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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Jul 27. 2021

드디어 출발! 붉은 영웅의 땅으로 가즈아!

몽골 말타기 여행_2


태풍의 소리
저 태풍의 소리를 들어라.
오늘도 나는 칭기즈칸의 소리를 들었다.
채찍을 내리치고 모래 먼지를 일으키며 질주하는 소리, 
성난 말발굽이 8백 년의 시공을 훌쩍 넘어 무섭게 무섭게 
휘몰아치는 소리……. 이 땅에 오는 소리였다.
핏줄에서 핏줄로, 심장의 박동에서 심장의 박동으로, 
한 가슴에서 다른 한 가슴으로 전류처럼 
관류해 버리는 감전의 길이었다.
 
- 김종래의 《밀레니엄 맨 - 미래를 꿈꾸는 또 다른 칭기즈칸들을 위하여》중에서-
 
 * 때때로 태풍의 소리가 필요합니다.
 부질없는 잡동사니 생각들을 한 순간에 쓸어내 버리고
 모든 것을 원점에서 새로이 시작하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광대한 역사의 광야에도 나가봐야 합니다. 채찍을 들고
 말등에 올라 푸른 대초원을 질주하는 호연지기도 필요합니다. 
 그러면 칭기즈칸의 말밥굽 소리도 들리고, 
 태풍의 소리도 들리게 됩니다.



오늘 드디어 몽골로 출발하는 날이다. 새벽부터 바쁘다. 오전 근무를 하기 위해 다른 날 보다 일찍 출근했다. 왜냐하면 오전 근무를 하면 별도로 하루 휴가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어젯밤에 짐을 다 싸지 못해서 마음이 급했다. 이번 여행으로 일주일이 넘게 쉬기 때문에 회사 업무도 처리하고 혹시 누락되는 일이 없는지 다시 한번 체크하니 오전이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점심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집으로 향하면서 차에 기름도 가득 채우는 것으로 앞으로 내가 집에 없는 동안의 일을 마무리했다. 거실에는 어젯밤에 마무리 못한 여행 가방이 놓여 있었다. 아침편지에서 나누어 준 여행수첩의 준비 리스트와 하나씩 비교하며 짐을 정리했다. 어느새 벌써 2시간이 흘러 집에서 나갈 시간이 넘었다. 공항에 4시 30분까지 가야 하는데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았다. 공항버스를 타는 데까지 택시도 잡히지 않아 시내버스를 타고 공항버스에 가까스로 몸을 실었다. 시간상으로 도착할 것 같은데 도로 교통 상황이 어쩐지 에 따라 약간 늦을 것 같기도 했다. 버스 안에서 안내 수첩에 대한 몽골에 대한 소개를 다시 한번 읽고 휴대폰에 무언가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여행 기간 동안 하루에 대한 일과와 소감 등을 간단히 기록하기 위해 에버노트를 날짜 별로 만들었다. 여행기간 동안 순간순간에 벌어지는 일과 소감 등을 기록해야 하루 일과를 마치더라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기억하고 기록으로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버스는 어느덧 제1터미널에 도착했는데 벌써 집합시간인 4시 30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제2터미널은 여기서 얼마 되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건 내 착각이었다. 바로 옆이 아니라 버스로 최소 15분 정도는 되는 거리였다. 제2 터미널에 도착하니 20여분이 지난 4시 50분이었다. 모임 장소에는 회색 조끼를 입은 아침편지 여행객들은 보이지 않고 아침지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도착했다는 신고를 하고 티켓팅을 하자마자 출국 심사를 했다. 어젯밤에 가족들의 선물을 미리 주문한 것을 찾고 살만한 것이 있을까 면세점을 잠시 돌아다녔다. 얼마 남지 않은 내 생일을 자축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마음에 드는 것은 가격이 너무나도 비쌌다. 단지 아이쇼핑만 하고 출발 게이트로 향했다. 회색 조끼를 입은 여행객들이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전 설명회에서 얼굴을 익히지 않아서 입은 옷으로 나와 같이 칭기즈칸의 나라 몽골로 말타기를 하러 가는 아침편지 여행 가족인지 알 수 있었을 뿐이다.



비행기에 올라 기내식을 먹고 이번 여행 중에 읽을 3권의 책 중에서 1권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 책 3권을 챙기면서도 다 읽을 시간이 있으려나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인터넷과 전화도 안 되는 오지에서 책을 읽을 시간이 있을 것 같아서이다. 30여분이 지나니 새벽부터 서둘러서인지 피곤이 몰려온다. 3년 전에 산티아고를 갈 때에도 출국 비행기를 타자마자 급 피곤했었는데 오늘도 그때와 상황이 비슷한 것 같다. 책을 읽는 둥 마는 둥 하는 사이 벌써 몽골 도착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이번에 가는 몽골에서는 어떤 감동을 받게 될지 마음부터 설렌다. 오직 푸른 초원에서 말 타고 하늘의 별을 보기 위해 가는데 이외에 어떤 이벤트 같은 선물이 펼쳐질 것인지 기대된다. 


