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음 Aug 15. 2021

말타기의 대장정, 몽골초원을 끝없이 달리다.

몽골 말타기 여행_15

  


지금 내 가슴이 뛰는 것은 

지금 
 나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지나온 길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길이다. 
 내가 지나온 길을 철저하게 파헤치는 가장 
 큰 이유는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단서를 얻기 위해서이다. 내가 지금 
 과거의 내 모습을 탐구하는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되지 못할 것인지에 대해 
 힌트를 얻기 위해서다. 
 
 - 바바라 애버크롬비의 《인생을 글로 치유하는 법》중에서 -
 
 * 어제까지 힘들었지만
 오늘부터 앞으로 벌어질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뜁니다. 지금까지 겪었던 모든 일들,
 아무리 파헤쳐도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일들,
 그 지나간 일들이 사실은 나로 하여금 
 더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음을 새삼
 깨닫습니다.




말타기 여행의 가장 큰 이벤트인 대장정이 있는 날이다. 어제의 일기 예보를 포함해서 오늘 비가 오는지가 여행 가족들과 아침지기님들의 주된 관심사였다. 한국 같았으면 시간대별로 핸드폰으로 날씨가 검색할 수 있었는데 시시각각으로 날씨가 변하는 초원의 날씨를 모르는 게 아쉬울 뿐이다. 오늘의 ‘말타기 대장정’은 아침에 말을 타고 출발해서 목적지에서 점심을 먹고 좀 쉬다가 다시 그 먼 거리를 돌아오는 것이다. 몽골 여행의 안내 영상과 사진에서 보았던 그 멋있는 광활한 초원을 영상을 실제로 내가 해보는 날이다. 아마도 몽골 초원 말타기의 클라이맥스가 되기를 모두가 기대하고 있다. 다른 어느 날보다 가장 말을 많이 타기도 하고 말타기로는 몽골 초원에서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다. 

[ 초원의 밤하늘에는 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다. 게르 위에 떠 있는 새벽의 별 ]

어젯밤에는 처음으로 우리 게르의 난로를 직접 불을 피우고 잠들려고 했는데 감기로 인해 옷을 두껍게 입고 잔 것이 잠을 쉽게 들지 못한 원인이 되었다. 이리저리 뒤척이다 껴 입었던 옷을 하나씩 벗어 놓고 다시 잠이 든 것이 새벽 2시 정도였다. 오늘 아침은 그 어느 날보다 상쾌하다. 하늘은 맑고 쾌청하고 몽골 초원에서 불어오는 아침 바람은 그 어느 때보다 상쾌하다. 한국은 어제도 39도까지 오르고 한반도가 찜통이라고 하는데 나만 여기 와서 초가을의 날씨를 즐긴다는 것이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 말타기 대장정의 아침이 밝아오고 있다 ] 

아침식사 때부터 아침 여행객들의 표정이 들떠 있다. 아마도 오늘의 말타기 대장정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준비하는 모습들이 흥겨워 보일 정도이다. 먹고 싶은 디저트나 사탕을 아껴 먹기 위해 잘 감쳐두고 보는 것과 같은 모습니다. 아침부터 오늘의 장거리 말타기를 준비했다. 다른 날보다 오래 가야 하기 때문에 상처 난 엉덩이를 보호하기 위한 비밀 장비(?) 뿐만 아니라 모든 것으로 단단한 장비를 챙겼다. 오늘 준비 스트레칭은 다른 어느 날보다 강도가 더 강해진다. 그래도 끝까지 하는 모든 이들의 구령이 우렁차게 칭키스터넛을 울려 퍼지는 듯했다.

[ 캠프 주면에 피어 있는 이름 모를 노란 꽃은 우리의 마지막 말타기를 반겨주는 듯 하다 ]

오늘의 아침편지는 ‘지금 내 가슴이 뛰는 것’에 대한 것이다. 우리의 가슴이 뛰어야 하는 것은 앞으로 나아갈 길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모습을 돌아보고 앞으로 내가 가야 할 길을 바라볼 때 어떤 일이 우리를 기다릴지 우리의 가슴을 흥분하게 한다. 나의 가슴만 뛰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의 가슴마저 뛰게 한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오늘의 대장정은 우리의 가슴을 더욱 뛰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출발하기 전에 먼 초원의 구름이 심상치가 않다. 오늘의 대장정은 출발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캠프지기인 한다 님의 판단에 맡겨야 하는 것이다. 출발하는 이 시간에는 우리가 있는 곳에는 아직 비가 내리는 검은 구름이 우리 쪽에는 있지 않아 다행이다. 날씨 상황을 보아 가면 대장정의 출발은 시작되었다. 아침편지 여행에 있는 2014년의 대장정의 동영상의 모습처럼 정말로 푸른 초원을 달리는 모습을 오늘 내가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변수는 하늘에 맡겨야 하는 것이다. 칭기즈칸이 날씨를 살피는 것처럼 아마도 고도원 님과 한다 님은 수시로 날씨를 살펴야 할 것 같다. 천둥 번개 치는 날, 자무카와 싸움터에서 칼을 들고일어난 칭기즈칸의 심정처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날씨를 살필 것이다.

