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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Apr 15. 2021

땅따먹기– 선 하나를 넘다

이제는 나를 위해 다르게 살기로 했다_1

 

 

도저히 
 넘어갈 수 없을 것만 같은 경계를 
 넘어가면 새로운 세계가 열리게 된다. 
 이 말을 돌려서 이야기하면, 
 한 번도 경계를 넘어서지 못한 사람은 
 자신이 속한 세계와 다른 세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결코 납득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 김연수의《여행할 권리》중에서 –



나의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자기 영역을 넓히는 것은 살아있는 생명체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 특히 인생의 중요한 허리 시기를 지나는 40대를 넘어선 남자들에게 있어서는 말이야. 자기 영역을 넓히는 것은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40대의 남자들이 사회생활이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기만의 영역을 넓히는 것, 어쩌면 어렸을 때 학교 운동장에서 하던 땅따먹기 놀이와 같다고도 할 수 있지. 그것은 조금씩, 자기 땅, 구역을 넓혀서 누가 많이 차지하는 사람이 이기는 놀이와 비슷한 것 같아. 40대 남자들은 자기만의 영토를 넓히는 것에 많은 관심들이 있지.


여보, 혹시 당신은 기억하는지 모르겠네. 초등학교 때 학교 운동장에서 사각형을 커다랗게 그린 다음 한쪽 모퉁이에서 한 뼘 정도 되는 자기만의 집을 그린 다음에 서로 번갈아 가면서 얇고 작은 돌을 움직여서 세 번 만에 자기 집으로 돌아오면 돌이 그린 궤적이 자기 집, 자기 땅이 되는 놀이야. 생각해보니 이런 놀이도 해본 지가 벌써 35년 정도가 훨씬 지났네. 이 놀이는 얼마나 많이 자기 땅을 가장 넓게 확보하는 사람이 이기는 놀이인데 유난히 여자보다 남자아이들이 많이 했던 것 기억해. 나도 이 놀이는 친구들과 꽤 많이 했던 것 같아. 요즘 우리 둘째나 첫째가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하는 놀이와는 차원이 달랐지. 우리 아이들이 이런 놀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해. 땅을 밟고 땅에서 흙을 만지며 하는 놀이였잖아.


중고등학생이 된 이후에는 이런 놀이도 잊어버린 지 꽤 되었고 벌써 귀밑머리가 희끗한 중년이 되었네.  이제는 사회에서 나만의 영향력을 넓히는 것에 집중하고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과 내가 어렸을 때 운동장에서 하던 놀이와 무엇이 다를까? 내 영역을 넓히는 것, 내 땅을 확보하는 면에서는 비슷하지. 그런 생활도 30대부터 시작해서 40대를 넘은 지금 생각을 해보면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 땅따먹기 놀이와는 조금은 다르다는 것은 내 영역, 내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가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야. 보이지 않은 영향력을 넓히려고 얼마나 바쁘게 살아왔는지 모르겠어. 


실제로 내 땅이라고 부를 수 있는 땅은 한 평도 없고 단지 당신 이름으로 된 아파트가 전부일뿐인데 말이야. 아마도 내가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내가 속해 있는 직장에서 직책이 부여하는 것이 보이지 않는 땅이라는 상징적인 의미인 것 같아. 아마도 그것마저 나의 상사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고 마는 것인데 말이야. 보이지 않은 것을 내 것인 양 확보하려고 얼마나 애를 쓰고 건강을 해쳐가면서 일을 했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바보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어. 이제야 철이 드는 건지 모르겠네.




여보, 이제부터라도 다른 땅따먹기 놀이를 할까 해.


그게 무엇인지 궁금하지? 실제로 내가 좋아하고 마음이 가는 분야로 나의 생각과 행동 등을 쏟아부으려고 하는 거지. 실제로 지금까지의 삶이 오직 직장과 일을 가장 우선으로 두고 해왔는데 이제 생각해 보면 언젠가는 내가 그 자리에서 벗어나거나 이탈하면 없어지는 불확실한 영역에서 벗어나서 좀 더 확실한 것으로 나의 활동무대를 넓혀보려고 해.  직장, 먹고사는 수단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통해서 나의 영역을 넓혀보려고 하고 싶다는 거야.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영역을 탐색하고 있지.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고, 실력을 키워서 영역을 넓히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 말이야. 아마도 인생의 후반전은 먹기 살기보다는 하고 싶은 것을 찾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어. 당신도 그런 곳이 어디인지 한 번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나도 많은 노력과 공을 기울인 것 같고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할 것 같아.


