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풍선효과

내가 원하는 것의 실체

by 고도띠

무언가를 원한다는 것.

정말 내가 원하는 걸까?


내 욕망에 대해

의구심을 품어본 적이 있는가?


사실 나도 원래는

한치의 의심도 없었다.

'내가 원하는 걸

내가 왜 의심하냐?' 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느날부턴가

내가 갈망하는 것과

내 욕망에 대해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진짜 그것을 원하는 건지,

그로 인해 얻는 다른 이득을 원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걸 원하면서도

그걸 원한다고 착각하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보통 '풍선효과'라는 단어는

경제용어로 많이 쓰인다.


풍선의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부풀듯이

특정 분야에 규제를 가하면

다른 곳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주로 부동산 시장에서 많이 쓰이는데,

서울 강남 같은 집값을 잡기 위해서

대출과 매수를 규제하면,

비규제 지역의 집값이 급등하는 현상이다.


엉뚱한 곳에서 오히려 문제가 터지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명심할 점은

강남을 매수하고 싶어하지만

그걸 강제로 억압하면서

엉뚱한 곳을 매수하게 된다고

강남에 대한 욕망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욕망과 갈망은 다른 포인트를 가르키고 있는데,

내가 해소하는 곳은 전혀 다른 곳이다.


이렇게 사람의 감정상태에도

풍선효과가 있다는 생각이

요근래 들었다.




오래전에

어떤 사람이 나에게 보여주는

다정한 관심에서

큰 희열을 느낀적이 있었다.


따뜻한 말 한마디와

반짝이는 눈빛이 내 마음에

깊게 울려 퍼졌다.


그 당시에는 워낙

집과 회사만 오가느라

사람 대 사람으로 기쁨을 느낀 적이

별로 없었기에

그 감정은 더 크게 와닿았다.


그렇게 나는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이 끊임없었는데,

어느덧 일상에도 그 생각들이

침투되어 업무가 손에 안잡혔다.


마음이 점점 커질수록

기쁨보다는 두려움도 늘어났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그 상대를 절실히 원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감정이 어쩌면

풍선효과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내가 방치해둔 인정욕구,

애정결핍이 그런 방식으로

삐져나왔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의 반짝이는 눈에 비친

나의 모습이었다.


그 때는 여러 힘든 일들로

자존감도 낮아져 있었고,

삶에 많이 지쳐있었다.

그러다보니 그 사람이 보여준

인정, 다정함, 따스함에

그동안 억눌러왔던 도파민이

쏟아져 나온 것 같다.


여기서 내가 만약

그 사람을 좋아한다고 끝까지 믿었다면,

근본적인 욕망에 대해

다가가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했는지 아는가?

나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방향성에 대해 다시금 되돌아보게 됐고,

그 방향성 안에서 내가 인정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창구를 찾아냈다.


그렇다고 SNS에 허세를 부린다거나

명품으로 사치한 것은 아니다.

좀 더 건강한 방식으로 나의 욕망을

해소해낸 것이다.


예를 들면, 댄스를 배워서

그 동작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내 모습을 거울로 보며 만족한다거나


내가 내 스스로를 인정해주며,

다독여주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만약 내가 누군가의 애정을 갈구한다면,

그건 그 사람에 대한 욕망이 아닌,

나의 인정욕구나 애정결핍 문제일 수 있다.


내가 서울 32평 아파트를 갈구한다면,

나는 그 아파트 자체보다는

내 가족의 안전한 삶일 수도 있고,

누군가보다 앞서고 싶은 경쟁심일 수 있다.


갑자기 지방으로 떠나서 살고 싶다면,

진짜 다른 거처를 원해서가 아니라

현재 어딘가에서 마음이 지쳤거나

번아웃이 와서 도피하는 마음일 수 있다.


이렇게 우리는 무언가를 욕망할 때

기저에 깔린 갈망을 들여다봐야 한다.

겉으로 보이는 욕구만 해결한다고

내 깊은 욕망이 모두 해소되는 게 아니다.


이것을 눈치채지 못하면,

아무리 내가 갖고 싶은 것을 가졌다고 해도

이상하리 만큼 공허해진다.


분명 내가 목표하는 것들을

이뤄나가는 것 같은데도

오히려 허무함이나 우울감이 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부풀어오른다.

나의 욕망도 마찬가지다.


혹시 지금 어떤 욕망에

눈이 어두워지고 있다면,

다른 편을 압박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도 좋다.


현재 나는 어떤 것에

쉽게 반응하고 중독되어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왜 그토록 바라는지

생각해봤다.


요근래 돈 버는 일보다도

사람과의 연결감을 더 좋아하게 됐는데

진짜 내가 우정, 사랑을 욕망해서일수도 있지만

회사나 가정에서 오는 무기력감

이런쪽으로 풀어내는 것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사실 요새 회사에서의 무력감이

날로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서

어딘지 모르게 답답한 감정이 들곤 했다.


그래도 돈을 벌어야 되니까

애써 외면하며 근무중인데,

결국 이 무력감이 다른쪽으로

풍선효과를 불러오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이런걸 알고 대처하는 것과

모르는 채로 막연하게 당장의 욕구만

채워주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결과가 다를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른쪽으로 부풀어 오르는

욕망조차 억압하거나 무시하는건

더 위험한 일이다.


풍선을 모두 눌러버리면

결국 터져버릴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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