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음 Sep 04. 2021

고난에는 뜻이 있다!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 역사" 서평

1. 저자에 대하여  


함석헌(咸錫憲)  

1958년 「사상계」에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를 써서 당시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켜 사상가이자 사회운동의 지도자로 널리 알려지게 된 인물이다. 그는 평안북도 용천에서 태어나 동경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하고 모교인 오산학교에서 역사와 수신을 가르치면서 동인지 '성서조선'에 「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역사」를 연재하는 등의 저술활동을 펼쳤으며 1979년, 1985년 두차례에 걸쳐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되었다. 
 
 저서로는『뜻으로 본 한국역사』『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씨알의 옛글풀이』『수평선 너머(시집)』가 있고 옮긴책으로는 『바가바드기타』『퀘이커 300년』『사람의 아들 예수』등이 있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든 글귀  


p 29 뿌리의 일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자리잡고 서는 것이요. 하나는 양분을 빨아올리는 것이다. 생명의 목적이 마지막에는 날아다니기까지 하는 데 있지만, 그것을 위해서는 우선 자리잡고 서는 것이 필요했다. 

→ 뿌리는 보이지 않는 데서 자기의 소임을 다한다. 줄기나 잎새나 꽃처럼 남들에게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오직 땅 속에서 모든 것을 받침하고 오롯이 땅에 서 있을 수도 있도록 나무를 지탱해주고 주요 양분을 흡수해서 식물이나 나무에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 모습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잘 모르지만 뿌리 자신만은 온전히 자기의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p38 그것을 위하여 깊은 역사 지식을 가져야 한다. 한국에다가 진리를 살리려는 자는 먼저 한국을 알아야 할 것이요. 한국을 알려는 자는 먼저 한국의 역사를 알아야 할 것이다. 헤맴과 더듬이질에 지쳐 절망하려는 한국의 젊은이들 앞에 새 역사를 보여주라! 

→ 자기 나라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면서 그 나라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한국 사람이라고 해서 다른 나라와 스포츠 경기를 하거나 우리 나라가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에만 한국 사람이 아니라 한국 사람, 우리 선조들이 어떻게 살아 왔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동안 학교에서 시험문제를 풀기 위해 배운 역사 지식외에 내 머리 속에 들어있는 ‘한국’이란 나라가 어떠한지는 잘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P39 역사를 참으로 깊이 알려면 비지땀이 흐르는 된 마음의 활동이 있어야 한다. 마치 먹을 것을 먹어 살을 만드는 것과 같은 일이다. 


P47 인생을 뛰어넘지 않고는 인생을 모른단 말이다. 역사를 알아봄도 그와 같다. 보는 자리가 변함에 따라 그 보이는 바가 서로 다르다  

→ 사람은 그 사람이 되기 전에는 잘 알 수 없다. 물론 자신이 잘 알겠지만 그 사람을 보는 방향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역사도 마찬가지다. 역사는 지금까지 승자의 역사였다. 승자가 이긴대로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쓴 것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인가를 잘 판단해야 한다. 보는 자리, 보는 시각에 따라 역사는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P47 사관이란 이것이다. 인생을 넘어뛴 자리에서 참 인생을 볼 수 있듯이 역사를 넘어뛴 자리에서야 참 역사를 볼 수 있다.


P51 성경이 그렇듯 역사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그 종교가 인생의 구원을 목적하는 사실의 종교요. 생명의 종교이기 때문이다. 생각에만 의한 것이 아니요. 실인생(實人生), 활역사(活歷史)에 의해 인생의 깊은 뜻, 우주를 꿰뚫는 생명, 그 자체를 붙잡게 하는 일이다. 생명을 문제로 삼는다면 역사는 무시할 수 없다. 생명은 역사적으로 발전하는 것이요, 역사를 낳는 것은 생명이기 때문이다.

