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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Aug 08. 2021

몽골 초원에서 홍해를 건너다

몽골 말타기 여행_11

몽골 초원의 들꽃들은 왜 그토록 아름다운가! 

저 몽골의 초원에 피어나는
 온갖 들꽃들이 왜 그렇게 아름다운 색으로 
 피어날까요? 왜 그렇게도 진하고 멋진 향기를 
 풍기며 피어날까요? 그건 바로 벌과 나비를 
 불러 모으기 위한, 그래서 수분활동에 
 성공하기 위한 나름의 몸짓입니다. 
 들꽃들이 생존과 번식을 위해 
 벌과 나비를 상대로 벌이는 
 처절한 몸부림이지요.
 
 - 조용경의 《인생의 절정에 다다른 그대가 한번쯤 기억해야 할 것들》 중에서 -
 
 * 초원의 거친 바람이
 들꽃들을 아름답고 향기롭게 만듭니다.
 거친 바람에 살아남으려면 벌과 나비를 불러야 하고,
 그러려면 더 아름답고 더 향기롭지 않으면 안되니까요.
 몽골에서 초원에 머물다 보면 그 진한 들꽃향기로 
 마치 향연이 벌어진 듯한 착각에 빠져듭니다.  
 당신을 몸부림치게 하는 거친 바람이 
 당신의 인생을 더욱 아름답고 
 향기롭게 할 것입니다.



오늘은 아침 마라톤이 없는 날이다. 다른 아침보다 좀 더 여유가 있고 아침 여행객들의 얼굴에 더욱 미소가 살아나는 것 같다. 마라톤이 없는 날이면 많은 분들이 초원 산책을 즐기신다. 초원 을 거니는 모습은 누가 걷더라도 한 폭의 그림이다. 인공물은 거의 보이지 않는 푸른 초원을 걷는 것은 몽골 여행이 선사하는 숨겨진 작은 선물이다. 아침에 몽골 초원을 거닐다 보면 많은 풀밭에 작은 풀잎, 꽃 위에 싱그러운 이슬이 내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조금 걷다 보면 운동화에 물기가 묻어 있다. 

[ 바로 게르 밖에서는 아침부터 말들이 이슬 맺힌 풀을 뜯어 먹고 있다 ]

그것은 밤사이 조용하게 풀잎과 모든 대지를 적신 이슬의 흔적이다. 이렇게 여름 초원은 우리가 자는 사이에도 자라고 있었다. 매일 말떼와 소떼 그리고 양과 염소들이 풀을 뜯어먹고 자라지만 모든 동물들이 자고 있는 사이에도 몽골의 풀은 쉼없이 자라고 있던 것이다. 이렇게 몽골 초원은 계속해서 순환하고 있다. 몽골 초원을 거닐다 보면 풀밭을 걷는 것이 아니라 똥 밭을 걷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초원 풀밭 곳곳에 여러 동물들의 똥이 있습니다. 이상한 점은 그 똥이 싫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곳에 있는 똥하고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우리가 몽골에 도착했을 때의 푸르게만 보이는 초원에는 곳곳에 많은 동물들의 똥이었다. 신기한 것은 이 똥들이 거의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이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자연산 똥이라서 그런가? 오직 사람의 손을 타지 않고 자연의 풀만 먹고 자라서인지 똥도 자연산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제 발에 채이는 똥마저 사랑스러우니 이 정도면 몽골에 우리도 자연스럽게 몽골의 일부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의 아침편지는 몽골초원의 들꽃의 아름다움에 관한 것이다. 몽골초원의 들꽃이 왜 이리 예쁜지 알았다. 작지만 색이 짙고 향기가 좋은 것은 벌을 불러 모아서 수정을 하기 위한 생존의 몸부림이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살기 위한 노력을 할 때가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나는 얼마나 인생에서 아름다운 꽃이 되기 위해 몸부림을 하고 있는가 생각하게 된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꽃을 피울 의무가 있다. 

