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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Apr 20. 2021

바람이 분다, 날아가야겠다.

이제는 나를 위해 다르게 살기로 했다_4


 

주어지는 모든 힘겨움을 
 기꺼이 맞는 청춘만이 비로소 별이 될 것이다. 
 청춘일 때에 어리석은 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늙어서 아무런 힘을 가지지 못한다. 그러므로 
 흔들리지 않으려고 굳이 애쓸 필요는 없다. 
 지금 부는 바람이 너의 뿌리를 
 튼튼하게 만들 것이므로. 
 
 - 홍영철의 《너는 가슴을 따라 살고 있는가》중에서 –



힘듦을 잘 이겨내는 이에게


‘바람’이란 단어는 40대에게 있어 위험한 단어다. 바람이란 단어가 어디에 쓰이느냐에 따라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아. 자연에서의 부는 바람도 여러 가지로 다양하지만 남녀, 부부관계에서 부는 바람은 매우 위험하게 쓰이고 있지. 특히 ‘바람났어’라는 말은 더욱 그러할 거야. 그것도 중년 남자에게 있어서는 말이야. 이런 말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때도 40대가 아닐까? 당신 생각은 어때?


최근에 드라마에서 주된 소재가 ‘바람’이 밑바탕이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가장 흔들려서 바람을 피우기, 아니 바람나기 좋은 때일 것이라 생각해. 나름대로 이유를 생각해보면 20대에 대학을 졸업해서 배우자를 만나서 연애하고, 사랑하고 결혼을 준비하느라 바람과는 거리가 멀지. 그리고 결혼 후에는 달콤하다는 신혼과 2세 만들기에 한참 바쁠 때가 30대 초 중반이라고 생각해. 그다음부터는 초보 엄마, 초보 아빠가 좌충우돌 아이를 키우느라 이 세상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호들갑과 유난을 떨고 나면 아마도 30대 중반을 지나게 될 거야. 물론 그때까지는 다른 곳에 숨을 돌릴 틈도 없이 열심히 살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런 다음 너무나 변해 있는 서로를 발견하는 때가 아닐까? 예전을 잊지 못하면서 말이야.


그런데 그다음부터가 문제라고 생각해. 직장에서도 신입사원 티를 벗고 이제는 중간 관리자로 성장하지. 이제는 일과 회사에 더 매이는 경우가 발생하고 개인적인 시간보다는 아침에 출근해서 별 보고 퇴근하는 일이 매일 이어지지. 그리고 간혹 일찍이라도 퇴근하기라도 하면 집으로 일찍 가기는커녕 오래간만에 회식한다고 집에 귀가하는 시간은 야근할 때와 비슷한 경우가 다반사였지. 아마 나도 이런 시간을 오랫동안 보냈었지. 지금에서 뒤돌아보면 나도 이렇게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당신처럼 부인들 입장에서는 답답하기도 하고 이해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말이 맞는 건가? 아니면 불리한 것은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네. 이러는 중에 경쟁에 뛰어든 직장생활과 돈을 벌려는 생각, 그리고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 일하다 보면 가정에는 소홀해지고 일에도 지쳐서 어느덧 마음이 무뎌지고 답답해지는 것 같아. 아마도 이런 감정은 이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남자들에게는 공통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물론 나처럼 범생이 기질이 있는 사람도 생각으로는 가끔씩은 이런저런 생각이 들고 하는데 다른 사람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물론 이런 관점은 ‘남자’라는 관점에서 본거지. 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당신도 할 말이 많을 거야. 여자들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고 아들 같은 남편 뒷바라지하다 보면 어느새 40이 넘었으니 말이야. 그러는 사이 눈가에는 잔주름이, 머리에는 흰 머리카락이 하나둘씩 났으니 말이야.




아마도 일에 집중하느라 지친 몸과 마음이 때로는 탈출구를 자연스럽게 찾는 것 같아. 그런 탈출구를 찾느라고 열심히 알아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자연스럽게 몸보다는 마음이 그런 쪽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아. 아마도 일상의 탈출구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탈출구를 아마도 잘못 찾을 수도 있는 나이 때가 아닐까 해. 


물론 나도 어느새 매일 반복되는 생활이 늘 반갑고 견디기 쉬운 것만은 아니었어. 끊임없이 해내야 하는 회사에서의 업무와 가장으로서의 역할과 내가 속해 있는 모임에서의 역할들이 어느 사이 나에게 충실해야 했던 나의 시간을 조금씩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던 것 같아.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생활에서 나를 숨 쉬게 해 줄 그 무언가를 찾게 된 것 같아. 나는 이런 것을 40대에 부는 ‘바람’이라고 말하고 싶어. 사방이 막힌 좁은 물리적, 심리적 공간에 갇혀 있는 나와 같은 남자들에게 숨을 쉴 수 있는 기회를 ‘바람’이라고 부르고 싶다는 거지. 남녀 사이의 ‘바람’과는 다른 바람 말이야.


