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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Jul 29. 2021

아직도 멀었나, 칭기스터넛캠프

몽골 말타기 여행_3

저게 뭐더라.
 어디에서 많이 본 듯한 모습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그것은 바탕화면이었다. 내 컴퓨터의 바탕화면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바람이 다듬은 선 고운 언덕, 완곡한 에스라인의 
 푸른 초원과 파란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하늘, 
 그리고 흰구름. 나는 그 바탕화면을 좋아한다. 
 푸른 초원과 파란 하늘 그리고 흰구름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단순함으로 되돌아와 잠시나마 
 눈과 마음의 쉼을 얻곤 했다. 
 내 삶의 바탕화면은 무엇일까. 
 
 - 신영길의《초원의 바람을 가르다》중에서 -
 
 * 내 삶의 바탕화면은 무엇일까.
 이 시간 저 자신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져봅니다.
 탁 트인 푸른 초원, 맑고 푸른 하늘, 흰구름의 모습일까,
 아니면 검은 땅, 흐린 하늘, 탁한 먹구름의 모습일까? 
 누구든 찾아와도 어머님 품처럼 따뜻한 곳일까,
 열 때마다 얼음처럼 차갑고 메마른 곳일까?
 사람은 누구나 바탕화면이 있습니다.
 그가 하는 말, 몸짓, 발걸음 하나에
 얼핏 얼핏 투영되어 나타납니다.



도착한 날 우리를 반겨준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쉽게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지금은 새벽 5시 30분, 프런트에서 모닝콜이 울린다. 잠결에 전화를 받고 침대에서 일어난다. 6시부터 식사가 시작된다는 소리에 첫날밤 룸메이트인 박재규 님과 아침 샤워로 하루를 시작했다. 나도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이지만 룸메이트도 아침형 인간이신 것 같다. 그래서 일어나서 준비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출발 준비를 대충하고 식사를 하러 식당에 내려갔다. 아침 식사는 김치를 비롯하여 웬만한 한국 음식을 비롯하여 풍족히 준비되어 있었다. 오늘은 캠프로 이동 중에 식사를 한다고 하니 든든히 먹어야겠다. 원래 아침을 먹지 않는데 벌써 현지에 적응하고 있나 보다. 식사를 마치고 객실로 돌아와 짐을 최종 정리하니 호텔 뒤편에는 스타렉스로 보이는 차가 열몇 대가 넘게 주차되어 있다. 아마도 오늘 우리가 이동할 차로 보인다. 이동 준비를 하고 각자 짐을 가지고 호텔 로비에 모였다.


[ 몽골 초원을 가로질러 우리를 칭기스 터넛 캠프까지 데려다 줄 차량 ]


여행의 둘째 날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첫째 날이다. 오늘의 일정 전달과 고도원 님이 직접 읽어주시는 ‘아침편지’ 시간이다. 회사에서 컴퓨터 화면으로 읽고 녹음된 고도원 님의 목소리도 좋았지만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시간이다. 이번 여행 기간 동안 계속되는 생중계 아침편지라서 더욱 좋다.  오늘의 아침편지는 “내 삶의 바탕화면”이다. 지난 아침편지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윈도우 95 버전인가? 푸른 초원과 언덕 너머의 파란 하늘이 윈도우 바탕화면과 비슷한 것으로 기억한다. 과연 내 삶의 바탕화면은 무엇일까? 누구나 바탕화면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는 어떤 바탕 화면을 가지고 생활할까? 정작 자신의 바탕화면이 어떠한지 알면서 살고 있는 걸까? 오늘 하루는 내 삶의 바탕화면이 어떠한지를 생각하면서 캠프로 이동해야 할 것 같다. 오늘의 수칙은 ‘유쾌한 주파수를 보내자’이다. 아마도 울란바토르부터 칭기스터넛 캠프까지 가려면 약 12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먼 거리를 가려면 짜증 내지 말고 서로 좋은 주파수를 보내야 한다. 그러면서 웬만하면 참고, 웬만하면 웃어야 하는 거리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차를 타고 이렇게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다들 처음이라 생각된다. 그래도 바탕화면 같은 장면을 얼마나 많이 볼 수 있을까 은근히 기대된다.