[ 몽골 초원에는 이름 모를 많은 야생화들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피우고 있다 ]

내가 믿고 있는 몇 가지 중 하나가 이것이다. 신이 주신 사명을 내가 이 세상에서 수행하기 전까지는 신은 나를 이 세상에 계속 살게 하신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 생명을 받아 태어난 것은 우리 각자 자신에게 고유하게 주어진 신의 임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임무를 하기 전까지는 신은 우리를 절대로 데리고 가지 않으신다. 지금 내가 몽골에 와서 자연을 이렇게 즐기고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매우 감사한 일이다. 아직도 내가 내 인생에서 피워야 할 꽃이 있기 때문에 내가 살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늘 하며 살고 있다. 


오늘의 화두는 ‘잠깐 멈춤’ , ‘인생의 타이밍을 놓치지 말자’이다. 정말로 여기 몽골에 와서 잠깐 멈춤의 시간을 가지고 내가 앞으로 살면서 내가 출연해야 할 인생의 타이밍이 언제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예전 바이칼의 아침편지 여행객 중의 한 분이 최근 담낭암이 걸렸다는 슬픈 소식을 전해주신다. 이 기회가 그분에게는 신이 주신 긴급 ‘잠깐 멈춤’이길 바라고 인생의 타이밍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빨리 쾌차하기를 기도해본다.


오늘은 소풍 가는 날이다. 학창 시절에 많은 소풍을 가봤지만 ‘여름소풍’은 처음이다. 헨티캠프에서 1시간 반 정도 떨어진 곳으로 소풍을 간다고 한다. ‘소풍’이란 말은 늘 사람을 설레게 한다. 오늘 소풍은 한국이 아닌 몽골 초원에서 나무가 우거진 숲 속으로 간다고 한다. 아침 마라톤과 말타기가 없어서인지 여행가족들의 행동에 여유가 묻어난다. 오늘 소풍은 도시락도 필요없다. 엄마나 아내가 싸준 김밥은 없지만 몽골 현지 전통식인 '호르헉'을 야외에서 먹는다고 한다. 호르헉은 뜨겁게 달군 돌과 고기를 찜통 같은 것에 넣고 익혀서 먹는 전통 음식이다.

[ 초원의 소풍을 가기 위해 저마다 배낭을 메고 있다. 오늘의 하루의 지침 전달 시간 ]

소풍 준비물이 꽤 많다. 마라톤을 할 가벼운 옷차림과 운동화, 그리고 강가에서 더위를 식힐 세면도구, 그리고 오후에 있을 체육대회 복장과 숲 속 그늘에서 낮잠을 즐길 소품이 필요하다. 다들 소풍 가는 복장들이 다양하다. 햇살이 따가워서 선블록과 모자, 선글라스는 기본이고 그 외 소품은 등에 하나씩 가방을 메고 간다. 벌써 몽골에서 전용 자가용 ‘스타렉스’도 주차장겸 주마장에 대절해 있다. 소풍 목적지까지는 우리의 이동 수단인 말이 아닌 스타렉스를 타고 간다. 울란바타르에서 헨티까지 이동할 때의 기억이 떠올라 차를 골라 타려는 마음이 있다. 특히 우리 조는 4호차에 타신 분들이 트라우마가 있어 이번에는 2-3명씩 인원을 섞어 바꾸어 탔다. 앞으로 차가 고장나는 것은 각자의 복을 탓해야 한다. 처음부터 초원을 달리는 비포장 도로로 시작했다. 몽골에 와서 포장 도로를 기대한 다는 것은 욕심이겠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승차감이 훨씬 좋았다. 

[ 소풍을 가기 위해서는 작은 냇가를 건너야 한다. 아직 초원에는 다리등이 놓여 있지 않는 곳이 많다 '

