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가 떠났다

무지개다리를 건넌 해피

by 고도띠

해피는 고작 8살밖에 안됐지만,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사실 두달 전에 해피의 심장에 문제가 생겨서 한 번 고비가 왔지만,

잘 넘기고 건강이 회복되던 차였다.


평생 먹어야 할 약들이 생겼고, 예전처럼 기력이 활발하진 않았다.

그래도 짖는 소리가 우렁차고, 식욕이 돌아오면서 우리 가족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한 번 떠날 뻔 한 해피이기에, 예전보다 더욱 애틋해졌다.




나는 결혼을 해서 분가했지만 그 일 이후로 일주일에 한 번 씩은 해피를 보러 갔다.

안아줄때도 뽀뽀해줄때도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쓰다듬는 그 순간 내 손에 닿는 털의 감촉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껴안고 있는 순간도 전보다 애틋했다.

해피 발에서 나는 꼬순내를 내 코에 담아두고 싶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게 아쉽고, 소중한 기분은 처음이었다.

그동안은 내 곁에 항상 존재해서 잊고 살았다.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해피는 떠났다.


처음에는 화가 났다가, 실감이 안났다. 그러다 점차 슬픔이 번져왔다.

가슴을 누군가가 후벼파는 느낌이 이런거구나 싶었다.


그러다가 점차 어느 큰 돌덩어리가 나를 짓누르는 느낌이 들었다.

돌 밑에 깔려 답답하면서도 아픈 느낌.


밥을 먹을 때나, 일을 할 때나, 재밌는 걸 보고 웃을 때에도 항상 난 그 바위를 짊어진 기분이었다.

잠깐 소리내어 울면 그 바위가 조금은 깎인듯 살짝 가벼워졌다.


그렇지만 잠에서 깨면 그 바위는 다시 자라나있다.

또 나를 짓누른다. 괴로워하다가 울고, 바위는 깎인다.




누군가는 '고작 강아지 때문에 그렇게까지?' 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7년여간 기쁨, 행복, 애틋함을 느끼게 해 준 소중한 존재였다.

집에도 해피와 함께 했던 추억이 깊게 스며들어있다.


물론 우리 가족들도 마찬가지로 슬픔에 빠져있다.

겉으로는 '난 괜찮아~ 엄마는? 아빠는?' 라고 말하며 서로의 안부만 물을 뿐.


해피의 죽음은 나에게 많은 걸 상기시켰다.

내 곁에 항상 있던 사랑하는 존재들을 나는 얼마나 감사하며 사랑하고 있었는지.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때론 이해해주지 못하기도 하고,

서운해하기도 하고, 무덤덤해지기도 했다.


그런데,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고

내일도 내일모레에도 당연한 건 없었다.

당연하게 내 곁에 존재하는 것은 없다.


그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이해하려한다.


그리고 먼 훗날에 이 순간을 그리워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