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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Apr 03. 2021

릴랙스!,릴랙스!

하프타임, 이제는 잠시 멈춤_3

삶의 간이역을 마련하는 당신에게


회사 다닐 때는 운동할 시간이 없어서 몸무게와 허리둘레는 멈출 줄 모르고 증가할 때가 있었지. 30대 초반에 살도 뺄 겸 운동도 할 겸 회사 동료와 선배들과 스쿼시를 배운 적이 있었지. 처음으로 큰 라켓(탁구채 보다 크니까)을 들고 하는 운동이었고 TV로 볼 때에도 멋있는 운동이라서 당시 집과 가까운 거리에 새로 오픈한 시설이 있어 시작을 한 것으로 기억해. 실내 공간에서 반코트(코트 절반만 사용)를 사용하는 운동이라 힘들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해보니 땀이 비 오듯이 쏟아지는 운동이었더라고. 처음에 배울 때는 자세 등을 배우는 시간은 짧고 오직 게임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 더 많아서인지 스쿼시 매력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운동을 했던 기억이 나곤 해. 게임을 하게 되면 젖 먹던 힘까지 다 쏟아부을 정도로 몰입하면서 재미있게 했던 것 같아.


40대가 되어서는 테니스를 배우고 싶어서 아침과 저녁 시간에 기초부터 배우기 시작했지. 스쿼시 라켓과 테니스 라켓은 같은 것 같지만 조금 달라. 테니스 라켓은 크고 무거운 반면 스쿼시 라켓은 볼을 치는 부분이 작고 가벼운데 그 이유는 스피드 하게 진행되는 운동이라 라켓이 가볍고 빠르게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하더라고.


모든 스포츠가 비슷하겠지만 폼이 중요하더라고. 한 달 동안 스트로크 자세를 배웠는데 자세가 고쳐지지 않아 코치로부터 힘을 빼라는 소리를 한 달 내내 들었던 것 같아. 스텝으로 나누어 구분 동작 때는 가르치는 대로 잘 따라 했지만 실제로 공을 받아넘기는 데는 배운 동작이 아니라 익숙하게 몸에 배어 있던 스쿼시 동작이 나온다는 지적이었지. 아마도 배우는 2달 동안 어깨에 힘을 빼라고 ‘릴랙스!, 릴랙스!’라는 말을 수없이 들은 기억밖에 안 나는 거야.



여보, 스쿼시와 테니스를 쳐보면서 내가 느낀 게 뭔지 알아? 우리는 30대에 배운 스쿼시 습관과 동작이 40대에 테니스를 배우는 데 애를 먹이는 것과 같이 40대에는 30대에 몸에 밴 습관을 못 버리고 계속하고 있는 것 같아. 무엇보다도 먼저 몸에서 힘을 빼야 하는 것 같아. 그래야 40대에 무엇을 배우더라도 제대로 배울 수 있다는 거지. 몸에서 힘을 빼는 것은 모든 운동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들 말하지. 전문가나 고수의 입장에서는 그게 쉬운 것이라고 하겠지만 우리와 같은 몸이 굳은 사람들에게는 쉽지 만은 않은 일이야. 정말로 마음대로 되질 않더라고. 아마도 현실보다 마음의 욕심과 의욕이 앞서기 때문이지.


당신도 내가 30대 회사에서 일을 했을 때를 기억을 하는지 모르겠네. 나뿐만 아니라 우리 중년들은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 우리의 마음과 몸은 달아올라서 모든 것에 적극적으로 열심을 다했던 것 같아. 그때마다 성과, 땀의 결실을 보았을 때마다 우리는 거기에 환호했고 그것이 전부인 줄 알았지. 하지만 그것이 1년이 되고, 3년이 되고, 5년을 넘어 10녀 정도 지났을 때에는 늘 같은 힘과 열정으로 대할 수 없음을 스스로 알게 되었던 것 같아. 젊었을 때의 의욕과 열정만이 정답이 아닌 것을 알게 되었던 것 같아.


여보, 이제는 당신과 나도 조금씩은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바꾸어야 할 것 같지 않아. 이제부터는 힘을 조금씩 뺄 필요가 있어. 기술적으로 변화하자는 거지. 골프나 야구의 스윙에 가장 적합한 것은 적당히 힘을 빼면 더 많은 비 거리와 홈런을 날릴 수 있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지. 기술적으로 하면 적은 힘을 쓰더라도 더 많은 힘을 주고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처럼 말이야. 힘을 줄수록 우리의 몸과 마음은 더 굳어지는 것 같아. 열심히 살려고 온 힘을 다해서 살아왔기 때문에 우리의 몸은 항상 딱딱하게 경직되어 온 것 같아.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몸에서 서서히 힘을 빼는 것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 그러면 몸과 마음도 같이 부드러워지지 않을까?