→ 역사의 모든 밑바탕에는 생명이 있었다. 사람이 생긴 이래로 모든 역사는 사람으로 인해서 전해지고 만들어져 왔다. 거기에는 많은 개인들의 참 인생이 깃들여져 있고 그것이 후손으로 살아 움직여서 전달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P54 역사의 근본이 하나님이라는 말만 가지고는 불완전하다. 그 하나님에는 인생과 인격적으로 하나님이라는 설명을 붙일 필요가 있다. 역사의 근본을 신에게 돌리는 사상은 그 밖에도 있다.


P65 곧 세계역사의 테두리를 우선 마음속에 그려두자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역사를 바로 아는 데 절대 필요한 일이다.   


P65 우리는 우리 나라에 대한 관심이 깊으면 깊을수록 늘 세계의 한국, 우주의 한국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우리는 아직도 한반도에 갇혀 살고 있다. 역사를 볼 때 동아시아에 갇혀 있는 한국이 아니라 전세계로 뻗어가는 한국, 더 나아가서는 태양계의 한국, 우주의 한국임을 잊지말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우리 삶이 오직 한반도에서 삶이 아니라 세계속의 한국, 우주속의 한국임을 알아야 미래가 있다.  


P74 그 일생을 우리는 보통 네 시기로 갈라놓는다. 어린 때, 젊은 때, 한창때, 늙은 때- 그와 마찬가지로 역사를 잘라본다면 발생기, 성장기, 단련기, 완성기로 볼 수 있다.

→ 나의 지금 상태가 언제인지를 역사의 분류시기로 보자. 아마도 성장기를 끝내고 이제 단련기로 들어서는 초입일 수도 있다. 성장기라는 긴 시간을 열심히 살았고 그 성장한 것에서 불필요한 것을 잘라내고 걷어내고 연약한 것은 보중하고 단련해서 더욱 단단하게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완성기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내 삶은 만들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P107 씩씩한 기상이 적은 것이 한이다. 날카롭지 못하다. 규모가 크지 못하다. 맑은 건 좋은데, 바닥이 너무 들여다보이고, 밝은 건 다행인데 그윽하고 엉큼한 데가 너무 없다, 이름도 조선이다


P111 역사 흥망의 원인이 되는 것은 그 역사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 인격만이다. 개인에게 살림 있는 곳에 인격이 있듯이 국민에게도 역사가 있는 이상 개성을 가지는 인격이 있다고 해야 옳다.

→ 각 나라마다 역사의 특징이 있다. 세계의 중심이라고 떠들고 있는 중국, 번영의 한 때를 누렸던 유럽 국가들, 약삭빠르게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 힘과 경제력으로 세계를 흔들고 있는 미국속에서 우리는 어떤 정체성을 띄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 역사는 갈수록 무채색을 띄게되는 것 같다. 이제는 우리 나라도 고유한 색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 민족만이 가지는 색을 말이다. 그것은 우리 개인도 마찬가지다. 자신만의 고유한 색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게된다.  


P112 사람이 환경의 산물이 아니라 환경이란 것이야말로 사람의 마음이 만들어놓는 것이다.  

한국이란 땅에 있어서 그 땅이 한국 사람을 만든 것이 아니라, 한국 사람이라고 부르게 되는 생명의 그 어떤 줄기가 있어서 한국이라는 한 터전에 생겨 나왔다.  역사는 단순히 발생하는 것, 되어지는 것만이 아니다. 그보다도 이루어 서는 것, 건설되는 것, 만들어내는 것이다. 정신의 나타남이다. 


P113 자기를 가장 잘 아는 것은 자기다. 생각하는 것이 사람인데 생각은 깊은 것이다. 남은 물론이요, 자기도 자기 생각을 알기 어렵다. 그래서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알 수 없는 것을 아는 것이, 적어도 알려고 애쓰는 것이 사람이다.

→ 자기를 가장 잘 아는 것이 자기인데 지금은 자기가 누구인지를 자신도 모르게 사는 시대이다. 오히려 서로가 다 같은 줄을 알고 살고 있다. 남도 나와 다를 것이 없다는 보편주의 속에 갇혀 살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잃어버리고 있다. 사람마다 다르게 얼굴 마저도 신은 다르게 만들어주는데 왜 우리는 서로 똑같아져 서로가 구분이 되지 않으려는 노력을 할 까?  지금은 자신만의 색이 필요한 시대이다. 그리고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하는 시대이다. 자기가 백조인 줄 모르고 오리 틈에 살면서 오리이기를 바라는 형태일 수도 있다.  


