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음 Jul 30. 2021

태무진의 고향, 칭기스 터넛

몽골에서 말타기_4


점심식사 후에 다시 캠프로 향하는 길에 올랐다. 초원 길은 도로 표지가 없다. 단지 풀이 조금 나 있지 않으면 길인 듯 달리면 된다. 앞차가 늦으면 뒤차는 깜빡이를 켤 필요도 없이 다른 풀밭 위로 앞질러 나가면 된다. 초원은 차선이나 추월선이 없기 때문에 누가 먼저 가도 상관없는 것 같다. 우리 3호차를 운전하시는 기사님은 순서를 무척 중요시 여긴다. 우리 앞에 0호차, 1호차, 2호차 외에 다른 차가 우리 앞에서 달리면 어김없이 추월하여 2호자 뒤로 붙어서 달리신다. 그리고 그러 긴 시간 동안 한마디 말씀없이 몽골식 노래를 들으면서 운전하시는 모습이 믿음직스럽다.


[ 윈도우 바탕화면의 푸른 초원이 펄쳐져 있다. 도심을 제외한 개발되지 않은 곳이 사진과 같은 초원이다 ]
[ 길가에서 만날 수 있는 목동,  몽골전사들은 늘 여러 마리의 말을 끌고 다니면서 최상의 속도를 유지했다 ]


한 번의 중간 휴식을 취하고 목적지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리를 듣고 다시 힘이 나는 듯했다. 거의 도착했다는 말로만 우리는 이제 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중간에 가다가 전혀 뜻밖의 사건이 생겼다. 갑자기 선두 차량이 서기 시작하더니 전체 차량 행렬이 그 자리에서 All Stop이었다. 밖에는 비가 오고 있었고 기사님들이 내려서 차량 주위를 둘러본다. 나도 궁금해서 내렸다. 우리 차를 포함해서 몇 대가 앞바퀴 또는 뒷바퀴가 펑크가 나있던 것이다. 전부 보니 16대중 6대 차량의 타이어가 펑크가 난 것이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것에 찔리지 않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 우리를 태우고 초원을 달리는 스타렉스의 차량의 타이어가 펑크가 났다. 초원에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다 ]


오히려 아침편지 여행객들이 걱정을 하는데 현지 기사분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없다. 그냥 차에서 스페어 타이어를 꺼내시더니 자연스럽게 타이어 교체를 한다. 우리 차량을 포함해서 어떤 차량은 앞 뒤 타이어가 펑크가 나서 다른 차량의 예비 타이어를 빌려온다. 하지만 기사분들은 화내는 기색없이 평온한 모습으로 타이어 교체를 순식간에 해내신다. 이분들이 몽골의 맥가이버로 부르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백기환님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한다. 타이어를 교체하는 해프닝도 다 마무리 하고 칭키스터넛 캠프로 향해 간다. 


운좋게 운전석 옆자리에 타고 가다 보니 멀리 보이는 언덕에서 불빛이 보인다.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멀리 보이는 불빛은 게르의 불빛인 줄 알았는데 두 개의 불빛이 우리쪽을 향해 비추고 있었다. 아마도 차량의 헤드라이트처럼 보이는데 우리에게 깜빡거리면서 보이는 것으로 보아 캠프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더 가까이 가보니 그것은 캠프에서 우리를 마중 나온 선두차량이었다. 여기 차량들은 전부 사륜구동이어야 할 것 같다. 작은 돌이나 길이 없는 구불구불한 언덕을 마음대로 다니려면 말이다. 그 차량을 타고 언덕을 넘으니 작은 숲이 나오는 것 같더니 멀리 하얀 게르가 줄지어 보이는 ‘칭키스터넛(CHINGGIS TOONOT)’캠프가 보인다. 약 11시간에 가까운 오늘의 일정이 끝나는 것 같다. 

[ 우리가 묶을 칭기스 터넛 캠프의 입구, 가운데 보이는 큰 건물이 중앙 식당이자 우리 모임의 장소 ]


캠프촌 앞에는 우리를 맞이하기 위해 캠프에서 수고하시는 분들이 정문에 나와 계셨다. 저알이지 오늘의 멀고 먼 이동이 완료된 것이다. 마지막 차량까지 도착하자 우리는 각자 배정된 게르로 트렁크와 짐을 옮겼다. 게르 앞에는 같은 게르를 사용하는 분들이 이름이 적혀있었다. 하지만 아직 도착하지 않은 차량 한대가 있었다. 그 차는 다름 아닌 우리 조의 4호차였다. 약 30여분이 넘게 도착한 차량은 오전에 차량이 고장나서 고치고 다시 출발해서 역시 문제가 있어 차량을 바꾸어 탔다고 한다. 하지만 그 차량의 기사님이 초행길이라 길을 잃어버려 여러 길로 가다가 헤매다가 늦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 차량에 타신 분들은 우리보다 이 몽골 초원의 광활함을 더욱 느끼셨으리라 생각된다.