역시 우리가 타고 가는 차는 호텔에 주차되어있는 한국산 ‘스타렉스’ 승합차이다. 아침여행 홈페이지와 소개 책자에는 러시아산 ‘푸르공’인줄 알았는데 스타렉스라고 하니 승차감이나 여러 가지면에서 업그레이드된 것 같았다. 각 조마다 차 2대씩이라서 차 한대당 5명과 아침지기나 현지 가이드와 같이 타고 이동한다. 우리 조는 3호차와 4호차가 배정됐다. 차 뒤편에 각자의 트렁크를 싣고 자리에 오른다. 사전설명회 때 뵌 분도 있지만 아직 통성명을 하지 않아 같은 조라도 서먹서먹하긴 나뿐만 아니라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래도 나는 두 번째 여행이니 내가 먼저 소개를 하고 말을 걸어가는 12시간의 시간을 만들어하지 않을까.

[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헨티 아이막의 칭기스 터넛 갬프까지의 지도상의 거리 ]


오늘 이동 거리가 얼마인지 궁금했다. 구글 맵으로 검색해 보니 헨티아이막 칭키스터넛까지 약 225km 정도라고 하는데 길이 표시되지 않는다. 실제로 지도에는 도로가 나 있는 않는 곳으로 나와 있다. 우리는 도로가 표시되어 있지 않는 곳으로 가는 것이다. 그러니 실제로 225km인지 330km가 넘는지는 실제로는 모른다. 그래서 아침지기님들이 목적지까지 얼마 남았느냐고 묻지 말라고 한 것일까? 갈 때마다 가는 길이 정해진 것이 아니고 초원의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인지도 모르기 때문인 것 같다. 

[ 울란바토르 지역을 벗어나면 도로 양편으로 게르를 포함한 집들이 늘어서 있다 ]


초원길은 바다와 같다고 한다. 도로라고 특별히 표시해 놓은 것이 아니라 가면 길이 되는 것이고 표시되어 있지 않는 것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하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기에 와서 차를 렌트해서 여행을 하기에는 힘들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지도상에 나와 있는 큰 도시가 아니고서는 초원 위에 어느 지점을 찾아갈 수는 없을 것 같다. 오늘 가는 길의 여정이 몽골의 80%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하니 잘 닦여진 도로보다는 넓은 푸른 초원이 대부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고속도로 엎으로 펼쳐진 몽골의 드르판, 푸른 초원과 멀리 작은 산이 보인다 ]


울란바토르를 벗어나기 전까지는 어느 정도 도로 상태가 양호했다. 수도에서 멀어질수록 도로의 상태는 급속히 나빠졌다. 일반 아스팔트가 아닌 시멘트로 도로를 만든 것처럼 승차감도 별로 였지만 도로의 표면이 전부 파여 있어서 차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도로 위도 패인 곳을 피해서 다닐 정도였다. 그런 길도 잠시 조금 벗어나니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고속도로라고 하는데 일 차선으로 된 고속도로였다. 보통 이정표라던가 안내판은 없었고 속도 제어 표지판 등도 없었다. 오직 보이는 것은 좌우로 펼쳐진 푸른 초원이 계속되었고 간혹 가다 멀리 보이는 하얀 게르가 몇 개 있었다. 떼를 지어 풀을 뜯고 있는 소와 염소, 양과 같은 가축 떼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이 전부였다.

[ 푸른 들판에 목축을 하기 위해 이동 주택인 게르가 보이고 주변에는 간이 울타리도 있다 ]
[ 넓은 초원에서 말과 먕 등을 방목해서 키우고 있다 ]

아침 7시 30분에 출발한 차가 두 시간 정도를 달려서 선두 차량이 한쪽으로 갓길 아닌 길에 차를 세운다. 아마도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함이다. 여기가 오늘의 첫 번째 휴게소이다. 가이드님들이 친절한 안내를 한다. 남성분들은 차의 왼쪽, 여성분들은 오른쪽에서 볼 일을 보면 된다고 한다. 무슨 시설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푸른 풀밭이다. 이번 여행에서 볼 일을 보는 것을 남자는 ‘말보기’, 여자는 ‘꽃 따기’라고 한다. 참 정감이 가는 예쁜 표현이다. 아직은 처음이라 그런지 남자보다는 여성분들이 아직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 푸른 초원을 배경을 길게 늘어선 스타렉스 이동 차량 ]
[ 이번 여행의 상징적인 깃발, 깃발속의 한 마리 말도 우리처럼 캠프를 향해 달리고 있다 ]