P126 한국 사람은 심각성이 부족하다. 파고들지 못한다는 말이다. 생각하는 힘이 모자란다는 말이다. 깊은 사색이 없다. 현상 뒤에 실재를 붙잡으려고, 무상 밑에 영원을 찾으려고 잡다 사이에 하나인 뜻을 얻으려고 들이파는 컴컴한 깊음의 혼돈을 타고 앉아 알을 품는 암탉처럼 들여다보고 있는, 운동하는, 생각하는, brooding over하는 얼이 모자란다. 그래 시 없는 민족이요, 철학 없는 국민이요, 종교 없는 민중이다. 이것이 큰 잘못이다. 이 때문에 역사극의 각본이 중간에 변동되었다. 이 때문에 그만 커지지 못하고 말았다.

→ 단군 신화에 나오는 곰처럼 자신을 파고 들고 참아내는 근성은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함석헌 선생이 말하는 생각하는 힘이 정말로 모자란 것일까? 깊게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우리를 이루는지를 생각하는 능력이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외국의 많은 침략과 전쟁을 치르면서 생각하는 능력을 다 잃어버린 것일까? 우리에게는 깊이 생각하고 그 많은 생각을 몇 구절의 시조와 시로 풀어내는 능력이 있고, 많은 아픔과 고난을 한 점의 도자기로, 그림으로 풀어내는 민족이였는데 말이다. 그것은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버려서가 아닐까 한다.  


P129 모든 문제는 결국 정신 문제다. 건축의 크고 작음이 그 지하공사의 깊고 얕음에 비례하듯이 사람의 생활도 개인 또는 사회를 말할 것 없이 그 정신적 공작에 비례하여 결정된다.


P140 ‘한’ 혹 ‘칸’인데, 수의 하나를 표하는 동시에 또 크다는 뜻이다. ‘한’과 ‘큰’이 한 말일 것이다. 한자로는 한(韓), 한(汗), 환(桓)으로 썼으나 음을 표했을 뿐이다. 이 ‘한’ 혹은 ‘한’이 우리 정신 생활의 등뼈다.

→ ‘하나’, ‘크다’라는 많은 뜻을 가지고 있는 ‘한(韓)’이라는 글자가 내 이름을 이루고 있어서 너무 좋다. 그 좋은 뜻과 음을 가지고 우리 나라는 얼마나 제대로 살고 있나? 나는 얼마나 제대로 크고 올바르게 살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한’자라는 글자만 봐도 좋지 않은가?   


P160 정신은 반발하는 것이다. 버티고 나서는 것, 머리를 들고 일어서는 것, 운명에 대해 대드는 것이 정신이다. 뜻을 찾는 것이 정신이다. 그저 나도 살겠다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내세우는 뜻이 있어야 한다. 내가 뜻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뜻을 찾으면 뜻이 나를 살려주고 나를 위대하게 한다.

→ 정신이 살아 있다는 것은 반발하는 것이다.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반발해보고 튀어 오르는 것이다. 이것은 몸이 살아서 움직인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정신이 살아 있는 것은 무엇보다 깨어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그냥 보지 않고 다르게 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발전하려고 무단히 애를 쓰는 것을 말한다. 지나가는 바람과 구름을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담겨진 진실을 보는 것이다.  


P197 현상유지는 곧 권력계급이 자기네의 세력을 영원한 것으로 박아놓으려는 주의다. 나라야 어찌 되거나 민중이야 어찌 되거나, 이대로 영원히 해먹자는 말이다.


P244 고려에 들어와서는 이미 등뼈가 상하였으니 사회적으로 발달한 점은 없지 않으나, 역사의 방향은 확실히 변하였다.


P245 우리가 보려는 이조 오백 년의 역사는 지리산 남쪽 갈기갈기 갈라지는 소백산 줄기의 낮고 약한 산줄기들이다. 