[ 칭기스 터넛 캠프의 전경, 남자들이 묶는 게르와 여자들이 묶는 숙소, 그리고 가족이 묶는 게르가 나뉘어져 있다 ]
[ 게르는 쉽게 철거하고 설치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위는 비를 맊고 아래는 바람을 통하게 되어 있다 ]


게르 안은 참 아늑했다. 옹달샘에서 하얀집이라 불리는 게르 형식의 건물에서 명상을 여러 번 했지만 실제로 몽골인들이 거주하는 게르는 처음이었다. 게르마다 3개와 4개 정도의 침대가 있었고 한 가운데는 추위를 달래줄 보기 힘든 난로가 있었다. 깨끗하고 정갈하게 침대마다 모기장이 이었고 호텔처럼 침구가 갖추어져 있는 것을 보니 하루의 피로가 싹 씻기는 것 같았다. 대충 짐 정리를 하고 저녁을 먹고 하루의 피로를 씻은 다음 우리는 캠프 중앙에 있는 대식당에 모였다. 아마도 이곳이 캠프 내내 중요한 모임을 할 자리라고 생각된다. 


[ 내가 묶을 게르 안의 모습이다. 꽤 넓고 개인 침대와 모기장이 있고 가운데 난로가 있다 ]


2018년 몽골에서 말타기 아침편지 여행객들이 전부 한 자리에 모였다. 이렇게 완전체로 모인 자리는 처음이다. 두 줄로 의자를 배열해서 조별로 앉은 다음 ‘자기 소개의 시간’이 이어졌다. 본인의 이름과 하는 일, 여행동기 와 자신의 꿈에서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대한민국 전국 각지에서 각기 다른 일을 하시는 분들이 오셔서 자신을 소개한다. 이번 여행도 가족들이 온 팀도 있고 부부가 함께, 또는 혼자서 오신 분들도 있었다. 특히 우리 조에는 10년 전에 오신 할아버지가 나중에 손자와 함께 오고 싶다고 하신 정동주와 정지수분도 계신다. 10년 만에 일흔이 넘어서 자신의 15살 손자와 오신 것을 보면 이 곳, 몽골에서 말타기는 그냥 그런 여행이 아닌 것은 틀림없다. 2번째 오신 분들도 있고 이번이 세번째 말타기 여행을 오신 분들이 있는 것을 보면 왜 이 여행이 16년째 계속되고 있는 것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것 같았다.


[ 도착할 때는 비가 내리기도 하고 이제는 노을이 지는 모습이 보인다. 몽골 초원의 여름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


오늘 오신 분들이 앞으로 ‘칭키스터넛’ 캠프에서 만들어 낼 아름다운 추억이 기대된다. 개인적으로 두 번째 아침편지 여행이지만 ‘결’이 같은 사람들이 모이는 여행이라서 더욱 좋은 것 같다. 나무도 결이 같은 방향으로 해야 형태도 유지되고 멋이 나는 것처럼 여행도 결이 같은 사람끼리 하며 더욱 재미있고 멋있을 것 같다. 자기소개를 하는 것을 보면 우리는 다른 듯하면서 아닌 듯 모르게 서로 많이 닮은 것 같다. 이번 여행은 어떤 무늬를 만들 것인지 무척 기대되는 밤이다.

[ 몽골초원의 여름밤은 새벽에 춥다. 그래서 게르 안에는 추운 여름밤을 지켜줄 난로가 필요하다 ]


이렇게 앞으로 말타기가 진행될 칭키스터넛의 첫날 밤은 그렇게 저물어 갔다. 몽골 초원의 밤은 추워 무엇을 입고 자야 하는지 고민된다. 캠프 도우미 분들이 취침하기 전에 난로에 장작으로 불을 피워 주신다. 그 난로의 열기가 그분들의 사랑인 것처럼 느껴지면서 몽골에서 긴 항해가 끝나고 캠프에 안정되게 정박한 하루였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몽골에서 말타기

#고도원의 아침편지 여행

#몽골여행

#헨티아이막

#칭기스터넛

#테무진의 고향


작가의 이전글 아직도 멀었나, 칭기스터넛캠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