3시간 남짓한 시간을 비행 후에 칭기즈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입국 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고 나왔다. 공항은 제주 공항보다 작은 느낌이었다. 밖에 나오자마자 몽골의 현지 가이드분들이 아침편지 여행객들을 환한 웃음으로 반기고 있었다. 공항은 저녁인데도 관광객들로 인해 꽤 붐볐다. 공항에 내리니 한국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런 비가 한국에도 내렸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처음 도착한 나라에 비가 내리는 것은 반가운 징조였다. 스페인에 도착한 날에도 밤이었고 비가 꽤 내렸었고 많은 추억과 좋은 경험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선선한 날씨로 섭씨 20도 정도였고 비까지 내리니 푹푹 찌던 나라에서 3시간여 만에 선선한 나라로 순간이동을 했던 것이다. 준비된 버스에 오르니 내일 일정을 간단히 소개하고 오늘 묵을 방 호수와 룸메이트를 알려준다. 내일은 5시 30분에 일어나 7시에 출발한다고 하니 내일 일정도 만만치 않다. 우리가 일주일간 말을 타기 위한 장소는 울란바토르 주변이 아니고 칭기즈칸 고향인 힌티 아이막(우리나라 의 道에 해당)까지 가야 한단다. 


[ 출발 하기 전 우리가 타고 몽골까지 갈 비행기 ]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의 야경을 제대로 불 수 없었다. 비가 꽤 내렸고 호텔에 체크인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이다. 호텔로 가는 야경은 우리나라 중소도시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울란 바트로는 현지 가이드에 의하면 ‘붉은 영혼’이라는 뜻이란다. ‘울란’은 붉음을 의미하고 ‘바토르’는 영혼을 의미한다고 한다. 울란바토로는 원래 1920년대 러시아 백군 부대가 침공했을 때 수호 바트로는 젊은 전사가 혁명군을 이끌고 적을 몰아냈다고 한다. 영웅인 수호바트로를 기리기 위하여 수호 바트로라는 광장도 만들고 수도 이름을 ‘울란바토르(붉은 영웅)’이라고 바꾸었다고 한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몽골인의 이름에는 ‘바트로’라는 이름이 많이 들어간다고 한다. 내 짐작이지만 몽골인들은 ‘영혼’을 매우 중시하는 영(靈)이 통하는 나라인가 보다.


몽골은 한국보다 면적으로는 16배에 달하는 넓은 영토를 가지고 있고, 인구는 약 300만 명 정도라고 하며 절반 정도가 울란바토르에 모여 산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나머지 넓은 땅은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말 달리는 넓은 초원이라 생각하면 된다. 산티아고의 순례길 여행을 가게 된 것도 어떤 부름에 강렬하게 이끌렸고 넓은 들판의 소리를 듣고 가게 되었다. 아마도 몽골에서도 넓은 초원이 나를 부른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 시기가 일 년 중에 가장 좋은 날씨라고 한다. 겨울에는 영하 40도까지 내려가고 여름은 38도까지 올라가는 매우 큰 온도차를 보이는 나라라고 한다. 주로 목축으로 밀가루와 고기를 섭취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와는 달리 쌀농사를 짓지 않는다고 한다. 몽골에서 대학을 졸업하면 한국 돈으로 약 30-4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기에 많은 젊은이들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한국에서 가서 일하기를 원한다고 한다. 종교는 라마불교로 약 50퍼센트 정도이며 큰 사원이 있다고 한다.


[ 칭기즈칸 국제 공항에 도착, 우리를 반겨주는 비가 내려주고 있다 ]


어느새 가이드의 설명을 듣다 보니 몽골에서의 첫 날밤을 묵을 ‘Sunjin’ Hotel에 도착했다. 입구부터 한국의 전통 양식처럼 장식되어 낯설지 않다. 간단한 내일 일정을 설명을 듣고 객실에 짐을 풀었다. 같은 방을 쓸 룸메이트와 인사를 했다. 인상이 선하신 분이다. 여행의 첫 룸메이트처럼 인연이 깊은 사람도 없을 것 같다. 이 분과는 어떤 인연으로 여행기간 동안 만나게 될지 궁금하다. 창 밖에는 일부 번개도 치면서 비가 내린다. 내일 캠프로 이동하는 데 꽤 쉽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새벽부터 시작한 오늘 하루의 일정도 이제 끝났다. 샤워를 충분히 했다. 내일 이동할 캠프의 샤워 시설이 호텔과 같지 않아 ‘잘 씻으라’는 예비모임 때의 기억이 난다. 따스한 물로 바빴던 하루의 피로를 씻고 비 내리는 이국 땅에서 몸을 누인다. 내일부터는 어떤 하루가 기다릴지 매우 기대되는 밤이다. 밖에는 비가 더 많이 내리기 시작한다. 아직 여기가 몽골인지 한국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단지 집이 아닌 호텔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기분이다. 몽골의 첫 날밤이 그렇게 깊어간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몽골에서 말타기

#아침편지여행

#칭키즈칸

#몽골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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