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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Apr 06. 2021

이제 게을러 질꺼야!

하프타임, 이제는 잠시 멈춤_5

내 행동을 지배하고 
결정하는 것은 바로 나입니다.
 오직 나만이 내 태도를 바꿀 수 있습니다.
 나 자신을 위해 마음껏 게으름을 피울 수도 있고
 부지런하게 활동하여 인간관계를 유연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나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변하지 않을 수 있지만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는 바로 
 나 자신이 결정합니다.
 
 - A.J 셰블리어의《인생반전 연습》중에서 –



인생의 이모작 준비를 하는 당신에게


여름날 아침, 악~~ 소리로 시작한 날이 있었지. 당신도 자다가 내 비명 소리에 놀라서 깨어 일어난 아침이 었을 거야. 몇 년 전 여름날 아침의 대참사가 있었던 날 말이야. 더운 여름이라서 거실에서 자고 있다가 쿵하는 소리와 함께 나의 비명소리에 당신은 잠에서 깼을 거야. 내가 급히 일어나다가 넘어져서 거실장 모서리에 이마를 부딪혀 찢어지고 피가 흘러내렸던 사건 말이야. 아침부터 응급실로 가는 일이 발생했지. 아이들도 건강하게 자라주고 있어 애들이 어렸을 때부터 클 때까지 응급실에 한 번도 간 적이 없었는데 말이야. 그 응급실을 나 때문에 내가 갈 줄이야. 꿈에도 생각을 못했지. 아마도 그 날 기억으로는 자다가 너무 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급하게 일어났다가 넘어진 것 같기도 하고 피로가 겹쳐서 일어나다가 쓰러진 것인지는 아직도 확실하지 않아. 지금 생각해보면 몸에 밴 부지런함과 피로가 겹친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해. 그날 이후부터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천천히 일어나는 습관이 생긴 것을 보면 역시 학습효과는 확실한 것 같아.


20여 년이 넘도록 회사에 늘 일찍 가는 습관으로 인해 좀 늦게 가도 상관없는데 일찍 가려고 급히 일어나서 그런 화를 자초했는지, 이마에 20여 바늘을 꿰매는 평생 훈장을 남기고 살 줄은 몰랐네. 다치고 나서 성형수술을 하느니 마느니 호들갑을 떤 것도 벌써 몇 년이 흘러갔네.




여보, 그 사건 이후로 삶의 흐름, 태도를 조금씩 바꾸어 보려고 마음먹었던 것 같아. 내가 변화한다고 하면 쉽지 않을 거라며 다들 이야기를 많이 했지. 쉽지 않더라도 시작은 해야 한다는 생각이 그때부터 들었던 것 같아. 내가 어떻게 변하고 싶은지 당신은 알아? 이제는 부지런함과 성실함에서 조금씩, 살짝 벗어나려고 해? 즉 게을러지려고 시도하는 거야. 게을러질 권리를 찾으려고 해. 지금까지 어느 누구보다도 부지런히 살고 항상 ‘일찍 일어나는 새’처럼 살아왔던 것 같아. 그런 습관은 예전부터 길들여진 것 같아. 고등학교 때 대학 가기 위한 공부를 하느라 아침 7시까지 등교할 때부터 시작되었고 대학교 4년 동안은 1시간이 넘는 통학으로 일찍 가야 했지. 어떤 교수님은 8시부터 수업을 시작해서 더욱더 일찍 갔던 것 같아. 군대에서는 매일 6시 기상을 해야 했기에 나의 아침형 인간으로 굳혀져 가기 시작한 것 같아. 회사에 들어가서는 7.4 제등으로 인해 회사 사무실에 7시 정도에 들어가는 습관이 있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야.


최근에 게을러진다고 한 것이 출근 시간을 늦춘다고 한 것이 겨우 2-30분 정도네. 좀 늦게 사무실에 가더라도 하는 일이나 업무량은 별다른 차이가 없었던 것 같아. 그래서 앞으로는 출근 시간을 조금씩 늦추어서 일어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아침에 하고 아이들과 아침식사를 하고 함께 하는 시간을 늘려볼 까 하는데. 당신이 생각하기에도 좋은 생각이지 않아? 


이제는 삶에서 나를 얽매이고 묶어 놓았던 여러 습관이나 규칙들을 조금씩 느슨하게 풀어주려고 해. 우리가 식사를 많이 하면 허리 벨트를 약간은 느슨하게 풀어주는 것처럼 말이야. 아마도 지금까지 전반기의 삶이 숨이 막히게, 삶의 여유도 없이, 정해진 시간표대로 살아왔다고 하면 인생이란 벨트에 “여유”, ”짬”이라는 숨구멍을 한 두 개 뚫어서 느슨하게 하려고 해. 그 여유가 나중에는 나의 삶의 일부분으로 들어와 하루 생활에서 일정 부분을 차지할 수 있도록 말이야. 그래야 좀 인생도 여유롭고 얼굴도 넉넉하게 좋은 인상으로 변해 갈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당신과 결혼하고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정말로 부지런히, 열심히 사는 것이 전부인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지. 아마도 내가 가진 것 없이 당신과 결혼을 해서 열심히 살아야만 하는 것이 인생의 전부인 줄 알고 살았던 것 같아. 물론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오늘이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무언가 빠져 있는 것 같았어. 아마도 우리의 삶에는 ‘틈’이란 여유가 자리 잡을 시간이 없었지. 톱니바퀴처럼 딱딱 맞아서 돌아가는 것이 잘 사는 것인 줄 알았지. 하지만 이제는 남는 것이 없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네. 




