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긴 떠돌이 생활을 청산하고 마침내 한 도서관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달의 신간이라는 이름이 붙은 책장 한 켠에 자리를 잡았다.
드디어 마음 놓고 쉴 곳이 생겼다는 안도감에 한없이 편안해졌다.
여느 때처럼 지루하면서도 평온한 시간을 지내던 중, 누군가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그 사람은 나를 꺼내어 요리조리 흥미로운 눈빛으로 살펴보다, 결심했다는 듯 나를 품에 안고 도서관을 나왔다.
태어난 순간부터 누군가가 나를 읽어줄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렸기에, 나 또한 내심 들뜬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집에 도착하자 마자 재빠르게 나를 펼쳐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처음 며칠 동안은 하루도 빠짐없이 나를 읽어 나가다, 점점 읽는 시간이 줄어들더니 어느 순간 테이블 한 켠에 나를 올려 두곤 까맣게 잊어버렸다.
15일 뒤, 그는 나를 다 읽지도 않은 채 허겁지겁 도서관으로 달려가 나를 제자리에 돌려놓고 처음 만난 날처럼 들뜬 표정으로 다른 책을 빌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