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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Jun 02. 2021

운디드 힐러들이 던져주는 따뜻한 메시지

지음의책방_암밍아웃

                            『 암밍아웃 』

 

1. 저자에 대하여

 

금정화

2011년 유방암을 판정받은 후 재발로 인해 3번의 수술을 받았다. 현재는 여자라서 당연하다고 여기던 가슴 하나 지키고 살기가 참 어렵다는 걸 실감하고,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며 지내는 중이다. 작은 꿈이라면 5년을 무사히 지낸 후 『일 년만 잘살아 보기로 했다』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하는 것이다.


유지현

2017년 난소암 복강 내 전이로 3기 판정을 받고 직장을 1cm 정도 남기고 절제했다. 현재도 수술과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으로 일상생활이 불편한 상태이지만, 많은 사람의 응원에 힘입어 암으로 인해 바뀐 삶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암 경험자와 가족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영국의 ‘매기센터’ 같은 공간을 한국에 만드는 것이 꿈이다.


정수빈

2018년 폐암 2기 A 진단, 수술 항암 후 6개월 뒤 우하협에 재발로 4기 진단을 받고는 현대의학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 암은 파괴적인 생활 습관과 생각 습관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며, 표적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자연치유 중이다. 자연치유 과정에서 알게 된 몸의 변화와 치유 방법 등, 본인의 경험을 유튜브와 책, 그리고 강의로 널리 알려 많은 암 환우들에게 희망을 주는 삶을 사는 것이 목표다.


이정아

자궁내막암 1기 판정을 받고 자궁적출 후 빈궁마마가 되었다. 현재는 수술 후 갱년기라는, ‘중2병’보다 무섭다는 그 녀석과 함께 매일 밤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불멸의 밤을 보내는 중이다. 그녀의 바람은 하나다. ‘행복해지는 것’. 그래서 웃을 일이 많은, 웃음이 있는 곳에 꼭 함께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든 글귀

 

P4 저도 처음엔 작고 예쁜 동그라미였습니다. 어느 날 제 한 구석에 옹이가 하나, 둘 생겨났고 ‘암’이라는 ‘다름’이 생겼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저는 동그라미와 같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그라미들은 네모인 저를 다르게 바라봅니다. 뒤처지거나, 도와주어야 할 대상으로 말이죠. 동그라미보다 조금 느리긴 하지만 새롭게 얻은 것들도 있답니다. 암을 통해 맘을 들여다보는 새로운 눈과 마음을 말입니다.


P17 그렇게 여행을 간다. 아니, 병원을 간다. 여행 가방을 싸듯 필요한 짐을 꾸리고 호텔 체크인하듯 입원 절차를 밟는다. 그리고 여행을 온 듯 주부가 아닌, 다시 나만의 시간이 시작된다.


P21 내 것이라 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모르고 외면하고 있었던 그곳….. 바로 ‘내 마음’이다.

인생의 바람은 한 번 불었다고 멈추지 않는다”라고 한다. 이미 내 인생에 어려 번의 바람이 지나가고, 또 얼마나 더 불어올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결심했다. 내 마음의 단골이 되어 더 자주 들여다보고 아껴주며 사랑하겠노라고!


P23 이처럼 우리 삶에는 적당한 때가 되어야만 받을 수 있는 인생의 선물들이 있는 것 같다. 너무 조바심 내며 살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이가 들면서 하나씩 주어지는 그 선물들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 내 삶의 깊이를 더해가야겠다.


P33 가보지 않으면 두렵고, 알 수 없는 길과 우리의 삶. 살다가 어쩔 수 없이 다른 길로 가게 되더라도 겁먹지 말자. 그 곳에서 또다시 나의 길을 찾아가면 될 일이다. 그 길을 나설 용기만 잃지 않으면 된다.


P53 “병원이 보이지 않게 나무나 울타리로 가릴 것, 주변에 강이나 바다를 끼고 있을 것, 환자들에게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 건물이 곡선으로 되어 있을 것, 환자들이 스스로 간식거리를 먹을 수 있도록 부엌 시스템이 되어 있을 것, 상담 후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을 것….”  나는 요즘 매일 한국의 매키센터를 꿈꾸고 있다.


P55 좀 괜찮아지니 다시 올라오는 못된 버릇들….. 혁명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P61 나이 들어 좀 능글맞아지면서 나도 물건을 사며 깎아달라거나 더 달라거나 흥정을 한다. 그러면 또 인심 좋게 덤으로 뭐라도 하나 더 준다. 그게 시장 인심이고 정이라는 걸 알았다.