여보야.

이제는 조금은 게을러져 보는 것은 어때? 게을러진다고 해서 우리가 살던 삶이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망가지는 것은 아닐 것인데 말이야. 그냥 열심히 산다고 하는 생활에 조금씩 사는 재미와 여유 같은 양념을 추가하면 어떨까 하는데. 그렇게 되면 우리 삶에 살아가는 재미, 인간미가 넘치지 않을까 하는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 나는 40대가 되었으면 삶의 속도를 일부러라도 조금씩 늦추어야 하지 않을까 해. 그렇지 않아도 세상의 속도에 맞추어 살다 보면 본의 아니게 빠르게 살 수밖에 없잖아. 그래서 일부러 이제는 우리 삶에 반대로 조금씩은 의식적으로 게을러지려고 하는 것이 내 생각이야


게을러진다고 하면 우리는 몇 가지 행동을 하면 될 것 같다. 먼저 확인하려는 습관을 좀 자제하면 어떨까? 성격이 꼼꼼하면 좋은데 말이야 이제는 조금은 허술하게 살기 위하여 확인하려는 습관을 버리자는 거지. 우리는 무언가에 불안해서인지, 아니면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지는 몰라도 너무 많은 확인으로 인해 우리를 스스로 피곤하게 하지는 않았을까?


이제는 어떤 것에 때로는 알고도 속아 넘어가는 여유를 지니려고 해. 우리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필요한 것 같지. 특히 우리 아들들에게는 알고도 모른 척, 모를 때는 모르기 때문에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우리 부모님 세대가 다 알면서도 우리에게 속아준 것들이 많이 있었던 같은데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그렇게 하지 못한 것 같아. 그러지 못하면 부모와 자식 간에도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아. 이제는 우리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관계 속에서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는 정도라면 속아 넘어가는 아량과 여유를 갖출 나이가 되지 않았나 하는데.


마지막으로 우리 감정을 오프 모드로 전환하는 것은 어떤지? 모든 일에 일일이 반응하지 말고 감정 스위치를 조금씩은 꺼놓고 지내는 것도 좋을 때가 있었으면 해. 세상이 살기 힘들어지다 보니 우리는 너무나 감정으로 인해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고 사는 것 같아. 정작 감정소비로 쏟아붓는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과한 것 같아. 감정 소비가 많으면 결국은 우리 몸과 마음이 부대끼는 것 같아.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이제는 감정 모드를 꺼놓고 정작 우리가 반응할 것에 반응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야. 우리의 감정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지.


그러면 게을러져서 무엇을 하면 좋을까 생각해봤어?

몸이나 마음으로 게을러지는 틈과 여유를 통해서 생각할 수 있는 삶의 호흡을 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살아오는 데 얼마나 바쁜지 가끔씩은 숨 호흡을 하지 않고 뛰는 선수들처럼 너무 숨 가쁘게 살아온 것 같아. 게을러져서 틈이 나는 시간에 정말로 호흡을 천천히 하며 여유를 갖도록 하자. 그러다 보면 우리의 생각의 호흡도 깊어질 것 같아. 얕은 호흡으로 인해 많은 실수를 하고 진지하게 인생을 생각하지 못한 것을 좀 더 깊고 긴 호흡으로 하다 보면 우리의 생각의 호흡도 좀 더 깊고 길어질 것 같아. 그로 인해 우리 삶이 더욱 무언가 의미 있어질 것 같지 않나?


그리고 남는 시간에 이제는 우리 삶을 어딘가에 기록하고 정리하는 시간으로 바꾸는 것은 어때? 바쁘게 사느라 우리 삶은 어딘가에 기록하지 못한 것 같지 않아. 우리가 아이들을 키울 때 아주 어렸을 때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사진을 찍고 육아일기도 썼지만 아이들이 조금씩 커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냥 사진도 안 찍고 그냥 간 것처럼 말이야.  앞으로는 여유가 생기는 시간에 삶이 던져주는 의미를 하나씩 생각하며 게을러지자. 그래야 앞으로 다가오는 미래가 더욱 재미가 있어지고 흥미로울 것 같아.


여보.

빨리 간다고 좋은 것만은 아닌 것을 왜 이제야 알았을까? 미리 알았더라면 좀 더 게으름을 피우면서 살았을 텐데 말이야. 이제는 좀 더 느릿느릿, 천천히 가자. 거북이처럼 느리더라도 여유 있게 목적지를 향해 조금씩 가는 40대가 되도록 하자. 그리고 서로 감시하기, 얼마나 게을러지려고 노력하는지 말이야. 건강한 게으름으로 우리 삶이 좀 더 행복하고 따뜻해진다고 하면 살아가는 인생이 더욱 보람되고 빛날 것이라 기대해.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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