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의 스토리는 어떻게 나올까?

매튜 룬, 『픽사 스토리텔링』를 읽고

by 고독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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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는 죽지 않아요




#1

저자의 스토리 제작 이력을 보니 토이 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 몬스터 대학교, 니모를 찾아서, 업, 라따뚜이까지 영화관에서 봤던 애니메이션들은 거의 이 분의 손을 거쳤더라고요.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은 계속 강조되어 왔습니다만 경력이 화려한 저자의 말이니깐 책 읽는 동안 고개를 끄덕이지만 몇 가지 걸러들어야 할 점이 있더군요. 저자는 일단 '스토리텔링' 전문가입니다. 책에 적힌 스토리텔링에 관한 저자의 의견들을 존중은 하지만 뒷받침하는 근거가 썩 와닿지 않았습니다. 일단 전문용어를 오용해서 씁니다. 옥시토신은 슬픔의 호르몬이 아니에요. 넵 그렇습니다. 그는 스토리텔링 전문가이지, 의학 전문의는 아니니깐요. 다음은 비문학 책에 스토리를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스토리텔링 작업 자체에서 어떤 역경과 시련, 그리고 해냄이 있었는지 사례를 스토리텔링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건물주를 설득해 장난감 가게를 입점시킨 이야기는 재밌게 들었습니다만 픽사 내부적인 이야기 작성 방식이 더 궁금했거든요. 분명 혼자서 작업하는 게 아닐 텐데 그 격정적인 갈등들을 어떻게 이겨냈을까요? 스토리텔링을 하면 기억에 잘 남는다는 주장은 이 책 내용이 머리에 별로 남지 않았다는 증거로 확실히 입증시켰습니다. 문득, 저자에게 묻고 싶은 건 책에 적힌 스토리텔링을 위한 수많은 작성 요소들을 고려해서 스토리를 짜고 난 후에 스크린에서 자신이 직접 볼 때 관람객만큼 즐거울까요?



#2

실패를 해도 앞으로 혁신하라. 스타트업처럼 끊임없이 생각할 수 있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같은 내용은 실리콘밸리 산 자기 개발서에서 볼 듯한 냄새를 살살 풍깁니다. 저자는 확실히 좋은 기업의 문화를 누리는 거 같습니다. 스토리텔러에게 창의력은 곧 경쟁력이니깐요. 앞부분의 스토리에 관한 내용보다 어떤 환경에서 자신의 퍼포먼스를 극대화했는지 조금 더 흥미가 갔습니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미국 특유의 개척자 정신과 영웅심리, 개인주의를 자극한 달까요. 그럼 시선을 돌려 우리나라에서 스토리텔링을 가장 잘하고 있는 사람은 누굴까요? 최근에는 유튜버 이근 대위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커다란 시련,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는 영웅 같은 면모보다도 그저 좀 더 어그로를 잘 끄게 포장을 잘하는 사람이 승자가 되는 거 같아요. 실제로 그가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되었는지는 관심 없지만 그의 말 한마디에 기사화되고 동영상 조회 수가 나오는 걸 보니 과연 요즘 시대에 스토리보다는 눈길을 어떻게 사로잡느냐가 더 중점이 된 거 같네요. 어쨌든 이슈몰이에 성공했으니깐 그는 후크 원툴인 스토리텔러입니다.



#3

오하마의 현인 워렌버핏은 테크를 잘 믿지 않는 걸로 유명합니다. 그런 그가 몇 년 전부터 애플 주식을 계속 매수하고 있어요. 애플이 전 세계에서 엄청난 수익을 버는 이유는 폐쇄 전략(하드웨어/소프트웨어)이 기술발전과 더불어 잘 먹혔다고 보는 의견도 있지만 스티브 잡스의 후광이란 기초공사가 튼튼한 결실이라고 봅니다. 요즘에 흔히 듣는 '퍼스널 브랜딩'을 잡스는 살아생전 '그 = 애플 = 혁신’이란 이미지를 굳혔고, 저자와 같은 스토리텔러들과 함께 일하면서 제품 고객들을 잡스 팬으로 만들었습니다. 단 하나의 제품과 프레젠테이션으로 국내에서 기존 폴더폰으로 인터넷 접속하려다 폭탄요금을 걱정했던 척박한 환경에서 터치폰에다가 무료 wifi로 인터넷 접속하는 신세계로 바꾸었습니다. 국내 통신사의 문자 수익구조를 파괴하고 생활 반경을 컴퓨터에서 모바일로 넓혔던 변환기를 살았던 저로서는 혁신의 아이콘은 아직까지 잡스뿐입니다. 트위터로 화성 가자고 재잘거리는 머슥한 아저씨와 사뭇 다른 분위기는 그를 찬양하게 할 전문 스토리텔러가 주위에 없는 게 아닐까요? 혁신과 스토리텔링으로 새 시대를 열었던 영웅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한줄평 : 혹할 만한 제목만큼 뒷받침해주는 스토리텔링이 없어 아쉽습니다. 이마저도 그의 후크 전략일까요? 스토리 작법이 궁금한 이들에게는 실용서로 적합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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