40대는 더 이상 힘으로 승부하는 경기 운영방식을 하면 오래갈 수 없을 것 같아. 30대 친구들과 체력적으로 승부하면 열이면 열, 다 질 수밖에 없잖아. 이제는 테크닉으로 전환해야 하지 않을까 해. 야구에서 타자들이 나이 들어가면서 타격 폼을 바꾸는 것처럼 말이야, 몸에서 힘을 빼면 행동이 부드러워지고 자연스러워지는 것 같아. 자연스러워진다는 것은 물 흐르듯이 막힘이 없어진다는 것이지. 그렇게 되면 힘을 주면서 한 번 하는 것으로 여러 번, 계속해서 할 수 있게 되지. 우리의 몸에서 힘을 빼고 자연스러워지면 우리의 행동 하나가 춤이 되고 예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여보, 나처럼 몸치이자 몸이 뻣뻣하기로 두 번째 가라면 서럽다고 할 내가 한 가지 운동을 배웠지. 바로 부드러운 사람만이 할 수 있을 것 같은 요가였지. 처음에 요가를 할 때는 무슨 운동이 될까 했는데 그것은 전혀 다른 세상, 나의 예상을 뒤엎는 것이었어. 별로 큰 동작이나 힘을 들이지 않고 움직임이 적어서 운동이 안 될 줄 알았는데 30여분을 하는데 머리와 이마 온몸에서 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어. 그리고 힘을 주면 줄수록 요가 동작은 잘 되지 않고 더욱 힘들어지더라고. 요가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동작에 더욱 많은 근육을 사용하고 보이지 않는 속 근육을 풀어주는 운동이던데. 몸으로 격렬하게 쓰는 운동 못지않게 효과적인 운동이었던 거지.


이렇듯 40대에는 몸에서 힘을 빼고 부드러운 동작으로 우리의 힘을 효과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할 것 같아. 20대부터 30대를 거쳐 지금까지 왔다면 우리도 하는 일에 있어 준 전문가 수준까지 오지 않았을까. 전문가 수준으로 들어서는 것은 먼저 힘을 빼고 모든 것을 간단히 심플하면서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잖아. 무엇을 하더라도 여유가 있으면서 호흡을 길게, 깊게 하는 동작으로 힘을 빼는 것으로 변해야 해.



다른 한편으로는 마음에도 여유가 있어야 필요한 것 같아. 뭉친 어깨 근육처럼 우리 마음도 마사지가 필요해. 여러 해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우리 마음속은 어떻게 변했을 까? 속은 부드러운지 모르지만 겉은 단단해져서 바늘조차 들어가지 않을 정도야. 세상이 주는 위협에 보호막을 치고 살아왔기에 돌처럼 굳어져서 우리 자신도 느끼지 못하는지도 모르잖아. 굳어 있는 마음에 마사지를 해야 할 시기인 것 같아. 마음을 마사지해주는 샵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마음을 마사지해주는 곳이 없으니 아쉬울 뿐이네. 무엇으로 딱딱해진 마음을 풀어줄 수 있을까?

 

 내가 경험하고 느낀 건데 이해타산이 없고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예술 분야 등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온통 이해하기 힘든 현재 미술이나 조각, 또는 어디서 본 것 같은 그림이나 명화를 감상하는 것부터 해 보는 거야. 졸리기만 한 클래식이 힘들면 간단한 피아노 소품부터 듣게 되면 조금씩 우리 마음에 예술의 오일이 발려져 부드럽게 될 수 있지 않을까.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을 하다 보면 우리 마음도 거기에서 조금씩 이완된다는 거지. 나이가 들면 전혀 관심도 없었던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다 보면 우리 마음에 여유와 틈이 생기기 마련이지. 그러다 보면 사는 재미가 조금씩 생기는 것은 느낄 수 있을 거야. 바로 여유가 생긴다는 것은 동양화의 여백의 조화를 삶에 실천하는 것인지도 모르잖아. 


마음이 풀어지게 되면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두면 될 것 같아. 마음이 풀어지게 되면 살아있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춤을 추지 않을까? 우리 마음이 몸에 반응을 하는 거지. 우리가 운전하거나 걷다가 보면 실없는 웃음이 나는 것은 그만큼 마음과 몸이 풀어졌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40대에 몸과 마음을 풀어놓지 않으면 더욱더 굳어지게 되어 나중에는 돌덩이처럼 되어 아무것에도 감동하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돌덩이가 될 가능성이 많아. 그러면 살아도 살아서 움직이지 못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어. 앞으로는 신체적으로나 마음적으로 경직된 것을 풀어주고 몸을 풀어주어야 한다. 풀어진 이완된 것에서 자연스러움을 느끼고 풀어진 상태로 내 마음속의 비트에 맞추어 춤을 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남은 삶이 더욱 신나지 않을까? 이제는 몸과 마음을 마사지 샵에 자주 맡길 일만 남았네. 주기적으로 마사지해주어야겠어. 더 이상 굳어지지 않고 늘 부드럽게 움직이려면 말이야. 이제부터 정말로 몸에서 힘을 빼자고.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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