P247 수레의 가장 중요한 것이 축이듯이 역사에 가장 요긴한 것도 민족정신이요, 국민이상이다. 중축 없는 바퀴를 밀면 밀수록 더 어지러이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듯이, 역사도 정신이 빠지면 아무리 정치를 하고 모든 문화활동을 하여도 어지러울 뿐이다.그러므로 수난이다. 


P247 이상주의의 귀함은 반드시 그 이상이 실현이 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별이 반드시 붙잡혀서 길 인도가 되는 것이 아닌 것 같이 이상도 반드시 거기 도달이 되어서 좋은 것이 아니다. 따라가도 따라가도 잡을 수 없는 별이기 때문에 영원한 길잡이가 되는 것이요, 힘써도 힘써도 그대로는 되지 않기 때문에 사람을 이끌어갈 수 있다. 별이 주는 것은 방향인데, 확실한 방향을 불 수 있는 것은 무한히 높이 있기 때문이다. 이상도 인생에 방향을 주는 것 뿐이요. 그러기 위해서는 될수록 높고 멀어야 한다. 현실의 낮고 가까운 것보다 이상의 높고 먼 것을 따르려는 그 정신, 그 기개가 민족을 살린다. 인생은 정신에 살고 기개에 산다.


P266 역사의 뜻이란 이상한 것이어서, 그 일이 다 드러나기까지는 아무도 그것을 미리 알 수가 없다. 그것을 아는 것이 예언자다. 그러나 그 예언은 마음이 하늘 빛에 비우어야만 할 수 있는 것이요. 마음이 하늘 뜻을 비추려면 반듯해야 한다. 참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보통 눈에는 그것이 다 이루어질 때까지 모른다. 다 이루어져도 알기 쉬운 것은 아니다


P325 역사는 게으름뱅이를 위하여 기다리는 법이 없다. 기다릴 줄 모르는 역사의 열매를 제때에 따는 것은 열성 있는 모험자만이 하는 일이다. 


P356 역사가 사람의 생물적 생명과 정신적 생명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을, 좀 더 분명히 말한다면 몸이란 것은 정신이 나타난 것임을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p357 육체적인 병만 아니라 정신적인 병을 고치는 데도 마찬가지다. 그 근본을 고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그러나 그 근본 되는 것은 스스로 하는 것이므로 대중적으로 외물(外物)의 힘을 더해서 될 것이 아니다.

 

p401 감사하다는 것은 하나님에게로 돌아가는 마음이다. 역사의 의미를 깨닫는 마음이다. 역사에 새 통일을 줌이다. 역사의 근본이 되는 정신 속에서 자기를 발견함이다. 


p412 백 년의 기독교 역사에 기독교 인물이 나지 못했느니라. 신부, 목사, 장로, 교회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다. 기독교 인물이 있어야 한다. 실제로 응용 못하는 학문이 소용이 없는 모양으로 , 역사에 응용 못 되는 종교는 소용이 없다. 


p426 38선은 하나님이 이 민족을 시험하려고 낸 시험문제다. 아마 마지막 문제일는지 모른다. 이번에 급제하면 사는 것이고, 이번까지 낙제하면 영원히 망하고 말 것이다. 

→ 마지막으로 우리 민족에게 주신 시험문제. 정말로 많은 시간과 노력과 눈물이 들어가는 문제이다. 그동안 우리가 놓친 문제를 이 시대에는 풀어야 한다. 우리는 아직 하나가 되어서 제대로 역사속에서 살아본 적이 없다. 삼국시대, 불완전한 신라통일, 고려, 조선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어렵고도 힘든 문제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세계속의 한국으로 자리 매김을 할 수 있다.  


p433 지금까지 인류역사가 다른 것이 아니고 생각하는 지혜의 인간 호모 사피엔스가 돈에 붙었다 칼에 붙었다 한 것이다.