인생에는 예상치 못한 변수, 이것도 확률에 해당하는 건지는 몰라도 오논강 건너인 빈데르솜을 거쳐가기 위해서는 작은 강, 아니면 큰 개천을 건너야 했다. 먼저 한다님이 탄 차량이 건너는 것을 보고 안심했다. 그리고 이어서 차들이 한 대, 두 대 넘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 대 건너기 전에 강 중간에 깊은 곳에 스타렉스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멈추어 섰다. 물이 깊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서 있으니 배기구로 물이 흡입되면서 차량이 그 자리에 선 것이다. 긴급으로 4륜구동 랜드로버가 투입되어 견인줄로 끌어 올렸다. 이제는 건넌 분들이나 건너기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이 다 차 밖으로 나와 이 광경을 구경한다. 어쩌다 한번 이겠지 하는 생각이었지만 그 뒤로 계속되자 다른 차량들은 물에 진입하면서부터 랜드로버로 끌어가기 시작했다. 우리 3호자 기사님은 일반 도로에서 달릴 때는 차 번호 순서에 맞게 항상 세 번째로 달리면서도 강물을 건널 때에는 다른 차랑에게 양호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에 빠진 차량을 견인하는 모습은 우리 여행객들에게는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했지만 정작 기사님들은 당황하지도 않는다. 이런 일이 대수냐 하는 표정으로 자연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그분들은 화낸 표정이 전혀 없다. 오히려 미소까지 지으시면서 차를 물 밖으로 몰고 나가신다. 기사님들은 늘 있었던 일처럼 침착하게 대하시는 모습이 오히려 우리에게는 더욱 신기했다.

[ 강 중간에는 예상치 못하게 깊은 곳이 있어 멈추어 선 차는 랜드로버 차량에 견인줄을 연결하여 끌어낸다 ]
[ 어느 차량이 물을 건너다 멈출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지 운에 맡기는 수밖에.... ]

물에 빠진 차량을 견인하고 정비하는 사이 시간은 30여분이 훌쩍 지나버렸다. 그리고 우리를 맞이한 것은 푸른 초원이 아니라 초원 위에 펼쳐진 작은 마을이었다. 학교 같은 건물과 유치원에 있는 듯한 미끄럼들도 보였고 그 와중에 일반 가정집은 작은 집과 게르가 함께 있는 집을 볼 수 있었다. 울란바트르의 도시와는 다른 작은 시골 마을 풍경은 정겹게 보인다. 마을 중간에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으면서 마을을 다니는 모습은 이제 자연스러운 풍경중의 하나이다. 이제는 신기하게 보이는 장면도 하나의 풍경으로 다가온다.


마을을 지나자 우리 눈에는 작은 나무들이 심겨져 있는 것이 보였고 그 나무들과 푸른 풀밭에 작지만 아름다운 색을 보여주는 야생화가 가득 핀 꽃의 들판이 펼쳐졌다. 헨티캠프 주위에도 많은 꽃들이 피어 있었지만 여기에는 더 수많은 야생화들이 피여 있는 천국이였다. 자신만의 모습과 색을 드러내어 형형색색의 보석들이 뿌려져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마도 이 꽃들은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과 색을 뽐내면서 이 푸른 벌판에 자신과 닮은 후손들을 더욱 피우기 위해 아마도 열심을 내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지금 이 여름이 자신의 역활을 하는 자신의 타이밍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 것 같다. 연극에서 주인공이 등장해서 열연하는 것처럼 그들은 주연배우 이상의 역할을 몽골 초원에서 해내고 있었다.


야생화가 가득 핀 벌판을 지나자 제법 큰 나무, 이 초원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나무들이 심겨져 있는 숲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한국 사람들이라면 저 푸른 초원에 벌써 나무를 심어 열매를 심거나 했을 텐데, 그것보다는 일부 지역에만 나무나 과실수를 심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은 한국식 이겠지 하는 생각이 앞선다. 자연 그대로를 보고 즐기는 여유란 우리 속에 벌써 사라지고 말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 숲속에서 바라본 하늘, 솜털 같은 구름과 파란하늘은 어디서나 볼 수 있다 ]

우리가 도착하는 곳은 우리나라 국립공원처럼 몽골정부가 관리하는 숲이라고 한다. 차를 주차하고 가벼운 복장으로 숲 속 한가운데 모였다, 양쪽을 숲으로 뻗어난 길은 키가 높게 자란 나무로 인해 빌딩숲처럼 반듯하게 길이 나있고 그 위로는 푸른 하늘과 구름이 가득했다. 숲에서 나오는 소나무 냄새와 피톤치드는 올해 상반기를 열심히 살아온 우리에게 정말로 자연의 비타민을 무한히 쏘아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 초원의 숲 속에서 산책도 하고 마라톤을 것이다. 초원에 이렇게 숲속을 걷는 기분은 무엇보다 좋다 ]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몽골에서 말타기

#고도원의 아침편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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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타기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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