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진, 『레플리카』를 읽고
이 책을 읽고 거기에 소개된 브랜드 옷을 입고 오세요. 모임에서 나온 말이다. 없다 없어. 내게 그런 '고고한' 청바지가 있을 리가 없다. 인터넷에 인기순으로 나열된 옷 중에 어울리 법하면 광클로 수집한 옷들 밖에 없다는 좌절감과 그래 내 취향은 그렇게 '비싸지' 않아라고 안도감을 동시에 느꼈다. 노동자를 위한 작업복 정도로만 알고 있었지만 레플리카로 된 브랜드들이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패션은 돌고 돈다는 말이 맞는 걸까? 수십년된 브랜드 바지를 입는다는 건 어떤 감흥을 줄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사람의 구매 기준에는 가격, 브랜드, 디자인 등등이 있지만 나에겐 브랜드 스토리와 제조과정은 저만치 뒷전이다. 알면 더 맛있다는 와인의 세계가 같은 맥락인 건가? 책 내용보다 왜 이런 브랜드를 살까라는 의문이 가시질 않는다. 방직 기술과 수많은 땀과 눈으로 이루어진 과정을 거친 바지 생산과정에 이해하면서 살 정도로 옷에는 열정이 있지 않다. 7080 밤사가 유행하고, 불후의 명곡이 아직도 명맥을 이어가는 걸 보면 그 시절 그때의 좋은 향수와 느낌이 지갑을 열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트렌드를 알 수 있다. 올해는 보라색이 유행이란다.
한결 간 옷을 입으면 스스로가 주눅 들고 괜스레 민망해진다. 서로서로 자기들이 트렌드라 말하는 브랜드보다 우리는 과거를 지향합니다라고 우직하게 한길을 걷는 레플리카 브랜드가 미련해 보이긴 하다. 깊고도 깊은 장인의 숨결과 그걸 알아보는 멋진 구매자가 만나는 장에서 그들의 교환은 지극히 대중적인 것에 익숙해진 평범한 이들과 다른 세계다. 그들과 같은 곳에 발을 딛으려면 얼마나 확고한 취향이 있어야 할까? 나의 옷 취향은 무엇일까? 변하지 않는 내 포인트는 무엇일지 고민해봐야지. 남들이 멋있다고 해서 산 옷이 아닌 내게 어울리면 그게 다였던 느낌적인 느낌에서 벗어나서 말이다.
한줄평 : 새로운 게 좋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