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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Apr 05. 2021

우리 농사나 지어볼까?

하프타임, 이제는 잠시 멈춤_4

우리 모두 두 번 살 수 있다. 
 그리고 두 번 살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얼마 전부터 '인생 이모작'을 꿈꾸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갖고 있던 은퇴의 개념은 따지고 보면 
 "자식들도 다 길러냈고 근력도 옛날 같지 않으니 편히 
 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대개 60세를 전후하여 
 현직에서 물러나 조용히 남은 인생을 정리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은퇴를 하고 살아야 할 기간이 
 길어졌고 평생 건강을 잘 관리한 이들은 
 은퇴 후에도 웬만한 젊은이 못지않은 
 체력을 유지하게 되었다.
 
 - 최재천의《당신의 인생을 이모작 하라》중에서 –



삶의 이완을 꿈꾸는 당신에게


회사를 열심히 다니다가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귀농이나 한적한 곳에 자리 잡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이나 신문에서 볼 때마다 꼼꼼히 읽게 되는 것 같아. 내 나이 때의 남자들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이기 때문일 거야. 그렇게 하면 귀농이나 귀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당신 생각은 어떤지 궁금할 때가 많았지. ‘우리 농사나 지어볼까?’라는 말을 꺼내어 보면 시원찮게 반응을 하는 당신을 보면 우리는 농사지으면서 살 팔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 이런 넋두리 같은 소리가 나와 같은 남자들이 삶에 지쳐서 한 번 정도 아내들에게 해보는 소리 중 하나라고 생각해. 그것은 미래를 생각하면 막막하기도 하고 무엇을 할지 아직 결심이 안 섰기 때문에 하는 말 일거야. 하지만 부인들의 반응은 ‘말이 쉽지, 아무나 농사 짓나?’하는 소리를 한다고 하네. 배부른 소리를 한다고 말이야. 찬 냉기가 담긴 대꾸로 마음이 막막하기도 하고 남편들의 마음을 몰라 주는 것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지. 남편들의 마음도 실제로 농사지으려는 것이 아닌 단지 막막한 마음을 풀어 본 것뿐인데 말이야.


요즘 신문이나 방송에는 ‘수명 100세 시대’ 또는 ‘호모 헌드레드’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은 당신도 잘 알지. 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좋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 장인, 장모님이 70세 때 돌아가신 것을 보면 그 당시 분들이라 생각하면 당신이나 나나 최소한 70세를 넘을 것은 당연하고 우리는 80세를 기본으로 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앞으로는 무조건 수명이 늘어난다고 좋아할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러다 보니 나와 같은 40대의 가장들은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아. 길어진 평균수명에 무엇을 할까 고민도 있지만 수명이 길어진 만큼 해야 하는 일, 하고 싶은 일도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지. 가끔 TV에서 은퇴하고 여행이나 다니면서 맛있는 것 먹고 좋은 구경하고 다니면서 여생을 보내는 사람들은 볼 때마다 ‘팔자 좋네’라고 하던 기억이 나네. 하지만 그것도 정말로 팔자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고 얼마나 그런 사람들이 있을까 생각해보면 소수임에 틀림없고 미래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을 거라 생각이 들어.




“인생 이모작”이란 말이 심심치 않게 TV나 뉴스, 책으로도 많이 언급되고 있지만 오히려 그런 것은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사실이야. 우리들의 나이가 벌써 40대에 접어들었을 때도 인생 이모작이란 단어와는 아직 거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지.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라고 말이야. 하지만 그린 먼 이야기라고 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조만간에 그런 일들이 나와 내 친구들에게 다가오는 것 같아서 말이야.


여보, 요즘은 내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같이 일하던 선배들의 모습을 회사 내에서 잘 볼 수 없어. 이제 내가 회사에서 차츰 고참이 되어 간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서글프고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지. 선배들이 퇴사 인사를 하고 내 곁을 떠나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 한편이 시린 것은 무엇 때문일까? 어쩌다 후배가 보낸 메일에 “그동안 고마웠습니다.”라고 시작하는 메일을 받는 날이면 하루 종일 멍해지곤 하지. 100세 시대가 아직 아니더라도 지금만큼 살아온 세월을 앞으로도 산다고 하면 가끔은 머리가 쭈뼛쭈뼛 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의 두 아들을 생각하면 앞으로 40여 년을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고민이 들어.


우리 세대를 감안하면 앞으로 30년 정도는 일하고 살아가야 하는 것은 확실한 것 같아. 그것이 돈이 되는 일이든지, 아니면 돈은 안 되는 일인지는 몰라도 내가 계속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거지? 지금처럼 매일 아침 ‘갔다 올게’ 인사하고 집을 나서는 나와 ‘잘 갔다 와요’라고 배웅하는 당신과의 모습이 계속되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준비에 달려 있는 것 같아. 앞으로는 이러한 것이 사소한 행복일 수도 있지만 앞으로의 삶이 매우 중요한 것의 하나라고 여기지는 것은 나이 탓일까?


지금은 나와 당신이 인생의 1 모작을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해. 그러면서 인생 2 모작으로는 무엇을 할까 많은 고민을 하곤 해. 인생 1 모작이 무엇보다 ‘안정’과 필요에 의해서 ‘돈’을 추구하고 살아내는 것이 주목적이었다고 하면 이모작을 살 때에는 ‘보람’과 ‘의미’를 찾는 것에 열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당신 생각은 어때?