[ 몽골의 날씨는 종잡을 수 가 없다. 여기는 햇빛이 비치는데 멀리서는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

오늘의 대장정 출정 방향은 어제 방향과 같다. 먼저 강을 건넌다. 어제보다 물이 줄어든 것 같다. 수위가 조금은 낮아진 것 같다. 이제는 말을 타고 작은 강을 건너는 것은 낯설지 않다. 말을 일주일 탄 우리들도 서툰 우리들을 태우는 말도 이제는 서로에게 조금은 적응한 것 같다. 물을 건너자마자 이제는 넓은 초원을 달리기 시작한다. 속도를 제법 높이기 시작한다. ‘호르땅(빨리)’라고 외치면서 고삐를 힘껏 잡는다. 주위에서는 ‘쎡쎠레’라고 외치기도 한다. 말이 조금씩 달리기 시작한다. 가끔은 뒤로 돌아볼 여유도 생겨서 뒤를 돌아보면 그 모습이 정말로 멋있다. 말을 처음 타는 사람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속도를 맞추어 줄을 맞추어 잘 타고 달리기 시작한다.

[ 어제도 건너고 오늘도 건너야 할 강이다. 아직까지는 날씨가 좋다 ]
[ 뒤에서 보면 말타고 가는 행렬이 매우 길다. 이제는 제법 말타는 모습이 익숙하다 @박태훈님 사진 ]

특히 언덕을 말을 타고 올라갈 때는 더욱 흥분이 된다. 약간의 경사가 진 언덕은 오히려 달리기가 더욱 쉽다. 말이 달릴 때는 단단해진 허벅지 근육으로 기마자세로 안장에서 엉덩이를 띄워 서있는 자세가 오히려 더욱 편하다. 나뿐만 아니라 아침편지 여행객들도 이제는 기마자세가 익숙해졌다. 지나다 보면 현지 가이드님들이 핸드폰과 핸디캠으로 우리가 달리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고 있다. 그 앞을 지나갈 때면 밝은 미소와 정확한 기마자세를 취하려고 노력해본다.

[ 몽골 초원에는 넓은 초원에 게르가 한채씩 있고 주변에 방목을 하거나 임시 축사가 있다 @박태훈님 사진 ]

약 8km 이상을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려왔다. 캠프를 떠나서 칭기즈칸 탄생비가 있는 델룬벌덕까지 오는 것을 보면 말타기 실력들이 많이 향상된 듯하다. 잠시 쉬는 사이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검은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하고 먼 곳은 벌써 비가 내리는 것처럼 보인다. 역시 몽골의 날씨는 수시로 변해서 종잡을 수가 없다. 잠시 후에 어려운 결정이 내려졌다. 비가 그칠 것 같지 않아서 오늘 목적지까지는 가지 못하고 최대한 비가 오지 않은 쪽으로 말을 타면서 캠프로 돌아가기로 했다. 계획표에는 약 30km인데 아마도 오늘은 약 20km 정도로 줄어들 것 같다. 다들 아쉬움이 표정들이다. 오늘 비를 흠뻑 맞더라도 더 달리고 싶은데 그래도 최우선이 안전이기 때문이다. 오늘 대장정의 결정은 캠프 대장인 한다 님과 고도원 님의 결정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안전해야 내년, 후년 계속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아쉬운 발걸음, 아니 말 걸음을 캠프로 향했다. 

[ 말ㅇ르 타고 달리면 뽀얀 흙먼지가 난다. 개인의 기량이 다르기 때문에 행렬이 길어진다 @박태훈님 사진 ]

돌아가는데 초원을 달릴 때와 강은 건너 달리는 시간은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오직 달리는 말에 집중했다. 말 위에서 먼 초원을 돌아보는 것도 이제 마지막이란 것이 너무 아쉽게 느껴진다. 다른 날보다 더 응집된 모습으로 캠프 앞에 도착했다. 이제 일주일간 우리를 돌보아 주고 말을 타는 것을 도와준 현지인 말 조교와 헤어져야 하는 시간이다. 한국에서부터 준비해 온 선물들을 가지고 나왔다. 아쉽고 고마운 마음에 준비한 선물을 주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 일주일간 나를 옆에서 챙겨주고 말을 타는 법과 말을 잘 안정시켜 준 나의 사수 }
[ 우리 조에 배정된 현지인 커플 조교, 서로 사귀고 있는 사랑스런 몽골 커플이다 ]

그동안 말이 통하지 않아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지만 이들은 참으로 따뜻한 사람이었다. 피부색이 약간 차이가 나지 않으면 누가 몽골인인지 한국인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우리들도 그동안 햇빛에 그을려서 얼굴이 많이 탔다. 그들과 사감 포옹을 하고 선물을 나누어 주고 아쉬운 이별을 했다. 정말로 고마운 이들이었다. 순박한 그들의 미소에 우리의 미소를 보태어 다음을 기약한다. 우리는 약 일주일간 동안 이분들과 만나고 가지만 해마다 이분들은 비슷한 한국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우리 가슴속에 있는 사랑과 감사가 그들에게 온전히 전해졌으면 한다. 그리고 그분들의 마음속에 있는 초원의 광활한 마음과 때 묻지 않은 마음이 우리에게 온전히 전해진다.

