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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Aug 12. 2021

몽골 오논강 언덕에서 새벽 명상을 하다

몽골 말타기 여행_13



희망이란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한 사람이 먼저 가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 루쉰의 《고향》 중에서 -
 
 * 그렇습니다.
 희망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도 생겨나는 것이 희망입니다.
 희망은 희망을 갖는 사람에게만 존재합니다.
 희망이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희망이 있고,
 희망 같은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실제로도 희망은 없습니다.  




지금은 새벽 4시 50분이다. 다른 날 아침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한다. 이제는 친숙한 백기환 님의  '여러분!, 기상!'이라는 목소리가 우리를 단잠에서 깨운다. 어제는 좀 일찍 잠이 들어 쉽게 일어날 수 있었다. 다들 기상해서 추위와 모기에 단단한 대비를 하고 차로 향한다. 캠프 왼편에 있는 작은 동산으로 오르기 위해서이다. 오늘은 오논 강을 내려다보며 ‘새벽 명상’을 하는 날이다. 잠시 모여 공지사항 전달 후에 명상이 끝날 때까지 묵언해야 한다. 조용히 차에 올라 동산의 중턱까지 올라갔다. 많은 분들이 앉아서 명상하는 데 필요한 것을 준비해서 오논 강 전체와 헨티 캠프가 보이는 동산 정상에 자리를 잡았다. 미리 도착한 아침지기들이 모기향을 피워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맨 앞에 빨간색 점퍼를 입으신 고도원 님이 자리를 잡고 앉으셨다. 그 앞에 나도 앉았다. 다들 자리를 잡고 얼마 전에 배운 호흡법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호흡을 안정시킨다.

[ 오논 강이 보이는 언덕에서 넓은 초원을 바라보며 명상을 할 곳이다 ]


하늘이 정수리를 당기고 있는 것처럼 허리를 곧추 세우고 편안하게 는다. 멀리 보이는 푸른 초원과 태무진 때부터 흘러오고 있는 오논 강을 바라보면서 눈을 감는다. 9살 때 아버지를 잃고 부족장의 후계자의 자리에서 밀려나 어머니와 동생들을 데리고 혼자 힘으로 가족을 이끌어가야 하는 어린 테무진을 상상해본다. 얼마나 막막하고 힘들었을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 몽골의 새벽에 가까운 언덕에서 멀리 펼쳐진 초원글 바라보며 자리를 잡는다  @ 박태환님 사진 ]


그로 인해 우리도 어렸을 때의 우리 모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우리 자신도 힘든 기억 속에서 우리 자신들이 얼마나 힘들어하고 괴로워했는지 돌아보게 한다. 살아오면서 힘들게 하거나 우리가 예전에 겪은 아픈 기억과 우리를 힘들게 했던 것을 "용서"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를 힘들게 하거나, 힘들었던 사람들과 기억 속에서 우리는 용서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몸과 마음속에 그냥 가두어 놓았기에 힘들어했고 괴로워했다.


[ 허리를 세우고 조용히 눈을 감고 호흡에 정신을 집중한다 - 새벽명상시간 @박태환님 사진 ]


그리고 우리와 아직도 가깝게 하지 못하고 섭섭하게 했던 기억들과 같이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화해"가 필요하다. 우리가 아직도 멀리하던 모든 기억들을 하나씩 꺼내어 들여다보고 화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를 아프게 했던 그런 기억들과 모든 것과 화해하지 않으면 우리 마음이 치유될 수 없고 그 상태로 남아 있어 가끔씩 우리를 찌르기도 하고 생채기를 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 작은 언덕에 안개가 끼어 있고 멀리서 해가 떠오르고 있다 @박태환님 사진 ]


그리고 이제는 우리 마음속에 "사랑""감사"하는 마음을 담아야 한다. 우리 안에 비어있는 부분에 사랑하는 마음이 충만하게 채워야 한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내 가족을 사랑하고 이제는 나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혼자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 아니기에 더욱더 그러하다. 그리고 이제는 내게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어떤 환경에서도 감사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운 성경상의 인물 바울처럼 우리는 감사의 비결을 이 시간 배워야 한다. 감사만이 다른 감사를 불어오고 내 마음속에 감사함이 가득 차기 때문이다. 감사만큼 우리 삶에 있어 큰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은 없다.


[ 명상하는 자리 주변의 언덕에도 나무보다는 푸른 풀로 덮혀 있다 @박태환님 사진 ]


그렇게 조용히 우리 내면을 들여다보는 사이 새벽의 시원한 바람이 우리를 감싸고 지나갔다. 지금 이 시간 나와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고 있는 2018년 몽골 말타기 여행 가족들을 한 번씩 포옹하면서 사랑과 감사의 주파수를 보내본다. 이 자리에 용서와 화해가 하나가 되어 사라지고 사랑과 감사의 풍성함이 넘쳐나기를 기대해본다.