지금까지는 삶에 없는 것을 갖추려고 하고 부족한 것을 끊임없이 채우려는 것이었다고 하면 앞으로는 가진 것은 없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가진 것을 활용해서 앞으로 살면 어떨까 해. 당신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당신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와 같은, 아니 비슷한 결론에 다다를 것이라 생각해. 물론 경제적으로 대변되는 ‘돈’은 필수지만 그래도 그것을 최소한 바탕으로 의미를 세우고 나가는 것은 어떨까 해


그림으로 비유하자면 우리의 삶은 캔버스 크기와 프레임을 계속해서 남보다 키우기만 하는데 집중하고 살아왔다고나 할까? 그 프레임이 대표적으로 자동차일 수도, 아파트 평수일 수도, 돈을 모으는 것일 때도 있었지. 앞으로는 프레임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내용, 즉 콘텐츠를 채우는 거지. 이제부터는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쳐서 이모작을 할 준비를 하는 것은 어떨까? 당신도 최근에 무엇을 배우고 싶어 하는 눈치를 보이더라고. 내가 적극적으로 권하는 이유도 이런 준비들이 우리가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준비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야.


그런 것들이 준비가 되면 50세가 넘어서 하나씩 실행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하지 않을까? 농부들도 모내기하기 전에 볍씨를 물에 불리고 그것을 모종으로 키워내고 논에 물을 대고 모내기 준비를 충분히 하잖아. 우리도 50대가 되었다고 인생 이모작을 위한 모내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 이제부터 우리도 하나씩 준비해 나가는 것은 어때? 우리가 준비하는 이모작에는 애들을 키우는 걱정이나 아파트 평수를 늘려가는 고민이 아닌, 오로지 당신과 나만의 삶에 집중할 수 있는 그 어떤 것을 준비하자는 거지. 그러는 사이 우리가 서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할 수 있고 좀 더 삶을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여보, 내가 얼마 전 글쓰기와 더불어 인생 커리어 공부를 하던 것이 있었어. 그때 앞으로 내가 10년 동안 이룰 10가지 꿈을 세운 적이 있었어. 거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그것을 세우고 나니 왠지 가슴이 뿌듯해지고 해야 할 것 같은 사명감이 들기도 하고 될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가슴 한쪽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어.

10가지 꿈을 가슴과 머릿속에 넣고 살다가 힘들 때에 다시금 꺼내어 보는 것만으로도 매우 큰 힘이 되던데. 그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책을 쓰는 작가 되기 그것도 좋은 책, 나의 삶을 담아내어 남들과 나눌 수 있는 좋은 책 쓰기 말이야. 이것을 위해 매일 저녁과 토요일에 수업을 참석하는 나를 배려해 주는 것도 내 인생 이모작을 위해 준비하는 것이라 할 수 있어. 내가 가지고 있는 꿈 중에서 하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는 것에 괜히 기분이 좋고 마음이 놓이는 듯한 것 같아


이제는 내가 직장에서 하던 일도 강도를 조절하려고 해. 20년이 넘게 일을 하면서 내가 놓친 것도 많이 있다고 봐,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과 내가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아이들이 어렸을 때 의미 있는 삶의 방점, 좋은 추억을 만들지 못한 것 같아. 일과 돈 버는 것에 우선을 두었기 때문이지. 

지금 돌아보면 지나온 시간이 너무나도 짧게 느껴지고 한 일이 별로 없다는 느낌은 나만의 생각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앞으로 펼쳐질 우리 인생이 이모작에는 느리게, 길게 살면서 의미를 주면서 살도록 하자. 우리가 좋은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을 만나면 밑줄을 긋고 천천히 소리 내어 읽는 것처럼 우리 삶에서 좋은 추억과 기억을 만나면 천천히 의미를 두고 음미하면서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일 거야.


나도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 있는지를 생각해봤어. 그런데 정작 회사에 다니는 일 외에는 잘하는 것이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일, 꾸준히 하는 일이 무엇인지 많은 실험을 해보고 싶어. 내가 좋아하는 일은 책을 읽는 것과 그것을 공부하고 정리하는 것이야. 취미를 인생 이모작으로 삼으면 좋은데, 그동안 한 것은 내가 일한 것, 성실하게 산 것 밖에 없어서 마땅히 없는 게 가장 큰 고민이야.


회사 내 어떤 친구는 목공을 잘해서 서랍장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정성이 담긴 선물도 하고 나중에는 자기 딸 시집갈 때 가구도 만들어준다고 하네. 낚시 좋아하는 친구는 견지 낚싯대뿐만 아니라 수제 낚싯대와 수제 만년필을 직접 만들어 약간의 용돈도 벌면서 취미를 잘 살려나가고 있지. 재주도 있어서 부럽기도 하지만 그걸 마냥 부러워하기에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아직도 많은 것 같아.


또 다른 하나는 많은 책을 읽고 남을 가르치고 코칭하는 쪽으로 알아보려고 해. 이유는 내가 새롭게 배우는 것을 남들보다 더욱 잘하고 열의가 있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말해주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준비하려고 해. 당신 생각은 어떤지? 아마도 나의 이모작은 남들과 같이 성장하고 배우는 것이 될 것 같아.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서 같이 배우는 자리에서 나를 종종 볼 수 있을 것 같아. 아마도 이제부터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당신의 협조가 필요해. 


40대의 남자들이 지금의 자리에서 인생이모작을 배우는 데는 아내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었으면 해. 그것은 돈도 들어가고 시간과 많은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지. 아마도 이것은 남자뿐만 아니라 40대 여성, 아내들에게도 같이 해당된다고 생각해. 새롭게 시작하는 인생 이모작의 준비가 40대부터 차근차근 고민하고 준비한다고 하면 40대가 끝을 내는 인생부터 수확을 거두는 시점까지 농번기를 겪지 않고 지낼 수 있지 않을까 해. 

당신과 나의 인생 이모작 농사를 위해서!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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