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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Aug 10. 2021

몽골의 숲속 마라톤

몽골 말타기 여행_12

우리가 도착하는 곳은 우리나라 국립공원처럼 몽골정부가 관리하는 숲이라고 한다. 차를 주차하고 가벼운 복장으로 숲 속 한가운데 모였다, 양쪽을 숲으로 뻗어난 길은 키가 높게 자란 나무로 인해 빌딩숲처럼 반듯하게 길이 나있고 그 위로는 푸른 하늘과 구름이 가득했다. 숲에서 나오는 소나무 냄새와 피톤치드는 올해 상반기를 열심히 살아온 우리에게 정말로 자연의 비타민을 무한히 쏘아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 몽골 초원에서도 들판이 아닌 큰 나무들이 모여 있는 숲, 그 가운데 우리들의 차량이 쉬고 있다 ]

가벼운 복장으로 스트레칭을 하고 숲 속 마라톤을 할 준비를 했다. 아마도 어느 여행객들이 단체 여행을 와서 소풍을 오고 이렇게 모여 마라톤을 하는 것은 아마도 고도원의 아침편지 여행에서만 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것이리라. 몸을 풀고 고도원님이 상의와 하의를 탈의하시니 반팔과 반바지 차림이 되었다. 그때 우리는 우리 눈을 의심했다. 우리 눈에 들어온 것은 스쿼트로 단련된 팔뚝근육과 말 허벅지 근육이었다. 하루에 스쿼트를 3백개씩 3세트를 하시는 고도원님의 허벅지 아니 말벅지를 보았다. 반바지 아래로 비쳐진 허벅지 근육은 정말로 단단하게 보였으며 웬만한 20대 허벅지를 능가할 정도였다. 우리에게 그 허벅지를 만드는 비법을 전수해 주셨다. 우리에게 정확한 자세를 시험을 보이시며 꾸준히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하신다. 역시 모든 것이 하루 아침에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달리기 준비를 마치고 숲 속으로 뻗어진 길로 처음에는 가벼운 걷기로 시작했다. 약 4km정도의 달리기를 시작되었다. 시작과 함께 달려나가기 시작한 10-20대 젊은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분들은 당신들의 체력을 감안해서 천천히 달린다. 누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건 중요하지 않다. 약 2km까지는 달리는데 문제가 없었는데 그 이후부터는 걷다가 뛰는 것이 반복되었다. 중간 포인트에 들어섰을 때 아침지기 스텝 무전기로는 벌써 선두그룹이 들어온다고 한다. 아직 반도 안 갔는데 벌써 들어오다니 역시 젊음이란 것은 빠른 속력을 낼 수 있는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한때는 소대원들을 데리고 호루라기마저 불면서 뛸 때가 있었는데 그 시절은 지나가고 내 스스로가 나에게 호흡을 맞추면 내면의 호루라기를 불면서 뛰어야 한다. 쉬지 않고 천천히 내 호흡과 체력에 맞추어서 말이다. 그래야 오래 갈 수, 멀리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삶에서, 인생에서 자신만의 속도를 찾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상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남이 정해주는 속도에 맞추어 살 필요가 없다. 누가 먼저 골인 지점에 골인하는 것보다 이 몽골 초원에서 주어진 풍경을 음미하면서 그 바람을 느끼면서 달리는 것처럼 우리네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 숲속을 지나서 목적지인 들판으로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고 자연속에서 놀다 ] 
[ 목적지엔 우리 기사님들이 완주를 축하해 주고 있다 ]
[ 먼저 들어온 15세 손자가 일흔이 넘으신 할아버지를 결승선에서 맞이하고 있다 ]


몇 명의 가이드와 아침지기 스텝을 지나치니 강가에 펼쳐진 차량과 깃발이 보이기 시작한다. 저기가 목적지인 것 같아 서서히 달리는 속도를 높여본다. 들어가는 모습은 걷는 것보다는 뛰는 모습이 낫지 않을까 작은 욕심이 앞선다. 목적지에는 먼저 들어온 분들과 아침편지 가족 스텝이 환영을 해주고 있다. 10여분 후 오늘 페이스 메이커를 자처한 고도원님이 골인하시고 맨 마지막 여성 두 분이 들어오면서 짧은 숲 속의 마라톤은 끝을 맺었다. 앞에 강가로 들어가 땀난 머리를 식히고 몸을 식히다. 

