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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Aug 16. 2021

가자! 울란바트로로, 푸른 초원과 하늘, 구름, 꽃

몽골 말타기 여행_16

박자와 강약, 쉼표와 리듬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걱정하기보다는 매 순간 나 자신이
 무엇을 바라는지에 귀를 기울이세요.
 음악의 박자나 강약처럼, 당신도 삶의 리듬을
 찾아야만 비로소 균형을 이룰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시속 15km로 달리기를 좋아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4km로 달립니다. 우리는
 제각기 편안하게 느끼는 속도가
 다릅니다.
 
 - 버니 S. 시겔의《내 마음에도 운동이 필요해》중에서 -
 
 * 자기에게 맞는 속도를 찾는 것이
 순리입니다. 그러나 삶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자신의 뜻과는 달리 때로는 15km로, 때로는 4km로
 달려야 할 때가 많습니다. 그때마다 음악처럼 박자와
 강약, 쉼표와 리듬이 필요합니다. 이걸 놓치면
 음악은 소음으로 바뀌고 삶도 건강도
 쉽게 무너지고 맙니다.



캠프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고 칭키스터넛 캠프에서 떠나는 날이다. 오늘도 일찍 출발해야 약 12시간의 대장정을 일찍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젯밤에 짐은 대충 싸놓았기 때문에 아침에는 어제 입고 잔 잠옷과 세면도구만 정리하면 된다. 어젯밤에 앞으로 나에게 1년 후에 보내어지는 ‘1년 후 편지’를 쓰려고 했는데 시작도 하지 못했다. 앞으로 1년 후에게 할 말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서이다. 오늘은 아침편지 여행 가족들의 옷차림새가 말을 탈 때와는 좀 다르다. 약간은 갖추어 입은 듯하고 캐주얼하게 입으셨다.

[ 칭기스터넛 캠프를 떠나는 아침,  게르 천정으로 솟은 연통과 멀리 보이는 초원 ]


오늘의 아침편지는 ‘삶의 리듬’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한국에서 바쁘게 8분 음표로 바쁘게 살면서 제대로 쉼표 없이 살아왔다면 뜨거운 여름, 몽골 초원에서는 2분 음표, 점 사분음표로 지낸 것 같다. 중간에 4분 쉼표도 적절하게 넣으면서 말이다. 이제는 다시 원래의 박자대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오늘도 장거리를 이동하면서 어느새 우리 몸에 맞춘 메트로놈의 빠르기를 약간은 조정해야 할 것 같다.

[ 흐렸던 새벽을 지나 아침이 디니 멀리 구름과 낮은 능선과 초원이 한 폭의 그림과 같다 ]


돌아갈 때도 타고 온 조별로 배정된 스타렉스에 짐을 실었다. 우리 조는 4호차 징크스 때문에 4호차를 꺼려하는 분이 있어 두 분이 차를 서로 바꾸어 탔다. 그동안 정든 캠프의 현지인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차는 울란바토르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가는 길은 올 때처럼 중간에 타이어 펑크라던가 하는 해프닝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을 안고 일주일의 캠프 생활을 마무리했다.

[ 맨 앞의 선두 차량을 따라서 간다. 몽골 초원은 길이 없어 운전하는 대로 가는 길이 바로 길이되는 것이다 ]

올 때와는 다른 방향으로 차가 출발하는 것 같다. 하긴 몽골 초원에 길이 어디 있겠는가.  선두 차량이 길을 잡은 곳이 길이고 우리가 가는 방향 이리라 생각했다. 넓게 펼쳐진 몽골 초원은 우리에게 또 다른 풍광을 선사했다. 넓고 푸른 초원에 한가로이 풀을 뜯고 유유히 움직이는 가축들의 모습이 보이고 간혹 한 두 채의 하얀 게르가 보일 뿐이었다. 멀리서 말을 타고 가축을 모는 목동도 보인다. 올 때 풍광과 비슷하면서도 뭔가는 다른 분위기였다.