나는 40대에 이런 ‘바람’이라는 숨구멍이 없다고 하면 삶이 답답할 것이라 생각해. 사람이 숨이 막히거나 숨을 쉴 수 없으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숨을 쉬거나 공기를 더 마시려고 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말이야. 제주도에 옛날 집에는 돌담을 쌓은 집들이 많은데 그 특징이 서울이나 다른 도시의 ‘담’과는 다른 면을 가지고 있어. 제주도는 바람이 많이 부니 돌담과 돌담 사이에 ‘숨구멍’을 많이 만들어져 있어. 바람들이 돌담을 지나갈 때 그냥 지나쳐가라고 말이야. 그런 숨구멍이 나의 삶에도 필요한 것 같아. 그런 숨 쉴 기회를 ‘바람’이라는 것으로 생각해보기로 했지. 내가 회사일과 가정에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느라 미처 하지 못했던 것, 하고 싶었는데 그럴 짬이 나지 않거나 용기가 없어서 하지 못한 것을 하나씩 고민하고 찾아보기로 했어. 아마도 당신도 눈치를 챘을지도 있지. 내가 그동안 평소에 하지 않던 것을 하거나 무엇을 사거나 혹은 가끔씩 일을 한다고 늦는다는 핑계를 대고 늦을 때가 있었을 거야. 




회사 선배나 동료들을 보면 그다지 특별한 것이 없었어. 주로 40대에 아저씨들이 하는 골프나 또는 주말 낚시를 하느라 금요일 밤과 주말을 통째로 보내는 것을 보기도 했지. 하지만 나는 삶 속에서 그동안 정말로 하지 못했던 것을 하나씩 발견해보려고 했지. 내 닫힌 생각과 습관으로 인해하지 못했던 공간을 적극적으로 가보려고 해. 아마 내가 회사 다니는 일과 전혀 상관없는 장소를 가보려고 하는 것도 그중에 하나지. 그게 무엇이든 말이야. 누군가가 나를 그곳으로 가끔씩 데리고 갔으면 하는 생각도 해봐. 지금은 유명가수나 아니면 7080 가수들의 콘서트나 혹은 한창 뜨고 있는 연예인들의 쇼 같은 것을 말이야. 예전에는 생돈 날리면서 그런 곳을 왜 가느냐고 했겠지만 지금은 내가 그런 곳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것이 참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했어. 더 늦기 전에 내가 나에게 스스로 금지했던 것을 거침없이 해봐야 하겠더라고.


그리고 나와 어울리지 않았다고 생각이 드는 장소도 가보려고 해. 결혼 초에 당신에게 반 강제로 끌려간 클래식 음악회도 좋지만 남들이 좋다고 하는 재즈 음악회도 한 번쯤은 가봐야 정말로 좋은지, 싫은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TV나 드라마에서 우리 나이 또래의 부부들이 가끔씩 간다고 하는 강변 가의 잠자는 곳, 모텔 같은 곳도 가봐야겠어. 이 나이가 더 지나가면 주책일 수도 있긴 하지만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가보는 것도 괜찮을 거야. 기대해보시라. 하하


그리고 가끔씩은 정장은 아니지만 옷을 차려 입고 피아노나 클래식이 있는 레스토랑 같은 곳에 가서 저녁도 먹고 차도 마시는 것도 괜찮을 거야. 아니면 토요일 출근하지 않고 아이들을 학교나 학원 보내고 토요일 아점을 먹으러 브런치를 잘하는 곳에 가서 여유 있게 토요일 오후를 즐기는 것도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이지.


그리고 더욱이 해보고 싶은 것은 일하다가도 갑자기 가고 싶은 곳이 생각나면 만사를 제쳐두고 그곳으로 가서 반나절이든 하루라도 시간을 온전히 보내고 싶어. 그것이 나 혼자 일수도 있고 당신과 같이 일수도 있겠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시간을 보낸다고 하면 그 시간은 온전히 내가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야. 전혀 예상하지 않는 공간에서 새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바람을 제대로 즐기는 것은 없다고 할 수 있지. 이런 시간이 국내에 한정 짓는 것도 그렇고 점차로 범위를 넓히다 보면 외국이 되었으면 더욱 바랄 나위가 없지만 말이야.


이런 삶의 ‘바람’이 내 삶에 불었으면 해. 바람은 교과서적으로는 공기의 이동이라고 하잖아. 내 삶에 너무나 매일 똑같은 공기를 마시고 똑같은 일을 해와서 공기의 이동이 없어서 바람이 불지 않았나도 모르지. 오히려 그런 공간을 나 스스로가 만들고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그런 공간을 한편으로는 벗어나려고 생각으로만 했을 수도 있어.


이제 이런 바람을 스스로 만들려고 해. 그 방법은 마음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마음 따라 몸이 움직여 바람을 일으켜야지. 그 바람이 불다 보면 좀 더 강항 바람이 되고 그 바람이 내 몸을 밀어내고 그 바람에 몸을 실어 날아갈 수 있으리라는 상상을 해본다. 이 바람이 평범하고 40대인 남자인 나에게 부는 바람만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 바람이 좀 더는 세게 강하게 불었으면 해. 그리고 바람이 예측 가능한 범위로만 부는 것도 재미없지. 때로는 예측하지 못하게 부는 바람에 내 몸을 맡기고 느끼는 것도 지금이 아니라고 하면 느끼기 힘들 수도 있을 테니 말이야. 아마도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는 이보다 더 많은 바람이 불기를 기대하며.


여보 당신도 바람에 잘 흔들리면서 바람이 나를 응원해주고 이해해 주길 바라.  40대는 바람이 불어야 제 맛이야. 그래야 그 바람이 주~~ 욱 이어질 테니 말이야.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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