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여행 일기

건축물 구경기

by 고도필

그날도 추적추적 비가 오는 날이었습니다.

온 세상이 물에 젖은 솜처럼 푸욱 가라앉고 추욱 늘어졌죠.


오늘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그날은 주말이었습니다. 무려 월요일부터 손꼽아 기다리던 토요일이었어요. 소중한 토요일 오후를 침대에서 뒹굴뒹굴만 하면서 보낼 순 없었습니다. 물론 뒹굴뒹굴하는 것도 그 나름의 즐거움이 있지만 그건 일요일 아침에도, 월요일 저녁에도 할 수 있으니까요.


물 먹은 몸을 겨우 일으켜 밖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꼭 한번 가보고 싶던 숲을 가기로 마음먹었어요. 초행길이었고 비도 왔지만, 제가 사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동네에 있어 모험을 감행했습니다. 물에 젖지 않게 장화도 신었죠. 단단히 마음을 먹었단 뜻입니다. 왜냐면 전 물에 젖는 건 아주 딱 질색인 사람이거든요.


아무튼 버스를 타고 걷고 걸어 마침내 그토록 오고 싶었던 숲에 도착했습니다. 사실 진짜 숲은 아닙니다. 제가 여행한 곳은 ‘한내 지혜의 숲’이라는 도서관이었어요. 푸릇푸릇한 나무들 사이에 있는 도서관이라 숲에 빗대어 이름을 지은 듯합니다. 건축상도 받은 곳이라 꼭 실물을 보고 싶었어요. 어쨌거나 그 숲도 숲이니까요, 저는 종이로 가득한 숲에 조심스레 입성하였습니다.


지혜의 숲은 아주 작은 숲 속의 오두막을 닮았습니다. 천장이 유리로 되어 있어 책을 읽으며 하늘도 볼 수 있죠. 규모는 작지만, 오히려 그 아기자기함이 주는 아늑함이 좋았습니다.


저는 숲속에 있는 사람들이 각기 다른 이야기 속 세상을 여행하는 걸 구경하며 저만의 여행을 즐겼습니다. 중세 시대 영국을 여행하는 아주머니, 연륜 있는 탐정이 풀어가는 미스터리 사건을 엿보는 소년, 이 세상 저 세상 알려 달라며 양손 가득 책을 들고 아빠에게 달려가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 작은 숲속에서 다들 각자만의 방식으로 여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을 지켜보는 저의 여행도 무척이나 새로운 시간이었어요. 이야기가 가득한 숲. 지혜의 숲. 다음엔 다른 숲에도 놀러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작가의 이전글어떤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