[ 말을 타고 가축을 모는 목동의 모습, 여기서는 누구든지 말을 타고 달리면 멋진 그림이 완성된다 ]
[ 우리가 가는 길에는 방목하는 말이나 소, 양들이 길을 막고 있어 피해 가거나 가축들이 길을 비켜준다 ]
[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몽골 초원의 모습 ]
[ 몽골 초원의 풀밭에는 이렇게 자기만의 색깔을 나타내며 피어 있는 많은 꽃들을 볼 수 있다 ]

역시 우리 3호차 기사님의 차량 순서를 지키는 것은 최고이다. 늘 2호차를 앞서지 않고 바로 뒤에 가면서도 다른 번호 차량이 우리를 앞서면 꼭 앞지르는 것을 보면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올 때에는 밀밭이 넓게 펼쳐진 것을 보았는데 가면서 밀밭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캠프로 가는 길과 올란바트로로 가는 길은 조금은 다른가 보다. 어느 정도 가니 중간에 급유한 마을이 나온다. 이 마을은 좀 크기 때문에 주유소도 있다. 약 17대의 차량이 한 번에 중간 급유를 하니 시간도 꽤 오래 걸린다. 쉬는 시간에 간식을 나누어 준다. 차에서 내려 스트레칭도 하고 달달한 웨하스도 먹으면서 먼 언덕과 푸른 하늘을 본다. 출발할 때와 달리 맑고 파란 하늘이 압권이다. 다들 차에서 내리자마자 사진기를 들고 구름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멋있는 구름 사진을 찍어서 펴낸 책들도 많은데 이곳에 와서 찍으면 책 한 권은 족히 만들 분량은 될 것 같다. 주유소 한편에는 활짝 핀 코스모스가 있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 정도로 꽃송이가 크고 색이 진하게 느껴진다.

[ 초원에도 차들이 많이 지나다닌 길에는 풀이 자라지 않고 바퀴자국이 난 길이 있다 ]
[ 사람들이 모여사는 동네 옆에는 이렇게 주요소가 한군데 정도라서 모든 차들이 전부 기름을 주유한다 ]
[ 주유소 주변에는 한 여름인데도 코스모스가 초원의 햇살과 바람에 아름답게 피어 있다 ]

약 30분 동안 급유도 하고 쉰 다음 우리는 또 달리고 달렸다. 저 앞 초원 위에 차들이 몇 대 서 있는 것들이 보인다. 앞에 가던 우리 일행 차 한 대가 멈춰 서 있다. 헛바퀴만 돌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비가 많이 와서 물이 많이 고여있고 차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이때도 역시 랜드로버가 견인해서 차를 끌어낸다. 우리 기사님은 조심성이 많은데 우리 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약 2-3대만 견인하고 나머지 차들은 저만치 앞에 다 서있다. 우리 차 말고도 현지인 차들도 서 있는 것을 보이 여기가 차 길은 없지만 초원 위로 다니는 길인데 비가 많이 와서 도로 아니 초원 상태가 엉망이었던 것이다.

[ 중간에 차를 세우고 가져온 도시락을 나누어서 풀밭에서 차안에서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한다 ]

차를 다 빼내고 차를 일렬로 세우고 점심 식사를 한다. 캠프로 갈 때와는 달리 날씨가 좋아서 차 옆에 자리를 깔고 캠프에서 준비해 온 도시락을 먹게 되었다. 공깃밥에 싸온 반찬으로 먹는 점심은 꿀맛이었다. 이 많은 도시락을 준비하느라 캠프에서는 새벽부터 준비한 손길이 있어 가능했으리라 감사한 생각이 절로 든다. 점심식사 후에는 플루트 소리가 초원에 울려 퍼진다. 차량이 일렬로 늘어선 사이로 퍼지는 음악소리는 너무나도 좋다. 라이브 음악에 커피 믹스를 한잔씩 하며 우리는 초원 위의 정찬을 즐겁게 보냈다.