[ 고도원님과 오논 강을 배경으로 사진 한장, 찰칵 ]


새벽 명상이 끝나고 멋진 풍광을 놓칠 수 없어 사진을 찍어본다. 800년 전 테무진도 이곳에서 새벽에 나와 같은 장소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태무진은 무엇을 보고 새벽 시간을 보냈을까 생각해 본다. 조별 단체사진도 찍고 그 동산 정상에도 펼쳐진 야생화 꽃을 꺾는 여인들도 보고 고도원 님과 단독샷도 찍어본다. 헨티 캠프와 오논 강이 다 보이는 고목 옆에서 고도원 님과 와이키키를 외치며 사진을 찍는다. 그 후로 그 자리는 고도원 님과 아침편지 여행객들과 고정적으로 사진을 찍으실 정도로 배경이 아주 멋진 풍광이었다.

[ 명상을 끝내고 나니 주위가 밝아짐을 느낀다, 초원은 시시각각으로 날씨가 변한다 @박태환님 사진 ]


오늘은 4번째 말타기가 있는 날이다. 어제 쉬었기 때문에 그런지는 몰라도 우리 몸은 어느새 말을 탈 준비가 되어 있는 것처럼 에너지가 넘친다. 어젯밤부터 내리는 비로 힘들 수 있다는 예상을 깨고 햇살은 비치지 않고 구름 낀 날씨로 말을 타기에는 정말로 최적의 날씨인 것 같다.


[ 우리 조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본다, 주변에 예쁜 야생화와 같이 우리 조원분들도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다 ]


더욱 오늘은 의미가 있는 날이다 아침편지가 시작한 지 17 변째 생일이다. 2001년 8월 1일 '희망이란’ 제목의 아침편지가 발송되고 이제 오늘로써 만 17년이 지났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었을까 생각해본다. 많은 가족들에게 편지를 발송하느라 서버가 다운되기도 하고 옹달샘의 공사가 중단되기도 하면서 이제는 한국의 최고의 명상, 힐링센터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17번째 생일을 맞이해서 16번째 말타기를 진행하고 있으니 첫 해만 제외하고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성장하는 데는 고통이 따르듯이 아마도 17번째 생일까지는 많은 어려움과 고통이 있었을 것이다. 사람으로 하면 이제 고1이 되었으니 앞으로도 더욱 많이 배우고 성장하고 큰 꿈을 가지고 나갈 많은 꿈을 꾸어야 하는 청소년 시기이다. 깊은 산속 옹달샘에서 추진하고 있는 청소년 비전센터와 옹달샘의 나이와도 잘 맞는 때인 것 같다. 고도원 님을 비롯한 아침지기들은 정말로 10대의 마음과 꿈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 몽골 초원에서 고도원 아침편지를 발송한 지 17번째 생일을 축하하고 있다 ]

매년 8월 1일에 첫 번째 아침 편지를 받는 날이면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는 날로 생각하곤 했다. 원래부터 길이 없었던 것에 ‘고도원’이란 한 사람이 걸어가고 많은 사람이 그 길을 따라 길을 만들고 있었다. 이런 것이 희망이 진정한 희망이 아닐까? 아마도 몽골 초원은 그런 대표적인 현장이다. 몽골 초원에서의 길은 맨 처음 달리는 차가 길을 내고 다음 차들이 따라가면 그것이 길이 되는 것이다. 800년 전에도 칭기즈칸이 먼저 말을 달려 초원에 길을 내고 그 후손들이 따라 길을 내었듯이 말이다. 몽골 초원에서 아침편지 생일을 맞이하고 고도원 님을 마주 보고 ‘17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라는 말을 할 수 있어서 기쁜 아침이었다.

[ 고도원의 아침편지 17주년 축하 케익 - 초코파이와 몽골 야생화의 장식이 어떤 케익보다 멋있다 ]
[ 17주년의 아침편지를 몽골 현지에서 핸드폰으로 캡처한 사진과 몽골 야생화로 만든 축하 꽃다발 ]

오늘의 수칙은 이러한 길을 내는데 한 길만 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길을 내어 서로 통하게 하고 서로 좋은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래서 더 큰 희망을 불러올 수 있는 마중물이 되는 데 우리가 조금씩 힘을 보태고 연합하는데 의미가 있다. 이러한 운동이 한 사람, 한 사람씩 서로 연합하여 커다란 희망의 공동체가 되는 것을 꿈꾸어본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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