[ 마라톤을 끝내고 물놀이 하기 전에 모여 사전 준비 운동은 필수 ]


시원한 강물은 마라톤으로 달구어진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씻어준다. 그리고 주어진 자유시간이다. 들판에 펼쳐진 형형색색의 야생화로 화관을 만들기도 하고 조용히 앉아 쉬는 모습이 넓은 들판에 가득하게 수 놓는다. 특히 강가 주변이고 인적이 드문 곳이라 캠프주변보다 수많은 야생화가 피어 있다. 많은 야생화와 그 향기로 가득했지만 그 가운데 수를 놓은 것은 아침 편지 여행가족들이었다. 정말로 꽃과 사람과 들판이 하나의 그림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이렇게 우리가 마라톤을 하고 와서 쉬는 곳이 꽃밭이라서 더욱 좋다. 몽골에 와서 느낀 것은 풀밭 사이를 유심히 봐야 한다는 것이다. 유심히 보면 그곳에서 예쁜 꽃들이 자신만의 색으로 피어 있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의 밭도 이러했으면 좋겠다.

잠시 후 기다리던 점심시간이 되었다. 오늘 메뉴는 한국식이 아닌 순전히 몽골식이 준비되었다. 벌써 넓은 벌판 그늘에 길게 우리의 점심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가 들꽃과 여유를 부리는 동안 캠프지기분들과 가이드님들이 우리를 위해 멋있는 풀밭에 한 상 그득하게 차려 놓으셨다. 앉을 자리의 중간에는 밥 한 공기와 김치와 깍두기가 야채가 가지런하게 놓여져 있다. 이어서 가이드들에게 의해 제공된 뜨거운 돌과 염소고기로 만든 '호르헉'이 제공되었다. 푸짐한 고기와 감자와 당근이 맛있게 익어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다들 한쪽 손에 위생 장갑을 끼고 고기를 한 점, 아이 한 덩이씩 집어 들었다. 어떤 것은 어디 부위의 뼈인지는 몰라도 큰 것이었고 어떤 것은 순전히 순 살덩이였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먹기 힘든 염소고기였다. 약간 냄새가 날 것 같은 생각이 나만 한 것은 아니었다. 다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한 입을 베어 물었다. 그 순간 나를 포함한 모든 이들의 입에서는 참 맛있다는 탄성이 흘러나온다. 어떤 선입견이 있어서지는 몰라도 우리의 점심 도시락인 호르헉은 우리에게 또 따른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정말로 맛있는 소풍 점심이었다. 누가 여름 소풍을 와서 김밥 대신 이런 고급진 몽골식 고기 뷰풰를 할 줄 알았겠는가? 꼼꼼하게 준비한 디저트와 커피는 우리에게 더 이상 필요한 게 있어 하는 질문을 던지는 듯 했다. 정말로 정성스럽게 맛있게 먹은 아침편지 가족들의 얼굴에는 또 하나의 만개한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 숲속에서 차려진 초원의 점심식사, 이렇게 준비해준 아침지기와 캠프담당자게게 감사의 인사를 ]
[ 뜨거운 날씨속에서 뜨거운 찜통속에서 잘 익은 고기와 감자가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

그 후에는 나무 그늘 숲 속에서 오수명상, 낮잠시간이 이어졌다. 다들 가지고 온 깔개나 돗자리로 자리를 깔고 누웠다. 달리기를 하고 목욕을 하고 맛있는 점심 후에 주어진 낮잠은 정말 꿀맛이었을 것이다. 나도 잠깐 10분 정도 졸았는데 꿀맛 이상이었다. 어제 밤에 잠을 설쳐서인지 코까지 골면서 잤다고 한다. 