p454 명절은 일종의 정신적 소성이다. 묵은 시름, 묵은 찌끼, 묵은 빚, 묵은 때를 확 떨어버리고 한번 남녀노소, 빈부귀천, 재둔선악의 모든 구별, 모든 차별을 다 없애고 맨사람으로 돌아가 ‘한’이 되어 펼 대로 펴고, 놀 대로 놀고, 즐길 대로 즐기고, 흥분할 대로 기껏 흥분해보자는 것이다. 사람은 이것이 없이는 못 산다. 그래서 5월 수리요, 8월 가위요, 크리스마스 저녁이다.


p463 고난은 죄를 씻는다. 가성 소다가 때를 씻는 것 같이 고난은 인생을 씻어 깨끗하게 한다. 불의로 인하여 상하고 더러워진 영혼은 고난의 고즙으로 씻어야만 회복이 될 수 있다. 고난은 인생을 깊게 만든다. 이마 위에 깊은 주름살이 갈 때 마음속에 깊은 지혜가 생기고, 살을 뚫는 상처가 깊을 때 혼에서 솟아오르는 향기가 높다. 생명의 깊은 뜻은 피로 쓰는 글자로만 눈물로 그리는 그림으로만 한숨으로 부르는 노래로만 나타낼 수 있다. 평민적, 세속적 인생관을 가지는 자는 저가 고난의 잔을 마셔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고난은 인생을 위대하게 만든다. 고난을 견디고 남으로써 생명은 일단의 진화를 한다. 핍박을 받음으로 대적을 포용하는 관대함이 생기고 궁핍과 형벌을 참음으로 자유와 고귀를 얻을 수 있다. 고난이 닥쳐올 때 사람은 사탄의 적수가 되든지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의 친구가 되든지 둘 중의 하나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고난은 육에서는 뜯어가지만 영에서는 점점 더 닦아낸다. 고난이 주는 손해와 아픔은 한때나, 그 주는 보람과 뜻은 영원한 것이다. 개인에서나 민족에서나 위대한 성격은 고난의 선물이다.


p472 한국도 그래야만 한다. 사고 싶거든 할 일을 발견해내어라. 고난의 역사라지만 그 역사에는 의미가 있어야 한다. 의미 없는 고난이 무엇이냐? 사실은 의미 없이는 고난조차도 없다. 죽음뿐이지. 그란 의미는 어디서 오나? 의미는 전체에 있다.  


p475 위대한 교사가 겨누는 요점은 늘 안에 있다. 듣는 자로 하여금 자기 속에서 발견하게 함이다. 자기 속에서 발견하는 것이 지극히 작으나 그것이 지극히 큰 것이다. 그것은 스스로 믿기 때문이다.

→ 자기 속에 늘 해답이 있다. 그렇지만 그 해답을 늘 밖에서 찾으려고 하는 것이 인간이다. 우리 속에 엄청난 것이 자라고 있음을 모르고 살다가 죽는다. 누구나 자기 안에 움트고 있는 그것을 키워 내는 사람만이 역사 속에서 살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씨앗이 작아서 자기 안을 들여다봐도 잘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마음의 눈으로 찾아야 한다. 자신 안에 감추어진 겨자씨만한 엄청난 힘을 말이다.  

  

3. 이 책을 읽고  


이 책은 우선 역사로 한 수 접고 들어간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쓰여진 책이고 그것도 4번째 수정판이 내가 태어나기 전인 1965년도에 쓰여진 책이다.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꽤 오래되었고 책을 사서 모셔둔 지 얼마 되었는지 모른다.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우선 책도 오래된 처럼 서문의 몇 페이지가 책에서 자연스럽게 분리된다. 그나마 다행이다. 책이 더 오래 되기 전에 읽으려는 생각이 있었고 이번 기회에 읽어서 말이다.  


