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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Aug 14. 2021

강을 건너고 칭기즈칸 탄생비까지 달리다!

몽골 말타기 여행_14


오늘은 좀 더 많은 거리를 말을 타고 간다고 한다. 다행히도 한다 님과 말 조교님들의 판단에 따라 오늘은 계획한 대로 강을 건너서 칭기즈칸 탄생 기념비까지 가기로 했다. 어제 하루 말을 안 타서 그런지 다들 말을 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 것 같다. 말을 타고 출발하니 이제는 말을 타는 것이 자연스럽고 익숙한 것 같다. 나만의 착각인 것 같아 다른 분들의 표정을 보면 얼굴에 긴장감보다는 말을 타고 달리고 싶은 열의와 진지함이 느껴진다.

[ 오늘은 캠프 앞에 흐르는 오논 강을 건너서 넓은 들판으로 말을 타고 달려갈 예정이다 ]


처음에는 서서히 걷다가 후미까지 전부 말을 타고나자 조금씩 빠른 속도로 나아간다. 다들 눈빛은 조금씩 달리기를 바라는 것 같다. 조금 가니 어제 차로 건넌 것보다 강폭이 좁은 곳이 나왔다. 말을 타고 강을 건널 때는 말이 물을 먹고 싶어 하면 고삐를 느슨하게 하여 머리를 숙일 수 있도록 하고 대신 균형을 잡기 위해 한 손으로는 안장을 잘 잡아야 한다. 강물이 깊어지더라도 발을 등좌에서 빼지 말아야 한다. 신발에 물이 들어간다고 하다가 초보자는 균형을 잃어서 물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오늘은 꽤 먼 길을 다녀올 예정이다. 선두서 부터 여행자와 조교, 그리고 아침지기들까지 몽골군의 행군과 같다 ]

내가 말을 타고 강을 건너는 경험을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을 내가 직접 체험하는 것이다. 신발에 물에 잠기기는 했지만 나와 말이 함께 강을 건너고 있다. 중간에 고개를 숙여 목을 축이는 말이 왠지 정겹게 느껴진다. 아침부터 나를 태우고 오느라 목마른 것 같았다. 한 사람도 물에 빠지지 않고 푸른 초원에 모였다. 4km 정도를 말을 타고 와서 넓은 들판에서 잠시 쉬었다. 그리고 다시 앞동산에 보이는 칭기즈칸 탄생비가 있는 델룬벌덕으로 향했다. 이제는 말 달리는 속도가 붙어서 다들 늠름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엉덩이가 아프기는 시작한다. 하지만 그건 문제가 아니다. 안장에서 엉덩이를 뛰고 기마 자세를 유지하면서 말과 한 몸이 되려고 노력한다. 이제는 다들 욕심이 있어 남들보다 앞서 가기를 원하는 눈치다.

[ 선두가 달리기 시작하면 중간과 후미의 간격이 조금씩 벌어진다 ]

그렇게 3-4km를 달리니 작은 언덕 위에 초라한 기념비가 보인다. 기념비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초라했다.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내가 보는 저 것이 아무런 주위에 보호시설이나 기념물이 서 있는 나무로 된 것이 칭기즈칸의 탄생 기념비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어떤 사람의 탄생비라고 하면 커다란 돌이나 대리석으로 웅장하게 만들고 그 주위에 시설이 다른 곳과는 구분되는 것이 상식이었다. 내가 본 것은 아니 가이드가 말해주지 않고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그것이 광대한 제국을 일군 영웅의 탄생비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약 3m 정도 되는 나무로 된 그것도 기념비라고 해서 주위에 표시라던가 그런 것이 보이지 않았다. 

