초원의 바람을 가르다” 중에서 –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여름이 다가오면 몽골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여름이 다가올 때면 ‘고도원의 아침편지’에서 ‘몽골에서 말타기’ 여행을 안내가 뜰 때마다 드는 생각이었다. 모집 공고를 볼 때마다 나에게 함께 가자고 보내는 초청장같이 느꼈기 때문이다. 해마다 핑계일 수도 있지만 여름휴가와 겹치기 때문에 혼자 가는 것도 마음에 걸리거니와 초원에 가서 말을 탄다는 것으로 가족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있었다. 3년 전에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을 가게 된 것도 어떤 부름에 강렬하게 이끌려서 반드시 가야 하는 것으로 느꼈었다.


이번 몽골 말타기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해마다 여름휴가를 몽골로 제안했지만 가족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나처럼 몽골 초원에서 말을 타며 달리는 것에 매력을 느끼지 못해서 일지도 모른다. 올해는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시간을 두고 졸랐으나 결과는 역시 ‘NO’였다. 아무도 나와 동행하지 않는다는 것과 혼자 몽골에 갔다 와도 된다는 무언의 승낙을 받자마자 신청서를 작성했다. 얼마 후 메일함에는 몽골 말타기 안내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드디어 가고 싶었던 몽골의 말타기 초대장이었고 몽골 여행의 시작이었다.




단지 말타기 여행을 7월 말부터 간다는 것 자체가 7월 한 달을 더운지도 모르게 지나가게 하였다. 먼저 여행 준비를 시작하였다. 주된 스케줄이 칭기즈칸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에서 말을 타는 것이기에 특별히 준비할 것은 없었지만 다른 쪽으로 바빴다. 우선 칭기즈칸에 대해서 공부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3년 전 산티아고 여행을 가서 스페인이란 나라와 ‘가우디’라는 위대한 건축가를 그 나라에 가서 어렴풋이 알게 된 실수를 이번에는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칭기즈칸’, ‘몽골’, ‘말타기’란 키워드로 관련된 책을 먼저 검색했다. 특별히 말타기에 대한 책은 그리 많지 않았고 여행기도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몽골에서 말타기에 대해서는 많은 공감을 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그 참 맛을 몰라서인지 관련된 책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아침편지가 만들어 낸 시인인 신영길 님의 “초원의 바람을 가르다”는 검색해 보았다. 절판되어 중고서점에서 그리고 다른 책은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했다. 구입한 책은 이시백의 “당신에게, 몽골”, 김호동의 “몽골제국과 세계사의 탄생”, 조창완의 “노매드 라이프(Nomad Life)”, 주야오팅의 “칭기즈칸 평전”이었다. 다른 책들은 몽골에 대해서 잘 알려주었고 신영길 님의 책은 정말로 앞으로 내가 가서 여행할 말타기 여행을 2006년에 하고 쓰신 것이라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하지만 칭기즈칸 평전은 약 700여 페이지가 넘어서 다 읽지 못했다. 말타기 여행을 갔다 와서 다시 한번 읽어야 할 듯싶다.



나름대로 몽골 말타기 여행을 준비하는 것도 없이 시간이 바쁘게 흘러갔다. 그동안 읽은 책을 다시 한번 정리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휴가를 약 일주일 정도 내야 하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여러모로 바쁘다. 회사에서 해야 할 일도 미리 챙겨야 하고 집안에서 내가 약 10일간 비우더라도 아무런 문제 없이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신경이 한두 가지가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정작 여행 준비는 하루 정도를 남겨놓고 준비를 했다. 이제 내일이면 여행을 출발하는 데도 지금 이 시간까지도 여행 짐을 다 싸지 못했다. 내일 출근해서 오전 근무만 하고 집에 일찍 와서 마지막 짐을 챙겨 공항으로 떠나야 한다. 그동안 한 달간의 여행을 준비하면서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정말로 몰랐던 몽골에 대해서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고 우리나라의 고려 시대의 몽골군과의 전쟁, 그리고 넓은 제국을 형성한 칭기즈칸에 대해서 공부도 하게 된 것이다.




아마도 이번 여행이 아니었다고 하면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는 칭기즈칸과 몽골은 어느새 한 달 사이 내 생각 속에서 여러 가지로 이미지화되기 시작했다. 한 달 동안 다른 책보다는 몽골 책을 더 많이 보게 되고 인터넷이나 유튜브를 통해서도 조금이나마 보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가진 것 없이 태어난 태무친이 몽골 초원을 통일하고 칭기즈칸으로 이르기까지의 여정은 쉽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그 자손들에게 한 곳에 성(城)을 쌓지 말고 비단옷을 입지 말라는 유언이 이제는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 나에게 더 와닿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더욱 칭기즈칸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에서 말을 타고 어쩌면 어린 태무친이 어린 시절의 역경을 이겨내는 그곳에서 나에게 어떻게 다가올까 하는 설레는 마음이 먼저 든다. 800여 년 전 대제국을 세운 영웅이기보다는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이 안 보이고 아무것도 없는 초원의 어린 태무친부터 만나고 싶다. 역경을 기회로, 단점을 장점으로 변화시켜 거대한 땅을 통일한 한 남자를 만나고 싶다. 그 남자가 나를 2018년도 여름에 정중히 초청했으니 나도 그 부름에 담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설레는 마음으로 응하고자 한다.


준비하면서 읽은 책 내용이 머릿속에서 다 기억이 나지 않겠지만 그것이 조각조각이 되어 몽골 그 초원에서 하나의 어떤 모습과 메시지와 음성으로 다가오기를 기대해본다. 아마도 여행을 준비하면서 오직 한 사람, ‘칭기즈칸’이란 남자에 대해서만 알면 되었다. 다른 그 무엇도 필요 없었다. 칭기즈칸이 살아온 모습을 따라가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몽골 초원이 나에게 길을 알려줄 것이다. 길이 아닌 곳을 길을 만들어 나간 그 영웅은 어떻게 생활하였고 거기서 살아남아 후대에 영웅의 되었는지 나는 그 길을 조금이나마 따라가고 싶다. 800년 전 칭기즈칸이 숨 쉰 공기가 지구 상에 떠돌다가 내가 그것을 다시 들이마시고 느낄 줄 누가 알겠는가?


이제는 내일 칭기즈칸이 살았던 땅으로 날아간다. 저녁에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기만 하면 된다. 그곳에 도착하면 인터넷이나 핸드폰으로부터 자유로워져 이제는 문명의 기기가 카메라로 전락하게 된다. 모든 것과 연결해주는 핸드폰이 이제는 단지 아름다운 풍광과 아름다운 사람들만 담을 수 있는 카메라로 밖에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하니 우습다. 그래, 그곳에서는 나를 찾는 사람도 없고 나를 부르지도 않고 내가 살고 있는 세상과 단절된 공간을 이동한다. 오직 칭기즈칸과 말, 그리고 넓은 초원이 펼쳐진 대자연만이 있을 뿐이다. 아마도 이번 여름휴가는 내 인생에 있어서 잊히지 않는 하나의 점이 될 것이고 작은 예술 작품이 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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