[ 여행동안 아침이나 저녁에 플루트를 연주해서 그 청량함과 감미로운 음악이 점심시간에도 연주하고 계신다 ]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초원길을 마치고 이제는 도로 위로 올라섰다. 벌써 대 여섯 시간 이상을 운전한 기사님들이 이제는 졸지 않도록 조심히 살펴드려야 한다. 울란바토르로 갈수록 날씨는 더욱 좋아지고 하늘의 구름은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새하얀 솜털 같은 구름부터 시작해서 수증기처럼 부풀어 오르는 뭉게구름과 솜사탕처럼 단단하면서도 여러 가지 모양의 구름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모든 구름을 사진기에 담아도 끝이 없을 것 같았다. 아마도 구름만 찍는 사진사들은 이곳 몽골 초원에 오면 천국일 것 같다. 푸른 하늘에 구름만 봐도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겠다.

[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그리고 구름의 그늘이 드리워진 몽골 초원의 여름 풍경 ]
[ 푸른 초원과 하늘과 구름과 사람이 맞닿은 모습이 너무나 좋기만 하다 ]
[ 맑은 날에는 유난히 뭉게 구름이 볼 수 있다. 온갖 모양을 만들다가 사라지는 하얀 구름과 푸른 초원이 잘 어울린다 ]


중간에 또 한 번 휴식을 취했다. 이제는 도로 갓길에 차를 대고 쉬게 되었다. 도로 옆에는 석탄을 캐는 도시인 바가누르(Baganuur)라는 곳이라고 한다. 여기서 구글 지도를 켜니 울란바토르까지는 약 2시간 20여분, 거리로는 약 138km까지 남았다고 한다. 이 정보가 맞다고 하면 우리는 6시 전후로 도착할 것 같다. 울란바토르로 가는 길은 금요일 오후라 차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파란 도화지에 하얀 물감으로 멋진 모양을 만들어내는 조물주의 그림을 마음껏 감상하는 날이다 ]

어느덧 달리다 보니 올 때 본 커다란 칭기즈칸의 말 탄 동상이 보이는 곳에 잠시 차를 대고 스트레칭을 취하면서 휴식을 취했다. 멀리 보이는 동상의 정식 명칭은 “칭기즈칸 스테츄 콤플렉스”라고 한다. 정동주 님 말에 의하면 10년 전에는 없었고 최근에 세워진 것이라고 한다. 저 동상에는 건물로 되어 있어 실제로 동상 안으로 올라가면 전망을 구경할 수 있다고 한다. 아마도 울란바토르로 관광 오는 사람들이 말을 타러 체험하러 오는 곳이라고 한다. 우리처럼 몽골 초원 한복판까지 가는 것이 아니라 수도 가까운 곳에서 말을 타고 게르 체험을 하는 관광지라고 한다.

[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 칭기즈칸의 위대한 모습 ]
[ 칭기즈칸 스테츄 콤플렉스의 입구, 입구에도 칭기즈칸이라고 세워져 있다 ]
[ 멀리서 바라본 칭기즈칸 동상의 모습의 크기가 어떤지 짐작할 수 있다 ]

여기서 우리는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점프 샷을 찍으면서 마지막 초원에서의 여유를 즐겼다. 차는 달리고 달려 우리가 첫날밤 묵었던 호텔에 가까이 가고 있었다. 도로에는 한국처럼 노점상들이 줄지어서 잘 익은 수박을 팔고 있기도 하고,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간식을 팔기도 했다. 이런 것을 보면 한국의 지방 길거리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역시 사람 사는 곳은 비슷비슷한가 보다.

[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목적지에서 하늘을 향해 힘껏 날아보자 ]
[ 우리는 뜨거운 여름을 푸른 몽골 초원에서 같이 웃고 지낸 우리조의 모습 ]

입구가 전통 한옥처럼 된 호텔에 들어섰다. 첫날에 도착했을 때는 호텔이 이렇게 큰지도 몰랐는데 해가 떠 있을 때 보니 꽤 넓은 호텔이었다. 모든 짐을 차에서 내리고 호텔 로비에 짐을 놓고 모여 있었다. 그 이유는 호텔에서 칭키스터넛 캠프로, 캠프에서 1시간이 넘는 소풍 길도, 그리고 새벽 명상을 하러 이른 새벽에 언덕까지도, 캠프에서 다시 울란바토르로 오는 동안 우리의 안전을 책임지고 안전하게 운전해준 기사님에게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서였다. 이분들은 시골 아저씨와 넉넉한 웃음과 풍채로 우리를 안전하고 따뜻하게 대해 주셨다.