이제 난 내 목숨 값을 주관하는 누군가에게 능글맞게 빌어본다.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으니 내 인생의 시간을 더 달라고 말이다. 흥정은 안 통할 테니 인심 좋게 덤으로 더 얹어달라고 빌어 볼 참이다.


P65 암 진단을 받은 직후,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가슴에 품은 채 하루하루를 살아내던 시간을 지나서 다시 죽음을 잊고 지내고 있는 요즘, 급작스러운 순간에 미처 전하지 못해 아쉬워하지 않도록 매일 감사일기를 쓰고 있다. 그렇게 오늘을 잘 사는 것이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이요, 모든 하루가 죽음을 가는 시간이라는 것을 자꾸 깜빡깜빡 잊는다.


P68 핵심은 마음 바꾸기. ‘이제 와서’라는 말 때문에 불편했던 마음을 ‘이제라도’라는 마음으로 바꾸고 나니 한결 편안해졌다. 작은 일 하나도 정성을 다하게 되었고 처음 해보는 여러 시도도 즐겁게 할 수 있었다.


P71 강낭콩, 엄지손톱, 스테플러 심, 와이셔츠 단춧구멍….

딱 그 길이만큼 남아있는 나의 직장 그래도 그 1cm 때문에 난 지금 이렇게 살아있다. 나에게 1cm는 여전히 대단한 길이이다.


P92 건강한 음식, 적당한 운동, 깨끗한 물, 따뜻한 햇볕, 그리고 주변의 사랑과 관심으로 인한 평안과 숙면….. 이것이 나의 건강을 다시 회복시켜 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같은 화초도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한두 달 살다 죽기도 하고 예쁘게 꽃을 피우기도 하는 것처럼…..


P97 ‘암은 쉬어가라는 몸의 경고’라 했다. 그래서 지금은 휴식할 때다. 나의 몸을 돌보고 사랑해야 할 시기이다. 하지만 난 여전히 꿈을 꾼다. 건강을 되찾아 많은 암 환우들에게 희망을 주는 삶을 살고 싶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행복을 주는 삶, 이 꿈 또한 이루어질 것이다. 나는 피그말리온이기에~


P103 우리 몸의 세포는 핵과 미토콘드리아로 이루어졌다. 세포가 활발히 움직여야 건강하다. 그러기 위해선 세포의 엔진인 미토콘드리아의 수가 많아야 한다. 엔진이 크고, 연료가 충분하고, 산소 공급이 잘되고. 스파크가 일어나야 자동차는 잘 달린다. 미토콘드리아의 수가 많고, 영양이 충분하고, 산소 공급이 잘되고, 스파크가 일어나야 우리는 건강하게 살 수 있다.


P142 겉으로 보이는 욕구 외에 제일 많이 바뀐 욕구가 자기 성장의 욕구, 그리고 자기 돌봄의 욕구 같아요. 나를 돌아보는 것, 내 내면을 보는 것, 예전엔 주어진 일 하느라 바빠서 늘 ‘나’는 나중이었어요. 지금은 무엇을 하고, 무엇을 배우든 ‘이것으로 나를 돌볼 수 있나?’하는 생각을 하죠. 암을 통해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돌아보게 된 것 같아요.

.


[ 이 책의 저자들, 금정화님, 유지현님, 정수빈님, 이정아님 @ 암임아웃 책 중에서 ]

3. 이 책을 읽고


현대인들이 많이 겪고 있으며 죽어가는 요인 중에 하나가 ‘암’이라는 병이다. 실제 ‘암’이라는 병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 그리 멀지도 않고 매우 가깝게도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인의 사망원인의 1위가 암이라고 하고, 어느 집이던 한 집에 한 명 정도는 암환우들이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 책에는 자기 인생에 있어서 여자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또한 자신의 삶을 책임지고 살아온 여인들의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불청객인 ‘암’을 이제는 친구로 돌려세워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암수술, 투병, 그리고 오랫동안의 입원 생활을 통해서 암이 그녀들에게 던진 질문에 답해가는 이야기가 있다. 어쩌면 무심코 지나갈 수 있었던 보통의 일상에서 작은 행복을 하나씩 찾아내고 있다. 일반인으로서는 결코 알 수 없는 그녀들만의 시각으로 찾아내고 있다. 때로는 암에게 맞짱을 뜨기도 하고 때로는 하소연해보기도 하고, 때로는 암과 어깨동무를 하면서 친구로서 말이다.


