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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Apr 10. 2021

자신을 아는 사람이 후반전을 지배한다

하프타임, 이제는 잠시 멈춤_8

후반전에 성공한 사람들...
 커넬 샌더스는 65세에 KFC의 첫 체인점을 열었다. 
 모건 프리먼은 30년간의 무명 시절을 딛고 58세에 
 오스카 상을 받았다. 밀크셰이크 믹서기 외판원이었던 
 리에크록은 53세에 맥도널드를 창업했다. 전직 우주비행사 
 존 글렌이 두 번의 실패를 딛고 상원의원이 된 것은 
 53세 때였다. 권투 선수 조지 포먼은 45세 때 
 다시 세계 복싱 헤비급 챔피언에 올랐다.
 
 - 고두현의《시 읽는 CEO》중에서 –



느리게 가고 싶은 이에게


세월이 참 빠른 것 같다. 우리가 결혼한 지 2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알고 지낸 지는 벌써 30년이 넘었네. 하긴 우리가 10대 때에 교회에서 처음 만났으니 말이야 많은 시간이 흘렀어. 우리가 27살에 결혼을 하기까지 대학교 졸업하고 군대 갔다 오고 회사에 취직하기까지 교제의 시간이 남들보다 길었다고 하면 꽤 길었다고 할 수 있을 거야. 아마도 결혼하기까지 다른 커플보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 많이 안다고 생각해왔고 남들도 우리 보고 결혼하면 재미없을 거라고 했던 거 기억나는지 모르겠네. 결혼하기 까지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만났다가 헤어지기도 하고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 긴 교제 시간 동안 이런 것이 없었다고 하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 


나는 우리가 결혼하면 안 싸울 줄 알았어. 서로에 대해서 잘 아니까 말이야. 그건 착각이었다는 것을 당신도 인정할 거야. 우리가 연애할 때 우리가 아는 것은 전부가 아니었던 것이지. 그동안 서로에게 좋은 면만 보여주고 우리가 서로에게 감추고 싶은 것을 보여주지 않았기에 숨기고 싶은 것 서로의 단점을 충분히 보지 못하고 겉보기만 보고 충분히 안다고 했던 것 같아. 물론 다른 커플보다는 많이 알았지만 말이야. 아무 우리만 그런 것은 아닐 거야.


여보, 그런데 내가 요즘 더 모르고 살았던 것이 있었어. 그게 다름 아닌 ‘나 자신’에 대해서 너무나도 모르고 살았다는 것이야. 나도 너무 뜻밖이었어.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고 나중에는 내가 너무나도 한심하고 바보스럽더라고. 다른 사람도 아닌 “나”에 대해서 왜 몰랐을까 말이야. 다른 사람은 잘 모르더라도 나에 대해서는 내가 충분히 잘 안다고 생각했거든. 당신과 이야기를 하면서 당신이 나에 대해서 이야기해주는 것을 보고 나에게도 이런 면이 있구나 하는 적은 여러 번 아니 지금까지 계속되어 왔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잘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정작 나 자신이 잘 모르는 것은 이해가 가질 않더라고.


최근에 교육을 받으면서 알았는데 자신을 알아가는 테스트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더라고. 5가지 정도의 응답하는 것부터 100가지가 넘는 질문지까지 말이야. 이런 테스트 설문을 해보고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의 강점이 무엇인지, 나는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를 조사해보고 알게 되었어. 결론적으로 내가 정말로 나 자신에 대해서 무지했다고 말이야. 그동안 회사에서 어떤 교육을 받거나 설문을 하면서 그냥 대충 읽고 넘겼는데 최근에 일주일 사이에 5가지 정도 테스트 방법을 통해서 나를 보니 내가 모르는 내가 나오는 것 같아. 예전에 당신과 내가 즐겨봤던 모 방송국에서 방영한 “킬미 힐미”라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다중 인격을 가진 사람이 주인공으로 나왔던 것 말이야. 그 주인공은 자기 안에 7가지 인격이 숨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지낸 것처럼 말이야. 그 정도는 아니지만 내 안에 여러 가지 장점도 있었고 나도 모르는 것을 어떤 사람의 유형이라 진단을 해주는데 솔직히 놀랐고 한편으로는 너무 나에 대해 무심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책을 왜 좋아하고 필기구를 수집하듯이 새로 나온 것을 사 모으는 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어. 나는 꽤 당황했어. 10대나 20대도 아니고 40대 후반에 들어서야 나 자신에 대해서 이렇게 분석하듯 알게 되니 정말 당황스럽더라고. 좀 더 일찍 알았으면 더 잘 살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그렇게 배우는 것에 열중을 다하고 성실했는지도 이제야 이해가 가는 거야. 


여보, 당신도 내가 해 본 것을 가지고 검사해서 당신을 알면 좋을 것 같아. 당신도 잘 모르는 당신이 숨어 있을 수도 있어. 그것을 잘 활용하고 있을지도 아니면 그것으로 인해 불편해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지. 내가 아쉬운 것은 그런 책을 사서 읽고 그 안에 있는 테스트를 해보지 않았다는 것이야. 그것을 이제야 했으니, 책을 사서 읽었을 때 했으면 2-3년은 훨씬 일찍 알았을 텐데 말이야.