차가 가다가 펑크가 나더라도 순식간에 타이어를 교환하고, 차가 강 중간에 서더라도 안전을 유지하면서, 초원에서 길을 잃더라도 목적지까지 우리의 안전을 책임지셨다. 고도원 님 말대로 이분들이야 말로 몽골 친선 대사임에 틀림없다. 아침지기들이 준비한 선물을 한 분 한 분에게 선물을 드렸고 우리는 마음과 몸을 다해서 뜨거운 박수로 배웅하였다. 이분들이 내년에도 올 몽골 말타기 여행 가족들을 안전하게 모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우리의 안전을 책임지시고 길없는 몽골 초원을 왕복해주신 기사님들에게 고도원님이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모습 ]

도착하자마자 호텔 내 식당은 우리를 위해 만찬을 준비하고 있었다. 된장국은 기본에다가 고기 볶음과 오징어 볶음까지 맛있게 준비되어 있었다. 캠프에서도 전형적인 한국 음식을 먹었는데 여기서 먹는 한식도 그렇게 맛있는 걸 보면 그동안 한국에서 했던 다이어트는 다 무너졌음을 실감했다. 아 다시 한국으로 가서 그동안 먹은 것을 다시 빼야 한다. 그래도 좋다. 공기 좋고 사람도 좋고, 말도 좋고, 풍광에 좋은 곳에서 감사하게 먹었기에 전부 살로 변하지는 않았겠지 하는 위안 아닌 위안을 스스로 해본다.


저녁을 먹고 호텔을 주변을 천천히 한 바퀴 돌아본다. 호텔을 가급적으로 한국식으로 꾸민 것 같다. 호텔 내 한국과 몽골 사업협회 등이 있어 주로 여기서 한국 사업가분들이 모여서 무역 등을 하시는 곳 같다. 객실로 돌아와 따뜻한 물로 씻고 오래간만에 여유를 즐겨본다. 그리고 1년 후 한국의 나에게 도착할 편지를 쓰기 위해 테이블 앞에 앉았다. 2019년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떤 모습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지 무척 궁금하다. 얼마나 멋있는 모습으로 성장했을까?


잠시 생각을 가다듬고 1 년 후에 나의 목표와 변화된 모습을 꼼꼼히 기록했다. 과연 내가 여기에 적어 놓은 것을 이룬 모습으로 이 편지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편지를 봉투에 조심스럽게 넣는다. 앞으로 1년 후에 나에게 배달될 것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오늘 내가 쓴 1년 후의 편지는 내 인생에서 작은 점이 될지 희미한 점이 될지는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내느냐에 달려 있다.


아미도 이런 편지를 쓰게 하는 목적은 몽골에 와서 잠시 멈춤을 통해서 인생에 있어서 점을 찍고 가기를 바라는 고도원 님과 깊은 산속 옹달샘의 숨은 배려가 있을 것이다. 이런 좋은 환경에 와서 꿈을 꾸어야 한다. 하지 3만 그것을 적지 않으면 그것은 단지 꿈으로 끝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꿈은 나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말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잊지 말도록 기록해야 한다. 나 같은 경우는 핸드폰에 매년 목표와 버킷 리스트와 같은 것을 따로 기록한다. 생각날 때마다 하고 싶은 것이 생길 때마다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한다. 그리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보고 다시 상기시킨다. 자주보다 보면 내 생각 속에 입력되어 그런 기회가 올 때마다 내 행동과 생각을 이끌고 가는 것을 느낀다. 아마도 내비게이션의 경유지나 목적지처럼 언젠가는 도달할 것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이 편지가 도착하는 1년 후가 무척 궁금하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좋은 사람을 만났고, 그 가운데 꿈을 꾸었고 좋은 꿈을 각자 편지에 적었다. 그리고 우리는 내일부터 이 꿈이 우리를 이끌고 갈 것이다. 그 꿈이 몽골의 밤하늘의 별처럼 1년 후에는 빛나고 있으리라.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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