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트 기거렌쳐,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를 읽고
몇 년 전 여의도 불꽃축제가 열리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전날까지 태풍 영향권으로 사람들은 축제를 꼭 열어야 하냐고 비난하기도 하고, 아직 비올 확률이 30% 정도이니 진행해도 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단순히 주최 측의 비용 문제 관점으로만 바로 보고 계산기를 두들기면 지연시킬 경우 지출 예산이 늘어서나 취소를 선뜻 말하기 어려울 거라고 추측했을 거다. 30%에 꽂힌 계산맹 상태에서 벗어나 행사 담당자라고 생각하고 다르게 고민해 보니 관점은 달라졌다. 30%의 확률은 어디서 온 정보인 걸까? 비가 온다면 어느 시점에서 언제까지 오는가? 장소는 서울에만 한정되어 있는 건가?라는 확률 자체의 특성 부분을 고민하기 시작해서 태풍이 진짜 서울로 오는가라는 원천 비교와 다음 주에는 비가 안 오리라는 법이 없다는 불확실성까지 감안해 본다.
매일 아침 비가 오냐 안 오나에 따라 우산을 챙기냐, 실내에서 활동해야 하냐, 축제를 취소해야 하냐 등등 보이는 확률에 따라 시나리오를 써보고 의사결정의 폭이 많이 달라진다. 비올 확률에 관심 있을 뿐 그 숫자의 맥락을 짚어본 적은 잘 없는 거 같다. 즉, 계산맹이란거다. 숫자는 계산되고 확실한 만큼 가지고 놀기 좋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고 위험도 상품의 신용을 평가하고 복잡한 계산식으로 파생 상품화해서 위험 관리한다고 자부하다가 나처럼 계산맹인 사람들은 불확실한 미래를 미리 저당 잡히게 되었다.
여러 번 봐야지 조금씩 이해되는 이 책에서 한 가지 깨달은 건 판단을 할 때 자의든 타의든 오류가 발생할 수 있기에 계산맹에서 벗어나게 노력해야 한다거나. 계몽 없는 과학이 맹목이라는 말이 와닿는다. 몬티홀 문제를 풀 때 선택을 바꿨을 때 틀리면 정신적 데미지가 더 크기에 쉽사리 바꾸지 못했다. 의료 진단을 받으면서 내가 바란 건 불확실한 고통 속에서 벗어나게 하는 의사 선생님의 처방과 상담처럼 안심과 안정을 바랐다. 확실하다고 여겼던 게 내가 믿고 싶은 범위 내에서 내 감정을 지불해서 도출한 결과였다. 이건 계산을 타인에게 넘겨버리고 불확실한 건 다 위험으로 취급해버린 대가였다.
매사 살면서 100%라는 보장이 없어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행동하면 참 좋겠지만 사람이란 게 심리라는 게 들어가면 혼란이 가중된다. 책 내용처럼 계몽을 위해서 이런 감정적인 부분이 의사결정에 어떻게 다가오는지 확률을 맹신해버리는지 좀 더 자세한 설명이 들어가 있다면 좋았을 거 같다. 사람은 합리적인 숫자로 계산하는 상태에서만 선택하는 게 아니라 감정이라는 불확실성이 있다고 본다. 의사가 어떻게 말하는 냐에 따라 느끼는 확률이 얼마나 다르게 들리는가 같은 감정 확률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진다
한줄평 : 어려운 책이지만 한 번쯤 읽기 잘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