이런 검사들이 다 맞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를 놓고 나를 보면 대부분 맞는 것 같아. 특히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에 대해서는 다 이해가 가는 거 있지. 그래도 다행인 것은 더 늦기 전에 나를 알아가고 있다는 거야. 이제라도 그 강점을 더 발휘하고 그쪽으로 나의 시간과 노력을 쏟을 수가 있어서 다행이야.  나는 그동안 ‘무리 속에 나’, ‘조직 속에서 나’로만 살았지, 개별적으로 나를 조직에서 떼어서 나를 개별적으로 몰랐던 것 같아. 단지 회사에서나 조직에서 나에게 주어진 일을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 그래서 믿음을 준다는 것 정도밖에 몰랐었지. 그런 것이 내가 모든 것을 최상화 시키는 기질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거야. 그래서 모든 면에서 항상 최고를 지향하느라 나 자신을 피곤하게 밀어붙였는지도 몰라.




그래서 이제는 나를 알았기에 취사선택을 적절히 하고자 해. 버릴 것은 좀 덜어내고 부족한 것은 어떻게 보충하는 방법을 찾고 있어.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의 1 모작, 전반전은 한국 축구처럼 오직 전진, 기술이 아닌 체력으로 밀고 살아왔던 거야. 후반전을 맞이하면서 작전의 변경은 바꾸지 않고 오직 똑같은 작전을 유지하려고 했던 것 같아. 참 어리석은 작전이었던 것 같아. 그러면 후반전을 시작하자마자 현저히 체력 저하를 드러내어 오래가지 못하고 많은 실점을 하듯이 지는 경기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여보, 하프 타임 시절을 보내는 40대에는 이제는 체력과 오직 전진만 밀어붙이는 뻥축구에서 이제는 기술을 구사하는 것으로 큰 전술을 바꾸어 보려고 해. 축구에 전반전에 못했더라도 하프타임을 잘 정비를 하면 후반전에 전혀 다른 팀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나의 인생 후반전도 전혀 다른 팀처럼 느끼는 삶을 살고자 해. 당신도 나를 보고 많이 코칭도 해주었으면 해. 무엇보다 나는 ‘조직 속의 나’에서 혼자 있는, ‘홀로 서 있는 나’에 집중하며 살려고 해. 이제는 단체전이 아니라 개인전으로 사는 것처럼 기술력, 개인기가 살아 있는 인생 후반전을 살고 싶어. 그래서 내가 무엇을 잘하고 있는지 하나씩 배워나가기 시작했지. 이것도 한창 진행 중이야.


무엇보다 내 몸이 어떤 유형인지, 건강상으로 체질적으로도 공부하는 모임 같은데도 참여하고 있어. 물론 비용이 들어가겠지만 그런 것에 참석해서 내 체질도 알고 나에 대해서 알고 나니 지금까지 나의 행동이나 모든 것이 맞추어지는 것 같아. 흐트러진 퍼즐이 한 조각씩 맞추어져 멋있는 그림이 되어 가는 것처럼 말이야. 그리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내 관심이 있는 것에 대해서 하나씩 배워나가고 있어. 춤과는 전혀 동떨어져서 뻣뻣했던 내가 ‘춤 명상’을 통해서 내가 춤을 출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내 몸속에도 박자에 맞추어 춤을 출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요즘에는 차를 타고 가다가 또는 혼자 있을 때 어깨와 엉덩이와 허리를 흔들면서 춤을 출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유쾌한 발견이었고 발전이었어.


앞으로 하나씩 하나씩 내 안에 감추어진 것을 끄집어내서 제대로 보고 발전시켜 보려고 해. 왜 그동안 이런 것을 내 안에 감춰놓고, 아니 처박어 두고 먼지를 뒤덮이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참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 나 자신에게 말이야. 내가 당신을 도발하는 이야기를 가끔씩 하는 것은 내가 알아가는 과정에 있고 당신도 찾아보라고 하는 거야. 아직은 내가 도발하는 기술이 부족해서 당신의 기분을 좀 상하게 하는 정도까지 가지만 말이야.


여보,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숨어 있는 욕망이 무엇인지 하나씩 알아가고 있어. 이런 것들을 알게 되면 인생이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 그동안 교회에 다닌다고, 아니면 남자라고, 아니면 아저씨라고 생각해서 나 스스로 제한했던 것을 거두어들이고 있어. 그리고 그런 것을 하나씩 겪어보고 나의 삶에 하나씩 장착하고 살아가려고 해. 참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여기까지가 내가 경험한 것의 전부야. 아직도 느껴보고 깨달을 것이 많이 남아 있을 것 같아. 당신도 해봐. 그러면 당신도 내가 변화, 진화하는 것을 알고 조금씩 놀래는 것처럼 당신도 변해가면 나도 당신에 대해서 스스로 놀라고 나도 거기에 놀라서 즐거워하겠지. 전반전이 엄숙 모드였다고 하면 후반은 날라리 모드도 괜찮겠지. 그렇지 않아!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나이’야. 그 나이가 우리를 보이지 않는 울타리에 가두어 놓거나 다양하게 보이는 삶의 풍광을 못 보게 하는 것 같아. 우리가 스스로를 제한하지 말고 자유스럽게 풀어놓아야 우리도 잘 놀 수 있을 것 같아.

우리 인생 후반전을 다양한 재미로 충만하기를 사랑해!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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