50여 년 전에 한 선생이 이 민족의 역사를 고대에서부터 보면서 써내려 왔다. 함석헌 선생이 바라보는 우리 민족의 삶에 어떤 깊은 뜻, 조물주의 뜻이 있는지를 살펴본 책이다. 이 책을 처음 나왔을 때, 이 책을 읽은 사람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자기 안에 위대한 것이 숨겨진 것을 찾지 못하고 매번 놓치고 살고 있는 사람으로 보았을까? 함석헌 선생은 고구려때 만주를 회복하지 못하고 그 아까운 넓은 들판을 놓친 것을 아쉬워했다. 고구려 민족의 기상이 살아서 더 움직였다고 하면 아마도 동아시아의 역사는 아주 달라졌을 것이라 말하고 있다. 어쩌면 신라가 당나라의 힘을 빌어 삼국 통일을 한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굳세고 활기찬 고구려의 기상으로 만주를 포함한 한반도가 통일이 되었다고 하면 우리 민족은 어땠을 까? 그 이후에도 만주나 중국의 오랑캐라고 불리는 그곳을 차지할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번번히 놓쳤다.   


소극적이고 여성적으로 변해서 인지는 몰라도 압록강이나 두만강 너머는 넘보지 않고 잊고 살게 된 것이 우리 나라를 더욱 움추리게 했을지도 모른다. 고려시대 말에 이성계가 위화도회군을 하지 않고 어떻게되든 최영의 말대로 했더라면 아쉬움이 크다. 내가 어렸을 때 읽은 첫 위인전이 최영장군과 이성계 이야기였다. 어떤 생각에서 인지 최영장군을 죽음으로 내 몬 이성계가 용서되지 않았다. 함석헌 선생도 이조시대를 열었지만 그 이후에 펼쳐진 조선 시대의 피비랜나는 당파싸움과 파벌 싸움의 시작을 이성계로 비롯되었다고 말하고도 있다. 이점에 대해서는 함성헌 선생과 내 생각도 비슷하다.  


그 후에 우리 민족에게 주어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그 와중에 아주 경제성 없는 당파싸움과 파벌싸움이 우리 나라의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게 했다. 결국은 일제 강점기까지 몰고 왔고 우리 나라의 의지가 아닌 다른 나라의 힘대로 38선이 그어졌고 남북이 따로 살고 있다. 우리 민족에게 주어진 어마어마한 힘을 이렇게 저렇게 다 소진하고 결국은 지금에 이르고 있다. 아마도 전세계에서 적은 민족으로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은 이스라엘과 우리 나라, 한민족밖에 없다고 본다. 아직도 우리 나라에게는 38선이라는 신이 주신 시험문제를 풀고 있지만 말이다.  


함석헌 선생은 우리 나라의 역사를 하나 하나에 뜻으로 풀고 있다. 고난을 당할 때면 왜 고난을 당했는지, 잘못된 길을 갔으면 왜 잘못된 길로 갔는지, 거기에 뜻이 담겨있고 그것을 뜻으로 풀어냈다. 우리 선조가 가지고 있는 엄청난 힘과 내공이 갈수록 시대가 변하면서 조금씩 그것을 소진하고 결국은 지금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우리 민족, 우리 역사에는 언젠가는 한 번 힘차게 일어날 때가 있다고 보고 있다. 아마도 이 나라의 젊은이들이 선조들이 살아온 고난과 역사를 다시 돌아보고 다시 일어서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책을 쓰셨을 것이다.  


무엇보다 역사를 다시 한번 보고 바로 잡는 시대와 인물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잠재된 선조들의 힘을 다시 끌어내어 떨치게 될 때를 말이다. 우리 역사는 고난으로 역경으로 단련된 역사이다. 오히려 고난으로 인한 한이 서려 있어 그것이 힘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한국 민족이라고 하면 이 시대의 젊은이라고 하면 이 책을 통해 지난 선조의 역사를 돌아보고 앞으로 개인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아마도 다른 어떤 나라보다 5천년의 역사가 이제는 다시 고구려의 기상이 넘쳐는 선순환의 시대가 왔으면 하는 마음이다.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뛰게 하는 책이다.  


아마도 이 책으로 하여금 함석헌 선생이 쓰신 다른 책을 읽게 만드는 책이 될 것 같다. 다른 사람들도 한 번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뜻으로본 한국역사

#함석헌


작가의 이전글 몽골 여행에 도움이 되는 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