잠시 쉬는 동안 우리 조의 다른 차량 한 대가 보이지 않는다. 바로 우리 뒤에서 출발했는데 언제부터 인지 보이지 않아서 뒤에 오겠지 했는데 보이지 않아 물어보니 차가 이상이 있어서 잠시 뒤에 쳐져 있다고 한다. 그런 걱정을 하는 사이 차는 다시 출발한다. 이제는 좀 적응을 하기도 하고 새벽부터 움직여서 인지 차 안이 조용해진다. 다들 자는 것은 아니지만 졸고 있는 듯하다. 나도 졸려고 하는데 이제 차가 도로에서 벗어나 푸른 초원으로 들어선다. 도로라고 해야 별반 다를 것은 없었지만 이제는 그 길마저 없는 푸른 초원을 그냥 달리는 것이다. 내비게이션도 켜지 않고 그냥 달리는데 기사님들은 무엇을 보고 달리는 것일까? 맨 앞 선두 차량이 길잡이를 하고 그 뒤의 차량 약 16대는 앞 차량을 줄지어 뒤따라간다. 뒤돌아보면 스타렉스 차량이 깃발을 꽂고 줄지어 달리는 것은 웬만해서 보기 힘든 광경이다. 다른 차량들은 보이지 않고 우리 차량들만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씩 TV에서나 볼 수 있는 오지 탐사를 향해 가는 차량과도 닮은 것 같다.

[ 휴식동안 화장실이 없어 차를 기준으로 나누어서 남자와 여자가 보일을 본다. 먼 푸른 초원에서 맘대로 ]


5시간 30분 정도를 달려서 두 번째 휴식이자 점심식사 시간이다. 밖에는 비가 제법 내려서 밖으로 나가기에는 적당치 않았다. 여행객들은 어느새 우산이나 우비를 입고 있는 분들도 계셨다. 휴게소도 아닌 곳에서 점심식사를 어떻게 할까 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도시락이다. 그런데 도시락이 우리가 출발한 호텔에서 준비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오늘 우리가 목적지로 삼고 있는 캠프에서 준비한 것이라고 한다. 각자 호텔에서 캠프에서 출발해서 어느 정도 중간 지점에서 만나서 점심을 먹는 것이다. 어디 이정표도 특별한 표식도 있는 것이 아닌데 초원 한가운데 만나서 이렇게 점심을 먹을 수 있다니 참 새로운 경험이었다. 몽골인에게는 그들만의 초원을 구분하는 방법이 있는 것인가 궁금하기까지 하다.

[ 점심을 먹기 위해 차를 초원위에 정차 시켰다. 밖에는 우리를 반기는 초원의 비가 내린다 ]

점심은 마늘종 고기 볶음에 부침개 그리고 잘 익은 김치와 쌀밥이었다. 여기에 배춧국은 덤이다.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몽골 초원에서 한국식으로 된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것도 아침편지의 매력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에 디저트로 와플과 미즈 근한 물에 타서 마시는 믹스커피는 더 이상 뭐라 할 수 없는 행복을 선사한다. 여기까지 우리를 안전하게 운전하신 기사님들과 가이드님들도 식사를 하고 계신다. 아마도 비슷하지만 우리와는 다른 몽골식으로 식사를 하는 듯하다. 비가 와서 차 안에서 먹는 식사는 꿀맛이었고 주어진 점심시간은 평온했다. 여기까지 걸어온 것이 아닌데도 만보계로는 벌써 하루 목표량인 1만보를 넘어 16999보를 가리키고 있다. 차량의 움직임이 심해서 만보계가 걷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이 정도면 캠프에 도착하면 일일 운동량을 최고로 경신할 것 같다. 잠시 차량에서 나와 사방을 둘러봐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진다. 하긴 오는 동안 잠시 졸고 창 밖을 내다보아도 푸른 초원과 낮은 언덕의 모습은 무한 반복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마 차는 정지되어 있고 같은 화면을 계속 돌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 우리가 일주일간 생활한 캠프에서 우리 점심을 도시락으로 준비했다. 초원에서 쌀밥과 와플 디저트, 진수성찬이다 ]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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