예상치 못한 차가 물에 멈춰 서는 사건으로 조별 체육대회 대신에 사감 댄스를 배우는 시간이 이어졌다. 몇 분을 제외하고는 사감댄스를 처음 배우는 것 같았다. 중간에 ‘싸이’ 역활을 분들을 뽑기 위해 '일정한 짝을 이루는 둥글게 놀이’를 했다. 오랫만에 우리 모두를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재미있는 시간을 선사했다. 이어진 감사 포옹 시간은 우리가 정말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고 가슴을 품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그 시간이 참으로 좋게 느껴졌다. 우리가 얼마나 삶 속에서 포옹을 잊고 살았는지를 알게 해주었다. 사감댄스로 열려진 마음을 여행을 같이 온 분들과 진실된 포옹은 서로에게 치유하는 에너지를 전달했고 우리를 서로를 유쾌하게 치유하는 시간이 되었다.

[ 식사 후에 넖은 들판에서 모여 사감 댄스와 레크레이션 시간, 우리는 그곳에서 어린아이처럼 뛰놀았다 ]
[ 레크레이션 시간에 어렸을 때처럼 사회자가 외치는 숫자에 맞추어 짝을 이루는 게임 ] 

돌아올 때도 우리가 염려하는 강을 건너는 일이 또 벌어졌다. 오전과는 다른 코스로 시도했는데 그 중 한대는 정말 가장 깊은 곳에 멈추어 서서 스타렉스의 옆문 손잡이 높이까지 물이 닿아 아마도 차 속으로 물이 많이 찼을 거라 예상했다. 어렵게 랜드로바 차량으로 견인줄로 연결하여 끌어올렸다. 그 차 조수석 문을 열자 물이 쏟아졌고 뒷문은 아예 문조차 열리지 않았다. 좌석 시트 높이까지 물이 찼다고 하니 긴장되기도 한 상황이었지만 그 차에 타신 분들에게는 잊지 못할 하나의 추억이 되었을 것이다. 차를 끌어 올리고 과정에서 몽골 씨름 경기에서 도대회 3위까지 한 현지 기사분이 회색의 반팬츠를 입고서 강의 중간까지 건너면서 견인줄을 연결하고 스타렉스를 밀고오는 풍경까지 연출했다.

[ 몽골 전통 씨름 선수 출신이 차를 끌어내고 있다 ]

그렇게 초원에서의 여름 소풍은 끝났다. 저녁에는 내일 있을 장기 자랑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떤 것을 할 것에 대해서 저녁 후에 약 1시간이 넘는 시간을 가졌는데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 2조는 몽골과 칭기즈칸과 초원에 관련된 노래를 나름대로 엮어서 하기로 했다. 우리 옆에서 의견을 모으는 조는 너무 심각하고 진지했다. 우리 조와는 달리 너무 열의를 다하는 것을 보니 우리가 괜히 주눅이 들기도 한다. 

[ 몽골 초원의 야생화로 만든 꽃다발, 여러 가지 색들 그 자체로도 아름답다 ]

오늘은 초원에서 시작해서 꽃밭, 강가, 숲속 그늘에서 쉬었다. 아마도 쉬는 곳은 이런 곳이어야 하리라. 우리가 쉬는 곳이 꽃밭이어야 한다. 하루 종일 우리는 꽃밭에서 시작해서 꽃밭에서 쉬었고 꽃밭에서 젖은 몸을 말리고 꽃밭 위에서 놀았다. 그리고 밥을 먹었다. 꽃밭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우리네 삶의 이렇게 꽃밭에서 지낼 수 있다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이렇게 하루 종일 꽃밭에서 놀 수 있는 것은 우리 삶에서 얼마나 될까? 앞으로는 우리가 가는 꽃길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 길에는 많은 꽃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웅덩이도 있을 것이고 진흙덩이도, 더러는 똥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꽃이 곳곳에 있어 꽃길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삶이 꽃밭, 꽃길에서 쉬고 걸었으면 한다. 이렇게 몽골의 하루의 꽃밭, 꽃길에서 지냈다. 이제 밤 하늘에도 몽골의 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얼마나 많은 반짝이는 꽃들이 밤하늘에 피어날지 기대한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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