나도 처음에는 내가 20년 넘게 해 온 일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것을 찾는다고 생각했을 때는 막막했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선뜻 생각도 나지 않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잘 몰랐었어. 왜 그럴까 생각을 해보니 내가 지금까지 아무 생각 없이 살아온 것이 원인이 아니었을까. 오직 직장 일에만 매달려서 나의 삶이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생각을 하지 않고 생활이 나를 이끌고 가는 방향으로 내 몸을 맡긴 것이 원인이었던 것 같아. 그동안 몸과 생활에 벤 것에서 벗어나 나의 새로운 영역으로 들어가는 데는 많은 노력이 들더라고. 먼저 공부도 해야 했지. 다방면의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었지. 내가 접해 보지 않은 새로운 것을 익히기 위해 많은 책을 읽고, 강연도 참가해보고, 공부 모임에서 나가서 진정으로 좋아하는 분야를 찾기 위해 여러 곳을 찾아다녀야 했어. 무엇보다도 지금 만나는 사람들과는 다른 분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 참 재미있고 의미 있는 과정을 경험하고 있지. 여기에는 여행도 큰 몫을 하는 것 같아. 회사라는 곳에서 갇혀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얼마나 내가 나의 영역을 넓히지 않고 오직 작은 데서 거기가 세상의 다인 줄 알고 아등바등 살았던 것이 아닌지. 이제는 여기가 세상의 전부가 아니고 오직 극히 한 부분임을 알았으니 나의 영역을 조금씩 넓혀 나가려고 해. 그것이 내가 어렸을 때 재미있게 놀 던 ‘땅따먹기’처럼 말이야. 정해진 영역에서 앞으로, 옆으로 조금씩 나의 영역을 넓혀 가는 것이 내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방향임에는 틀림없어. 이제는 선 하나를 넘기 시작했으니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된다. 아마도 당신도 내가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원치 않겠지? 오직 회사 일만 알고 지내는 사람에서 다방면으로 촉수를 넓혀 가기 시작했으니 말이야. 그 촉수가 어디로 뻗어 나갈지는 나도 궁금해. 


이제는 책임이나 의무의 관점에서 벗어나 내가 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살아가려고 해. 욕망에 초점을 맞추려고 해. 그 관심의 촉수가 어떻게 나를 이끌고 나갈지 많은 기대가 된다. 한 번도 가보거나 해보지 않은 곳으로 나를 이끌고 간다면 재미있는 인생이 조금씩 넓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나처럼 40대를 맞이한 남편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얼마나 하고 사는지 궁금하다. 먹고사는 것이 전부가 아닌데 말이야. 그것을 얼마나 빨리 알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해. 혹은 그것을 알고도 용기가 없어서 생각으로만, 마음속으로만 품고 자기의 마음을 모른 채 하고 살지는 않았는지 모르겠어. 그러다 보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무척 빠르게 지나갈텐테 말이야.


나도 어느 순간 마음속에 있는 것을 알고 실행으로 옮기고 나니 나의 옛 생활이 언제 그랬냐 하는 생각이 나기도 해. 인생은 자신이 주어진 기본적인 영역에서 조금씩 넓혀가고 여러 방면으로 나가는 것이 우리 삶의 재미가 아닐까 해. 이제 시작한 그 재미를 느끼는 가운데 당신 생각이 나더라고. 그것을 쳐다보고 있는 당신이 나를 지켜 봐줘서 고마워서 말이야. 어느 정도 눈치챈 것 같은데 그것을 가만히 두고서 봐주는 당신이 고맙기도 해. 이제 앞으로 나의 영역에 어느 분야가 나타날지 매우 기대되지 않아? 그것을 재미 삼아하고 있는 나를 보면 참 기특하고 대견하기도 한 것 같아. 다른 사람들은 고지식한 나를 보고 쉽게 변할 수 없을 거라 했는데 말이야. 거기에 인생의 재미가 있다고, 땅따먹기는 투기할 목적으로 땅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재미 분야를 넓혀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관계를 맺는 것부터 시작해. 무언가를 하나씩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진정으로 내가 마음속에 그어 놓은 ‘선’ 하나를 넘는 일인 것 같아. 이제 하나의 선을 넘었으니 앞으로는 쉬울 거라 생각해. 앞으로는 더 기대해도 좋아!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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