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

2023. 9. 6.

by 고도필

(부제: 헨젤과 그레텔)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한 조각씩 바닥에 떨어트렸다


내 어깨에

뇌 주름 사이사이에

숨 하나하나에

몸 이곳저곳에 잔뜩 낀 걱정을 조금씩 털어냈다


풀 속에 잠든 고양이를 보고 한 움큼

손잡고 산책 중인 노부부를 보고 또 한 움큼

오렌지빛 잔뜩 머금은 하늘 구름을 보며 또 한 움큼

긴 고통의 시간이 무색하게 빠르게 다가오는 가벼움


가벼워진 몸을 이끌고 마침내 집으로 돌아가

그 어느 때보다 달디 단 잠에 빠져

고요한 새벽 다섯 시 눈을 뜬 그 순간

새로운 걱정을 한가득 구워 또 길을 나선다





노래: 윤하 -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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