[ 오늘의 대장정을 마치고 캠프 앞에서 이제는 혼자서 말을 탈 수 있다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한 컷 ]

늦은 점심을 먹고 이제는 개인 휴식 시간을 가졌다. 이제 오늘 저녁이면 짐을 싸서 내일 아침이면 이곳을 떠나 울란바토르로 가야 한다. 날씨는 맑지 않지만 개인 짐들을 조금씩 정리하고 젖은 빨래들을 게르 지붕과 빨랫줄과 울타리에 하나씩 넌다. 아마도 오늘은 캠프 빨래하는 날인가 보다. 초원의 바람에 빨래를 해서 말리고 있다. 어느 때보다 한가한 오후 시간이다. 오늘 저녁은 마음 나누기만 남아 있어 어느 때보다 한가롭다. 캠프내 물건을 살 수 있는 샵(Shop)는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몽골의 야생화에서 딴 꿀과 잼, 그리고 잣과 여러 가지 선물을 사기 시작한다. 아마도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말타기에만 집중해서 돌아가서 선물 줄 생각들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파는 선물들이 값도 싸고 품질이 좋아서 많은 분들이 산다. 어떤 분은 잣을 여섯 봉지를 싸서 트렁크 무게가 6kg씩이나 늘었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 몽골 초원에서 오후 시간을 흘러갔다.


저녁 먹고 어제 장기 자랑 시간과 동일한 포맷으로 중앙 식당에 모였다. 이번 여행을 마무리하면서 캠프 생활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그동안 캠프에서 모일 때마다 조원들을 챙기고 출석체크를 잘 한 조장들에게 아침편지에서 선물을 주셨다, 잘한 것도 없이 선물을 받아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단지 조원분들이 다 오셨는지 출석 체크만 했는데 말이다.

[ 일주일간 각 조로 배치되어 통역도 하고 여러가지 도움을 주었던 현지 대학생이자 몽골 조교님들 ]

이곳 몽골 말타기 여행을 두 번째 오신 분이 4분이나 계신다. 적게는 2년 전, 9년 전, 13년 만에 오신 분도 있고 10년이 지나서 손자를 데리고 오신 우리 조의 정동주 님과 정지수 님도 계신다. 20대에 왔다가 다시 30대에 오신 이한얼 님도 있다. 그리고 한가족이 4명이 오신 가족도 2 가정이 있다. 지금쯤 한국에 있는 집이 흔들리고 있다고 한다. 기둥뿌리를 하나 정도는 뽑아서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몽골에 살어리랐다’상을 타신 이번에 3번째 오신 문현선 님도 계신다. 이 정도면 몽골 말타기가 흠뻑 빠지게 할 만한 특별한 무엇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아침편지 여행이 주는 매력에 끌려 다른 여행을 포함하여 이번 몽골 여행으로 3번째 여행하신 분이 두 분이나 계신다. 아마도 아침편지 여행을 위해  적금을 붓고 계시는 듯하다. 

[ 이번 여행의 최고령자와 최연소자, 할아버지와 손자의 여행을 축하해 주고 있다 ]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몽골의 김광석’으로 데뷔한 장승원 님도 계신다. 다음에도 또 오실 것 같은 기분 좋은 기대감이 든다. 그리고 자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면서 새벽 명상하시면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고 어머님과의 사랑을 회복하신 아들끼리 같은 고등학교 선배 부모님이신 박제규 님도 만나서 너무 반가웠다. 첫날밤과 그리고 내일 올란바트로에서 같은 방을 쓰는 룸메이트이기 때문이다.

[ 나와 같은 게르를 쓰는 아버지와 아들, 여행을 두 분이 같이와서 무사히 여행을 마치는 것을 축하해주고 있다 ]

마지막으로 고도원 님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여셨다. 이제 막 시작한 ‘소울패밀리(솔패)’에 대한 말씀이다. 구체적으로는 말씀하시지는 않지만 이타적 연대를 시작하자고 하신다. 아마도 이번 여행을 통해 모르는 사람들이 와서 일주일간 자연과 더불어 말을 타고 추억을 만들면서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해주신다. 아마도 우리는 이제는 ‘영혼’으로 연결되어야 하는 운명일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 속에 몽골이 좋아 이런 오지까지 말을 타러 왔다. 그것도 일 년 중에 약 11일간이란 시간을 같은 장소에서 한솥밥을 먹고 같은 몽골 하늘 아래에서 인연을 맺었으니 보통 인연은 아닌 듯하다. 이런 인연으로 앞으로 쭉 이어졌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품어본다. 이렇게 몽골 초원, 칭기스터넛 캠프의 마지막 밤은 깊어만 간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몽골에서 말타기

#고도원의 아침편지 여행

#칭기즈칸

#몽골여행

#말타기

#몽골초원


작가의 이전글 강을 건너고 칭기즈칸 탄생비까지 달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