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나를 모르는 이유
누군가가 나에 대해 규정하면,
"너가 뭔데 나에 대해 단정지어?"
라며 기분 나쁠 때가 많다.
나는 내가 나를 제일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끔 tv에서
관찰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참가자가 본인의 모습을 보면서도
"내가 저랬어?"라면서 놀라기도 한다.
사실 나 스스로도 나를 어디까지
아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나를 잘 안다는
착각을 하곤 한다.
누군가를 무작정 비난할 때,
나는 절대 그러지 않을거라고 생각하고
하는 말들이겠지만
'막상 내가 그 상황이 된다면
그들과 다른 선택을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건
해당되지 않는다.)
결국 내가 누군가를 무작정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되묻게 된다.
나는 누굴까?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어떤거고,
어떤 취미가 있고, 어떤 가치관이 있다,
정도의 데이터 기반을 가지고
나를 규정하고 있는 게 아닐까?
내가 놓인 상황과
주변 환경에 의해 나를 규정짓는게 아닐까?
책을 많이 읽으면 좋다는 말도
사실상 내가 하는 경험과 환경이
한정적이며, 그 안에서 깨달을 수 있는 것이
적기 때문에 그걸 돌파하기 위해
타인의 환경과 생각을 경험하기 위함일 것이다.
내가 맞다고 생각한 것은
미래에는 틀린 일이 될 수도 있고,
지금 틀리다고 느낀 것이
미래에는 맞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래도 시행착오를 줄이고 싶은건
누구나 가진 생각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나를 잘 알아야 한다.
타인에 대한 관심을 끌어와서
나에 대한 관심으로 치환해야 한다.
남에게 보이는 '나'에 관심을 두기보단
내가 알고 싶은 나 자신에게 관심을 둬야한다.
그래서 내가 하기 시작한 것은
내가 애쓰지 않아도 평소에 자주 하는
생각들이 주로 무엇인지 분석하는 것이다.
예전에 유행했던 뇌 생각 구조 그림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요새 어떤 생각을 자주 한다면
그것으로부터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돈 생각이 많이 난다면,
내가 빚이 생겨서 힘든건지,
아니면 뒤처지는 느낌이 드는건지,
남한테 인정받기 위한 수단으로
돈이 필요한건지 등등
더 자세히 파헤쳐봐도 좋다.
사랑하는 연인이 생각난다면,
그 생각을 할 때 내 감정이 어떤지,
벅차고 행복한지 아니면 불안한지,
아니면 답답하고 힘든지
그 감정에 접근하는 게 좋다.
그 생각을 할 때 느껴지는 감정과
본질을 깨달아간다면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너는 생각이 너무 많아
왜 그렇게 세상 심각해?"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정말 내가
쓸데 없이 생각만 많은 줄 알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말 해야할 생각조차 안하고 산다면,
특히 나 자신에 대해 탐구하는
생각을 멈춘다면 어느순간
공허함과 우울감이 나를 덮칠 수 있다.
정말 중요한 생각은
많이 할수록 좋은 것 같다.
그러나 나를 갉아먹는 생각은
많이 할수록 쓸데 없는 건 맞다.
내가 요새 많이 하는 생각은
"열정, 과정, 짧은 인생을 즐기기, 사랑"
정도의 키워드이다.
1년 전만 해도
"돈, 성공, 조회수, 좋은 아파트"
로 가득차있었는데
그새 내 생각의 키워드들이 바꼈다.
짧은 인생에서 어떤 걸 해야
나는 의미있고 행복할까?
무엇이 나를 즐겁게 할까?
어떤 일이 돈보다 그 과정을
즐겁게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가득해졌다.
예전에는 과정보다는
'돈'이라는 결과물에 집중하다보니
내 취향이나 열정은 잘 고려하지 않았다.
물론 아예 안맞는 것들을 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청 재밌어서 한 것도 아니다.
그리고 주식, 투자에 집중하다보니
감정, 사랑, 안정은 뒤로 했다.
아무래도 그 두개가 같은
매커니즘이 아니라 그런지,
돈이라는 숫자를 생각할수록
감정에 무뎌져갔다.
그리고 소소한 행복에 집중하기보다는
주식 그래프와 숫자에 집착했다.
나중에 꼭 내가 원하는 지점까지 가서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고층 집에서
와인 한 잔 하면서 살고 싶었다.
그 당시 내가 듣던 유튜브나 책은
경제, 주식, 부동산, 투자, 성공후기만
찾아보면서 돈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했었다.
그래서 막상 내 입에 들어오는
맛있는 음식보다는
당장 주식그래프에 집중하느라
먹는 즐거움을 크게 느끼진 못했다.
지금의 나는 완벽한 삶보다는
조금 흐트러지더라도
편안한 삶을 살고 싶어졌다.
돈보다는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졌다.
조건 없는 사랑을 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과 아무 말없이 눈을 마주보고
미소 짓고 싶다.
그리고 그 짧은 찰나가 모여
과정을 이루어내고,
그렇게 삶을 보내고 싶다.
물론,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이
앞으로도 쭉 이어지리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적어도 '나'라는 사람은
성공과 돈 보다는
사랑과 평안을 원한다는걸
이제서야 깨달은 듯 하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어찌됐든 해봐야 안다는 것이다.
막연히 머리로만
'나는 성공이나 투자보다는
그냥 편한게 더 나을거야'
또는
'나는 성공, 투자면
모든게 해결될거야'
라고 생각하는걸론 부족하다.
직접 부딪혀보고
거기서 느끼다보면
내가 뭘 원하는지
진정으로 알게 된다.
결론은 내가 직접 다양한 경험을 하거나
책을 보면서 타인의 경험에 녹아보는 등
다양하게 삶을 맛보고 즐기는 수 밖에 없다.
여러 스타일링을 해봐야
나에게 맞는 옷이 뭔지 알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