1. 예고 없이 다가온 ‘암’을 친구로 맞이하다.

이 책에 나오는 저자들은 자신의 삶에서 열심히 살아오는 사람들 중의 한 명이었다. 실제 그들이 삶에 ‘암’이라는 친구가 찾아올 줄은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찾아온 시기는 다르지만 나름대로 그들의 삶을 열심히 살아내는 가장 중요한 중년의 시기에 찾아왔다. 처음에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부정하고 싶었고, 그러다 인정하면서 수술도 하고 항암치료도 시작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암을 부인할 수는 없었기에 암을 친구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암도 자신의 몸에서 있던 세포가 어느 사이에 동그란 모습을 포기하고 사각형의 모습을 한 형태로 변한 것이기에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물론 생명을 위협하는 암세포는 일부 잘라내는 수술을 하였지만 이제는 자신의 몸을 다시 추스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몸 안에 어느 하나라도 그녀들에게 있어서는 귀중한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불쑥 찾아온 암을 이제는 적으로 대하기보다는 결코 멀리 할 수 없는 친구라고 인식하고 같이 잘 공존해 가면서 살기로 했다.


2. 삶이 던져주는 메시지를 이제는 알아듣고 자신의 이야기를 살아내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저자들은 암으로 인해 자신의 삶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열심히 각자의 위치에서 살아오고 있었지만 삶이 던져주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못했다. 암으로 인해 그녀들은 그 자리에서 잠시 멈추었다. 잠시 멈춤이 슬픔과 고통과 연민으로 다가왔지만 이제는 이면에 숨겨 있는 메시지를 듣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다름 아닌 마음의 소리가 아닌 몸의 소리였다. 잠깐이라도 쉬면서 몸을 돌아보고 몸의 소리가 무엇인지 알아가고 있다. 욕심을 내려놓고 자신이 일상에서 놓치고 있는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하나씩 찾아가고 있다. 어렸을 때 소풍에서 하는 ‘보물찾기’처럼 일상에 숨겨진 보물을 발견하고 있다. 가장 가까이 있는 남편과 아들과 딸, 그리고 사소한 일상이 주는 의미를 다시금 느끼고 있다. 그녀들이 삶이란 우물에서 길어낸 단어들은 어쩌면 바쁜 일상에서 누가 그런 것을 생각할까 하는 단어이다, 하지만 암을 이겨내고 있는 생활에서는 그런 단어가 남다르게 느끼고 있다. 그리고 그런 단어, 일상을 사전적인 의미가 아니라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삶이 되고 있기에 그녀들의 사진은 더욱 다른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3. 암은 꿈을 꾸게 했고, 그 꿈을 찾기 위해 오늘도 쉬엄쉬엄 살고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남들이 힘들다고 하는 암을 위한 수술도 여러 차례를 견디고 항암 치료를 하면서도 자신이 잊었던 꿈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 자신이 왜 암에 걸렸는지, 그리고 그 힘든 과정을 통해 같은 처지에 있는 암환우들을 위해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힘들었던 과정을 글로, 그림으로, 유튜브 또는 암환우를 함께 치료받고 같이 아픔을 나눌 수 있는 센터를 설립하는 꿈을 꾸고 있다. 그 꿈이 하나씩 현실로 이루어내기 위해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또한 일상에서 놓쳤던 꿈을 하나씩 현실로 만들어 내고 있다. 어쩌면 바쁘게 사느라 놓치고 살았던 꿈이 하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꿈을 위해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욕심을 내지 않고 한 걸음씩 앞으로 전진하고 있다. 이 책의 나타난 저자들의 모습은 어쩌면 그들이 살고 싶었던 옛날의 추억과 꿈으로 표현되어 있다. 책 속에서 밝게 웃고 있는 그녀들의 모습은 갑자기 들이닥친 암과 싸우는 암환우들에게 밝은 기운과 용기를 주고 있다. 그녀들의 토크 속에서도 조심히 살다가도 때로는 약간 틀어지는 생활습관으로 인해 다시 몸이 나빠지면 다시 몸을 생각하고 조절하는 암환우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이 같은 처지에 있는 암환우에게 힘을 주고 박수를 보내는 응원의 메아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 사진은 암밈아웃에  있는 사진을 촬영한 것입니다.


#암밍아웃 #아미북스#지음의책방 #서평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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