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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존하고 싶어요.

혼란형 애착의 생존기(1)

by 갓노묘반려인


언니는 왜 항상 모든 걸 혼자 짊어지려고 해?



친한 동생에게 들었던 말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어떤 문제가 생겨도 혼자 해결하려고 애를 썼다.

7-8살 때는 놀이터에 가서 회전형 미끄럼틀을 타다가 코너를 도는 부분에 귀가 쓸려서 귀 끝이 찢어진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아프다고 울지도 않았고, 다쳤다고 말하지 않았다.

할머니가 머리를 묶을 때 빗으로 그 상처를 건드려도 소리 지르지 않았다.

그것이 내가 터득한 문제 해결 방식이었다.


그 방식은 청소년기, 그리고 어쩌면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

혼자서 끙끙 앓는 것.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은데 청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도움의 손길을 뻗고 싶다.' 자체의 생각이 안 드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오랜 시간 품고 있을수록 생각은 콘크리트 벽처럼 나를 둘러쌌다.

견고한 콘크리트 벽 안에서 잠을 자고, 자그맣게 뚫은 창문 너머로 세상을 바라봤다.

그런데 가까이 가보니 창문이 어딘가 이상하다. 뭔가 좀 뿌옇다.

무언가가 그려져 있다.

아뿔싸, 내가 창문 위에 창문 밖 풍경을 그려 넣었던 것이다.

인지를 왜곡하고 타인을 멋대로 해석하고, 나를 멋대로 오해하면서 말이다.





이랬던 내가 요즘엔

"많은 이들에게 의존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다.

타인들에게 의존하고 마음을 열어서 진정한 자립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알게된 개념인데, 이런 것을 의존역설이라고 한단다.

의존이라는 건 내 인생에 없다고 생각했던 지난 날 들을 쓰다듬고,

그 너머를 봐보려고 까치발을 들었다.

나를 오랫동안 지켜봐 온 친구는 나의 변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간 홀로 고군분투 했었던 그 지난한 시간 속에서 삶을 놓지 않고 이렇게 확장된 사고까지 하다니.."



극 혼란형 애착임은 물론, 정신적으로 오랜 시간 힘들었던 내가 어떻게 이렇게 치유 되고 있는지에 대해 나누고자 한다. 건강히 의존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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