[ 우리 나라의 성황당과 같이 눈에 잘 보이는 천으로 보이고 저 멀리 보이는 것이 칭기즈칸 기념비이다 ]
[ 커다란 나무위에 몽골의 상징인 투구와 창의 모습의 나무가 있고 거기에 모여서 설명하시는 고도원님 ]

가이드 대표인 '무기'님의 설명에 의하면 칭기즈칸의 탄생비는 제대로 된 역사가 없어 '몽골비사'라는 책을 바탕으로 오논 강가와 어린 시절의 전해지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델룬벌덕 이곳에 탄생비를 세웠다고 한다. 소련의 지배를 받을 때 '칭기즈칸' 이란 단어를 꺼내는 것조차 금지사항이었다고 한다. 민족의 영웅이 잊히고 오히려 한국사람이나 외국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다고 하니 아이러니하다. 그전에는 여기가 한낯 쓰레기장이었다고 한다. 최근에 신경 써서 이 정도라고 한다. 몽골 정부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칭기즈칸에 대해서 깊이 연구하고 보존하고 홍보하는 것만으로도 300만 몽골 민족으로 하여금 자부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안장도 없이 말을 타는 모습을 보이는 현지 조교들의 모습 ]

칭기즈칸 탄생비에서 고도원 님과 기념사진을 각자 찍고 우리는 다시금 캠프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은 평온했고 말을 달리는 속도도 말 조교와 협의해서 천천히 달리기도 하고 빠르게 달리기도 했다. 특히 내 조교는 사랑하는 연인과 같이 조교를 하다 보니 애인이 앞에 가 있으면 나의 조교도 앞으로 가고 덩달아 내 말도 빨리 달려야 했다. 왜냐하면 나의 조교는 자기의 연인을 늘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덩달아서 내 말은 뒤로 처져 있다가도 어느새 맨 앞 선두까지 달려가는 일이 많았다.

[ 우리 행렬을 따라 다니는 몽골 꼬마들, 어려서부터 탄 말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

그렇게 신나게 달리다 보면 말에서 느끼는 속도감은 무어라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며칠 전만 해도 내가 말을 타고 달린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해봤는데 말이다. 여기에 와서 말을 타고 초원을 달리고 강을 건너고 언덕을 오르는 것은 정말로 말타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멋지고 시원한 감정이 담겨 있다. 얼마 되지 않는 시간 속에 말타기의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제주도에서 말을 타고 그냥 산책하는 것처럼 걷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 먼 초원을 바라보고 말과 같이 호흡하면서 달리는 그 속도감과 살아 있는 역동적인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아마도 여기 몽골 초원에 와서 직접 말을 타고 달리지 않고서는 무엇이라 설명해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캠프에 도착해서 후발대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쪽에서 들리는 소리가 말에서 달리다가 떨어졌다고 한다. 그것도 여성분이라고 해서 많이 다치지 않기를 빌었는데 누군가는 떨어졌다고 한다. 그것도 빠른 속도로 말이다. 한참을 기다리니 스타렉스에서 내린다. 말에서 신발이 떨어질까 봐 몸을 한쪽으로 기울이다가 균형을 잃어 떨어졌다고 한다. 머리에 헬멧을 썼기 때문에 아무런 상처 없다고 하니 불행 중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든다. 매일 말 타는 순간부터 마지막 한 사람이 내리는 순간까지 우리는 서로가 말을 잘 타고 즐기면서 사고가 없기를 늘 속으로 기도한다. 도착해서는 이제는 말을 타는 데 익숙해서인지 좀 더 달리고 싶다고 한다. 내일 마지막 말타기 대장정이 있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우선은 날씨가 허락해야 하는데 다들 마음속은 날씨가 좋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 캠프에 도착해서 오늘 장거리 여행을 기념하며 맨 우측에는 우리를 이끌어주는 현재 조교님 ]

