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일] 꿈을 꾸는 일기 - 3
최근 직장 상사에게 크게 화를 냈다. 사회생활 하면서 처음이었다. 정신과 담당 선생님에게 말하니, 그저 웃으셨다. 그저 적당한 균형이 중요하다는 조언만 덧붙이실 뿐이었다. 꾹꾹 눌러 담고 말을 아끼고 참기만 했는데, 근래에는 조금씩 더 나 자신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기 시작했다. 좋은 변화라고 느꼈는데, 지난날의 밝은 모습을 되찾는 만큼 못된 옛 버릇도 슬금슬금 다시 튀어나오려 했다.
전전 회사를 퇴사하고 우울증을 겪었던 이유는 바로 내가 바라는 나와 실제 나의 모습에서 온 괴리감과 죄책감 때문이었다. 타인을 헐뜯지 말아야 함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나를 괴롭힌 상사를 뒤에서 욕했다. 뒷담화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고통스러웠다. 나조차도 완벽한 사람이 아닌데, 내가 뭐라고 타인을 험담하고 헐뜯나. 특히 같이 그 상사를 욕하던 동료들이 앞에서는 그 상사의 생일 파티를 해줄 때, 엄청난 혼란이 왔던 것 같다. 이게 사회생활인가? 그렇지만 내가 받은 상처는 누구에게 위로받지? 나는 그 상사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를 한 상태이기도 했다.
이후 1년 동안 나를 되돌아보고, 성찰하고, 헐뜯고 비난하고, 반성했다. 다시는 같은 직장 동료들에게 다른 동료 욕을 하지 않으리. 해도 밖에서 하리. 그런데 이 못된 짓을 최근 들어 반복하고 있다. 일단 처음 현재 회사에 들어왔을 때, 내 직속 상사는 회사 사람들 모두를 나에게 욕하기 시작했다. 내 전임자들을 포함한 다른 직원들은 그 상사를 험담했다. 사방팔방에서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는 말을 나에게 쏟아냈다. 이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아야지, 나를 지켜내야지. 하지만 회사에서 힘든 상황이 계속해서 나를 밀어붙였다.
그 와중에 사수가 입사했다. 사수는 좋은 사람이었다. 일도 잘하고, 친절하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었다. 한 가지만 빼고. 그는 '같이 상사 욕을 하면서 친해지는 거다'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다.. 물론 맞는 말이다. 상사를 욕하는 행동 자체가 서로가 현재 똑같이 겪고 있는 고통은 나누고 공감하는 행위니 말이다. 그런데…. 난 그러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 완벽한 사람은 없기 때문에, 나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이 서로에게 분명 욕먹고 있을 것이 자명했다. 거기에 동참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그러기 시작했다. 철수가 힘들게 할 땐 영희랑 철수 욕을 하고, 영희가 힘들게 할 땐 철수를 욕했다. 단점이 있다면 장점도 있기 마련이다. 최대한 감정을 빼고 일에만 집중하고 싶다. 타인을 탓하고 싶지 않다. 이성적으로 되고 싶다. 타인을 평가할 시간에 내 자신을 되돌아 보고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데 집중하고 싶다.
내가 다시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경고를 깨달은 건 최근이었다. 함께 일하는 상사에 관해 묻는 관리자에게,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바로 그다음 날. 오랜만에 내가 고향에 갈 예정이란 소식을 들은 상사가 부모님과 맛있는 걸 사 먹으라며 용돈을 주셨다. 아. 내가 또 무슨 짓을 한 걸까. 그 상사는 분명 답답하고 고집스러운 면도 있지만, 동시에 내 업무가 과중해지지 않도록 날 신경 써주는 부분도 있었다. 내가 또 같은 짓을 저질렀구나. 창피함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친구에게 말하니, 그래도 그런 깨달음을 얻는 것 자체가 멋진 사람이라고 위로해 줬다. 과연 그럴까. 이미 나의 말 한마디가 그 상사의 평판에 영향을 끼쳤을 텐데. 계속해서 반성하고 있다. 나의 과오가 작은 실수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넘어가기를, 내가 또다시 이런 행동을 하지 않기를…. 이성을 잃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최근 들어 스스로 매일 성장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이 또한 성장통의 한 부분일 뿐이기를, 오늘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고 내일은 더 나은 내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더 나은 사람,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