오전의 말타기 거리가 좀 길어서인지 다들 피곤해한다. 아마도 가장 오랜 거리를 말을 타고 달리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점심식사 후에는 개인적인 휴식과 오수 명상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 맛이 꿀맛 같았다. 오논 강가에서 나무꾼탕과 선녀탕을 오픈했다. 더위를 식히던 강가를 1시간 간격으로 남자, 여자로 나누어 운영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손님이 적어 나무꾼 탕은 아침지기와 몇 명만 이용했다. 어제보다도 물량이 줄어 유속도 드려지고 수심도 낮아져 우리가 낮에 말을 타고 강을 건널 수 있었던 것 같다. 대자연에서 알몸을 드러내고 몸을 닦는 것은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새로운 느낌이었고 재미였다. 그 시원한 물에서 우리들만 이 커다란 대자연의 야외 목욕탕을 사용하니 괜히 부자가 된 기분이라고 할까? 누가 몽골 대자연, 오논 강에서 벌거벗은 몸으로 개안 목욕탕으로 사용하는 호사를 누릴 줄이야!

[ 오늘 하루도 지나가고 있다. 서편으로 노을이 지면서 캠프에는 비상발전기로 돌리는 전등에 불이 들어온다 ]

오늘 저녁 프로그램은 각 조별 장기 자랑인 우정의 무대가 예정되어 있다. 우리 조는 어제저녁 1시간의 아이디어 회의를 해서 몽골과 초원과 칭기즈칸과 연관된 노래 메들리와 율동을 하기로 했다. 아마 나를 포함해서 그렇게 잘하려고 하는 마음도 접고 참여하는데 의의를 두고 준비했다. 우리가 준비한 것은 '님과 함께', '닥 쳐' '칭기즈칸' 등을 엮어서 마지막 자무카와 칭기즈칸의 마지막 장면을 묘사하기로 했다. 어제는 생각만 하고 오늘은 간단한 예행연습을 하고 무대에 올랐다. 물론 준비가 부실했기 때문이기에 가장 먼저 하고 다른 조들의 율동을 즐기기만을 기대했다. 효림님이 순서를 뽑는 게임에서 운(?) 좋게 가장 먼저 하는 제비를 뽑았다. 가장 먼저 하고 다른 조들의 준비한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관람했다. 정말로 다른 조들의 준비는 꽤 열심히 한 것 같았다.

[ 오늘 조별 장기 자랑의 심사위원이신 고도원님이 멋진 선글라스를 쓰고서 심사평을 하고 계신다 ]
[ 우리 조의 막내이자 이번 여행의 귀엽둥이 중2 학생이 개인 축구 묘기를 선보이고 있다 ] 

가이드를 포함시켜 몽골 노래와 춤을 준비한 조, 몽골에서 말타기를 순서대로 준비한 코믹 콩트, 말 타는 과정과 캠프에서의 생활등을 패러디한 것 정말로 짧지만 기발한 생각으로 우리는 우리의 저녁 시간을 그 어느 때보다 웃고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오늘 심사점수 중에 새로 등장한 ‘고각도’가 있었다. 고각도는 고도원 님 각 조의 장기 자랑을 보고 고개가 움직이는 각도로 말하는 것으로 각도가 크게 움직일수록 점수가 높게 평가되는 것이다. 특히 심사평을 기다리는 동안 가이드님들의 중국 춤이 있었고 우리 조의 막내 정지수 님의 뛰어난 발굴의 볼 드리블 묘기와 장승원 님의 부른 김경호의 '사랑했지만'의 노래는 참 일품이었다. 실제 공연은 밋밋했지만 장기 자랑에서 우리 조를 빛나게 해서 너무나도 기분 좋은 하루였다.

[ 그래도 오늘 건진 몽골 초원의 멋진 장면이 있으니 행복하다 @박태환님 사진 ]

이렇게 해서 오늘 고단하면서 행복한 하루가 지나갔다. 오전에는 말을 열심히 타고 저녁에는 우리가 가진 끼를 마음껏 발산하고 서로를 유쾌하게 보낸 하루는 17번째 생일을 맞는 고도원의 아침편지의 축하 저녁 공연이었을 것이라 스스로 생각해본다. 해마다 대부분 깊은 산속 옹달샘의 생일이 몽골에서 맞이하게 되는데 계속 여기에서 생일 축하 파티가 쭈~~ 욱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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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원의 아침편지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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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즈칸탄생비

#말타기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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